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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오 Apr 04. 2023

부피와 존재감

노견에게 살은 존재감이었다

노견에게 살은 존재감이구나


쿠싱을 진단받은 지 2주일 되었다. 쿠싱 진단 후 약을 처방받아 쭌이는 지금 쿠싱약을 먹는 중이다.

쿠싱약은 강아지가 먹는 약 중에서도 독하다고 알려져 있다.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어서

많은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그렇게 2주 동안 쭌이는 쿠싱약을 먹게 되었고 전보다 물을 먹는 양과 소변양이 정상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물을 안 먹는 만큼 밥도약도 입에 대지 않기 시작했다.

먹을 거라면 눈이 돌아가던 아이였는데... 우린 항상 농담으로 "쭌이가 안 먹으면 정말 아픈 거야"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그런 쭌이는 지금 먹지 않고 있다.


부피와 존재감


우리 쭌이는 몰티즈다 보통 소형견으로 분류되지만 우리 쭌이는 중형견으로 뚱티즈였다

예전에는 쭌이가 10kg가 나간 적이 있다. 그때는 시골집에 간 손자 취급을 받던 쭌이지만 나와 독립하면서

쭌이는 건강을 위해 2년 동안  6kg까지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최근까지 요요가 와서 7kg~8kg를 왔다 갔다 했었다.

하지만 최근에 쭌이는 3개월 만에 6kg가 되었다

빵빵하던 풍선이 공기가 서서히 빠지듯 보이지 않던 갈비뼈가 보이고 배는 쏙 들어가고 얼굴살도 빠지고 쭌이를 안았을 때 무거운 느낌이 점점 없어졌다.

어제 거실 가운데 누워있는 쭌이를 보니 왜 이리 작아졌을까라는 느낌이 들었다.

점점 작아지다 소멸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부피가 작아지니 쭌이에 존재감에 크기도 같이 작아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건하던 성인도 나이가 들면서

점점 말라가는 게 자신에 존재를 스스로 지워가는 게 아닌가 싶다.


어릴 때 우리 집에는 큰 자개 장롱이 있었다. 한자리에 거의 20년 넘게 있었던 자개장은 치워도 흔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장롱은 눈에만 안 보이지 그 자리에 있는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장판에 새겨진 장롱자국 너무 오래 있어 잘 지워지지 않는 먼지자국 흔적이란 것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거 같다.


살이 빠지면서 우리 쭌이가 오래된 장롱이 될까 조금씩 무섭다. 흔적만 남은 존재가 되면... 그 흔적에

마음 아파할  자신도 그 흔적을 지우지 못하는 나 자신도 많이 힘들 거 같다.


올해 벚꽃은 내년에도 필 것이다.

피는 벚꽃 옆에 너도 피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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