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토리밤 Nov 21. 2024

앞니가 이렇게(?) 올라온다고? 2

딸의 첫 발치 기록


베라의 아래 앞니 두 개가 유치가 빠지지도 않았는데 안 쪽 잇몸에 올라오자마자 놀라서 다시 간 치과.


"선생님! 바로 발치해 주세요! 이가 올라왔어요."

나는 가자마자 의사 선생님에게 바로 이야기를 했다. 의사 선생님이 어떤 이야기를 하든 이상하게 나온 덧니 때문에 발치를 해야만 했다. 이미 치과로 출발한 순간 차 안에서부터 겁이 나서 울고 있던 베라였다. 나의 말에 베라의 울음소리는 최고조로 이르렀고, 의사 선생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렇게 울면 발치 못해요."

난감함에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하지만 발치는 꼭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나는 온갖 말로 아이를 달래기 시작했다.


"베라야. 베라 좋아하는 oo핑 영상 보고 있을까?(시선 돌리기) 그럼 이 빼는 줄도 모를 거야."

"으아앙!"

"울음 그치게 '후' 하고 숨 내쉬고 3초만 세어 보자."

"으아앙!"

"이 빼고 장난감 사러 갈까? 베라 저번에 인형 갖고 싶댔지?"

"으아앙!"


하지만 아이는 울음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대기하고 있는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의 따끔거리는 시선이 느껴졌고.

"계속 울면 의사 선생님은 이 못 빼. 집으로 이대로 가야 해. 이 안 빼면 이빨 모양이 이상해지는데 그래도 괜찮아? "

의사 선생님이 짐짓 중후한 목소리로 한 마디 하자, 아이가 멈칫하는 게 느껴졌다. 베라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의사 선생님의 경고(?)가 먹혔는지 베라의 울음소리가 작게 줄어들자 의사 선생님의 빠른 발치가 이루어졌다.


베라는 발치 후 피를 막는 거즈를 입에 물고 있으면서도 계속 울었다. 나는 아이를 달래면서 정신없는 와중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의사 선생님에게 물었다.


“선생님 덧나온 이빨이 원래 자리로 돌아올 수도 있나요?"

"원칙적으로는 한 번 이가 나는 방향이 정해지면 바뀌지는 않아요."

"아!"


어쩔 수 없이 나중에 교정해야 하겠구나 하는 체념과 암담함으로 가득 찰 즈음 의사 선생님이 말을 덧붙이셨다.

"하지만 아직 성장기이기 때문에 혀로 덧니를 밀어주면 제자리로 이동하는 경우도 있어요."

"앗! 그래요?"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에 마음속에 작은 희망이 생겼다. 의사 선생님의 대화에 집중하느라 계속 우는 베라에게 온전히 신경을 못 쓰고 있을 때였다. 간호사가 베라에게 다가가 발치한 이를 담은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이빨 목걸이. 여기 선물"


그러면서 간호사가 베라에게 뭔가 작게 속삭였다. 그랬더니 베라가 울음을 뚝 그치는 것이 아닌가!

무슨 말을 했길래 아무리 달래도 울음을 멈추지 않았던 베라가 울음을 멈춘 건지 궁금증이 치솟았다.    

 

피가 묻은 거즈를 빼고 나서 집에 돌아가는 길. 

어느 정도 베라가 진정된 것을 확인하고 나는 물었다.


"간호사 언니가 뭐라고 말했어?"

"오늘 뺀 이 베개 밑에 두고 자면 이빨요정이 선물 준대. 정말이야? 엄마?"

아이가 이빨 목걸이를 소중하게 손으로 감싸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아이의 기대감에 가득 찬 반짝이는 눈빛.     

"그.. 그래." 

차마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간호사가 베라의 울음을 멈추게 하려고 지어낸 이야기라기보다는 예전에 언뜻 이빨 요정에 관한 이야기를 들은 것도 같다. 처음으로 이를 빼는데 많이 고생한 아이에게 행복한 기억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라야. 자주 혀로 안쪽 덧니를 앞으로 밀어줘. 그럼 이가 제자리로 올 수도 있대."

"응! 알겠어!"

나의 희망적인 이야기에 아이가 기뻐했다.


"엄마 나 계속 이 때문에 불안했는데 마음이 편안해졌어."

"그래. 엄마도. 이도 빼고 대견하네!"

웃을 때마다 아이의 아랫니가 두 개나 빠져 앞부분이 휑했다. 하지만 아이가 고생한 생각하면 내 속까지 시원했다.     


집에 오자마자 거울을 보며 입 안을 계속 이리보고 저리 보는 베라. 

이가 빠진 자신의 모습이 어색하면서도 신기한 듯했다.


"학원에 가면 언니들 중에 이가 빠진 언니들이 있었는데. 엄마! 이가 빠지니까 나도 큰 언니가 된 거 같아. 히히"

거울 앞에서 헤헤거린다.

시계를 보니 곧 둘째 유치원 하원 시간이었다. 베라가 치과에서 우느라 에너지 소모도 많이 하고, 배가 고플 거 같아 간식으로 빵을 주었다. 다른 때와 달리 얼른 식탁에 앉는다.

    

"엄마. 앞니가 없어서 큰 빵은 이로 못 자르겠어. 힝~"

"아! 가위로 작게 잘라줄게."

가위로 빵을 잘라주며 이 행동이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니 아이 이유식 만들 때 많이 한 행동이었다. 아. 다시 이유식을 시작하는 느낌이네. 하지만 언제까지 가위로 잘라줄 수도 없고.  

   

"베라야. 아랫니 올라오기 전까지 옆니로 잘라서 먹는 연습 해야겠다."

"응."   

앞니 빠진 모습으로 열심히 빵을 먹는 베라를 보니 귀여웠다.




유치원 하원 후 돌아온 둘째 방톨은 누나의 이 빠진 모습을 한 참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누나 이 없어서 어떻게 해?"

"더 크고 튼튼한 이가 나올 거야. 누나는 더 큰 누나 되려고 그래. 방톨이 너도 큰 형님 되면 빠져."


낮에 엉엉 울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베라가 그래도 누나라고 위엄 있게(?) 방톨에게 뽐내듯이 이야기하는데 나는 작은 웃음이 나왔다.     




그날 밤.

베라는 베개 밑에 이빨 목걸이를 놓고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작은 플라스틱 꽃반지를 선물로 받았다.

"와아~ 엄마 이빨 요정이 선물 줬어!"

"봐봐. 누나."

방톨이 그 소리에 벌떡 일어나 누나에게 다가왔다. 동생의 부러워하는 눈초리를 감지한 베라가 미리 이야기했다.


"너도 이 빼면 받을 거야. "

"나는 언제 빠지는 건데~~"

방톨이 귀엽게 툴툴댔다. 그런 방톨의 머리를 쓰다듬고 끌어안으며 나는 말했다. 

    

"좋겠네~베라. "     

꽃반지를 손에 껴 보고 좋아하는 베라가 보였다.   

  

앞으로 이 발치할 때마다 이빨요정을 핑계로 계속 선물을 줄 수는 없겠지. 

우리 베라. 아랫니 두 개가 이상하게 올라오는 바람에 첫 발치를 너무 고생해서.

다음 발치 할 때는 이빨요정 덕분에라도 좀 더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했으면 해. 엄마가 첫 발치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너의 첫 발치에 대한 기억도 평생을 갈 테니. 

 자라느라 고생이 많아. 항상 건강하게만 자라렴.

         

이전 14화 앞니가 이렇게(?) 올라온다고?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