84일 차
영시와 집에 오고 우리는 세 명의 선생님을 만났어.
첫 번째 선생님은 기술적인 것들을 알려주셨지. 쪽쪽이는 하늘 방향으로 두어야 건조가 된다. 젖병은 먹자마자 찬물로 헹궈둬야 한다. UV 소독기엔 완전히 건조된 것만 넣어야 한다. 휴대용 UV 소독기도 좋다. 소베맘 기저귀갈이대 세팅은 왼쪽 기저귀, 오른쪽 가제수건, 왼쪽 아래 위생도구, 오른쪽 아래 천 기저귀(목욕용)을 세팅해라. 백색소음기에서 쉬- 소리를 틀어둬라. 청소기나 드라이기 소리로 아기는 깨지 않는다. 목욕할 때 양손으로 귀를 막기 힘들면 한쪽을 완전히 막아주고, 다른 한쪽은 지켜보면 된다. 등등. '아기'라는 존재가 등장한 집안의 세팅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셨어. 게다가 극강의 T이신 선생님 덕분에 엄마가 우울감에서 헤어 나올 수 있었어. 그렇지만, 선천적으로 아기를 좋아하시는 분은 아니라서. 영시에게 따스한 눈빛을 보내거나 말을 거시진 않았지.
두 번째 선생님은 전통 육아라는 것에 통달하신 분이었어. 영시가 며칠 칭얼거리자 곧장 포대기를 가져오셨지. 포대기를 둘러서 온몸으로 영시를 선생님 몸에 꼭 붙이고 3주를 보내주셨어. 마치 한 몸처럼. 영시를 세워 안고 다리를 움직이는 법을 가르쳐 주셨어. 힘이 좋다고 매번 칭찬해 주셨지. 아기가 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는 모유 수유 자세를 매번 고쳐주시고, 매번 수건을 말아 영시의 등을 세워주셨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후루룰룰- 우까까까- 토끼는 깡총- 호랑이는 어흥- 같은 소리를 쉬지 않고 내주시고 말이야. 그렇지만, 아기랑 너무 싱크가 맞는 선생님이라 엄마와는 소통이 불가능한 분이셨어.
세 번째 선생님은 친정 엄마 같은 분이셨어. 정말로 딸의 집에 온 것처럼 한 시도 쉬지 않으시고 집안 곳곳을 그야말로 돌봐주셨지. 아침마다 보고 싶었던 손주를 보는 것처럼 영시와 인사를 나눠주셨어. 영시를 어찌나 예뻐하시는지, 이 미소 좀 보게~ 하시면서 영시만큼이나 꺄르르 웃어주시는 선생님이셨어. 시간을 쪼개서 하루에 2-3가지씩 새 요리를 해서 엄마를 잘 먹이고 싶어 하시기도 하셨고. 닦지 않아도 되는 곳까지 먼지 한 톨 없게 쉬지 않고 닦아주셨지. 영시의 새 옷들을 모두 튿어서 불편하지 않게 다 수선해 주시기도 하셨고. 엄마는 선생님한테서 살림을 배우기도 했어. 엄마는 3주 동안 정말로 '돌봄'을 받는다는 기분을 느꼈어. 매일매일 집은 정갈하고 엄마의 마음은 편안하고 영시는 나날이 웃음이 많아졌지. 귀한 분이 와주셔서 엄마는 무사히 이렇게 산후조리라는 걸 마무리해.
내일부터는 이제 엄마, 영시, 그리고 본격적으로 집으로 복귀한 아빠까지 셋이서 함께하는 날들일 거야. 엄마는 조금 걱정이 커. 8주간 도움을 받으면서도 쉽지 않은 날들이었거든. 하지만! 앞으로 이어질 긴~ 가정생활의 시작이니, 하나씩 차근차근 잘 해나가 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