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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이를 위해서라면 OO속이라도!

아들의 붕붕이 사랑이야기

by 스토리밤

한참 둘째 아들 방톨이 만 3세경 대소변 연습을 시키던 시기의 이야기이다.


유치원 다니는 같은 반 아이들 중에는 기저귀를 벌써 뗀 친구들이 있었다. 주변에서는 대소변 연습이 늦었다고 재촉을 했고, 그제야 나는 첫째 베라가 대소변 연습 하던 시기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일단 대소변 연습 시 아이가 실수를 하더라도 꾸짖지 않기.

그리고 속옷 빨래가 힘들더라도 기저귀를 채우지 않고 생활하도록 하기.

아침에 일어나면 무조건 소변보는 연습시키기.

잠자기 직전에도 소변을 꼭 보고 잠을 자도록 버릇 들이기 등이 있었다.


방톨이에게 먼저 신신당부를 했다.

“방톨아, 응가 마려우면 미리 ‘응가 마려워요’라고 말하고, 쉬 마려우면 미리 ‘쉬 마려워요’라고 말하는 거야.”


나의 말에 방톨은 씩씩하게 대답했다.

“응!”


그리고 그 후에 방톨은 나의 말에 잘 따랐다. 하지만 대부분 타이밍이 조금씩 늦었고.


“엄마 쉬 할래!”

말과 동시에 쉬 하는 소리가 나며 동시에 방뇨를 했다.


“엄마 응가 할래! 끙!”

말과 동시에 끙 소리를 내며 퍼지는 꼬리꼬리한 냄새.


나는 그럴 때마다 손으로 머리를 잡고 아이가 보지 못하게 뒤돌아서 한숨을 내쉬었다. 매 순간이 인내심 테스트였다.


“조금 빨리 말해 줄래?”

하루에 속옷 빨래만 8번 이상이었다.


“방톨아, 응가하기 전에, 쉬하기 전에 말하고 그다음 변기에 앉아서 쉬나 응가를 하는 거야.”

나는 참을 인을 마음속에 새기며 다시 한번 신신당부했다.


그렇게 꾸준히 반복해서 훈련을 한 결과, 며칠을 빨래와 씨름하고 드디어 성공했다.


방톨이 ‘응가할래’ 외치자마자 나는 뛰어가 바로 아이를 변기에 번개와 같은 속도로 앉혔다.


“톡! 톡!”


그리고 플라스틱 변기에 떨어지는 성공의 박수소리 같은 응가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아이의 응가 떨어지는 소리가 이렇게 행복할 줄이야!


“와 우리 방톨 최고 최고!”


나는 양손에 엄지를 지켜 들으며 환한 미소와 함께 무한 칭찬을 내뱉었다. 방톨도 나의 리액션에 입가에 배시시 웃음을 보이며 신나 했다.


‘그래 차츰 나아지고 있어!’


나는 힘든 나 자신에게도, 그리고 대소변 성공을 한 방톨이에게도 기운을 북돋았다.



그러던 어느 날 평일 아침.

그날도 기분 좋게 일어나자마자 밤톨이는 아침 소변을 변기에 성공을 했고, 나는 방톨의 유치원 등원 준비를 빠르게 끝냈다.


당시 일을 하고 있어서 이어지는 내 출근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일의 발단은 나의 실수 때문이었다.

다른 때라면 바로 비웠을 방톨의 아침소변 통 비우기를 깜빡했던 것이다.


정신없이 시계를 확인하며 단장을 끝마치고 있을 때쯤이었다.


“엄마! 엉엉! 붕붕이가 쉬야 속에 빠졌어!”


울음 섞인 아이의 말을 듣자마자 나는 ‘헉’ 짧은 숨을 내쉬었다.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울음소리가 나는 쪽을 보았다. 그 순간만큼은 영화 속 슬로모션처럼 지금도 나의 뇌리에서 잊히지가 않는다.


이미 방톨은 사건(?)을 끝내고 내 가까이에 와 있었다.

우는 방톨의 손에는 변기통에 빠졌다던 그 붕붕이(?)가 있었다.

그리고 붕붕이에게서 뚝뚝 떨어지는 정체불명의, 아니 정체를 알고 싶지 않은 물기.

물방울들이 모여 바닥에 흥건히 고여있는 물 웅덩이는 외면하고 싶은 아주 노오란색을 띠고 있었다.


“엉엉!”


아이의 울음소리가 내 귀를 때렸다.


나는 빠져나가려고 하는 나의 정신을 꽉 부여잡았다.

서 설마… 아닐 거야


내 마음에서 스멀스멀 차오르는 불안감을 애써 부정했다.


“그래서.. 꺼..꺼냈어?”


내 목소리가 떨렸다. 제발 아니라고 해 줘.


“응. 꺼냈어.”

아이가 울먹거리며 대답했다. 내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던 일말의 희망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뭉크의 ‘절규’가 내 마음속에서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방톨은 울면서도 양손으로 소중하다는 듯이 노란 물방울이 떨어지는 붕붕이를 꼭 끌어안았다. 그 때문에 유치원에 등원하려고 입은 옷도 축축해보였다.


방톨이 손에 쥐고 있는 붕붕이는 가지고 있는 붕붕이 중에 방톨이 가장 최고로 좋아하는 빨간색 스포츠카였다. 평상시에도 항상 손에서 놓지 않고 들고 다니던 붕붕이.


보지 않아도 변기통에 빠지자마자 순식간에 꺼냈을 너.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체념했다.


“이리 와. 씻자.”


시계를 빠르게 보니, 이미 시간은 출근 시간을 넘어가고 있었다. 방톨이 유치원도 이미 지각이었다.


엉엉 울며 최애 붕붕이를 꼭 끌어안고 있는 방톨을 보며. 나도 정말 엉엉 울고 싶어졌다.


“엄마도 너도 지각이 다아!”

다 포기하고 방톨을 화장실 샤워부스로 데려가 빠르게 씻겼다. 애증의 붕붕이 녀석과 함께.


따뜻한 물줄기에 금방 기분이 풀린 방톨은 웃음을 되찾았다.

“헤헤”


그래. 소변통을 바로 안 비운 엄마 실수지. 네가 무슨잘못이니. 그 날 샤워부스의 흐르는 물줄기가 차마 흘리지 못하는 내 눈물 같았다.



며칠 뒤 사건의 이야기를 들은 첫째 베라가 식사시간에 방톨에게 약간은 취조하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방톨아, 엄마가 좋아? 붕붕이가 좋아?”


별다른 생각없이 반찬을 집어먹던 방톨이 말했다.


“붕붕이!”


헛! 무려 고민의 흔적도 없는 1초 컷 답변이 아닌가!


순간 아들 키워봤자 소용없다는 말이 벌써부터 적용되는 건가 하며 큰 실망감에 마음에 생채기가 났다.


그러다가도 아직 어려서 순간적으로 단순하게 답하는 거겠거니 하며 애써 표정관리를 하던 중.


베라가 오히려 나 대신 발끈하며 다시 대화를 이었다.

“방톨아, 다시 생각해 봐.”


누나의 단호한 말투에 뭔가를 느꼈는지 방톨의 눈 굴리는 소리가 들리는거 같았다. 분위기를 눈치채고 누나와 나의 얼굴을 보며 살짝 눈치를 살핀다.


“아.. 아니! 어.. 엄마!”


그리고는 씨익 웃더니 외쳤다.


“엄마! 사랑해!”


그제야 살짝 화를 내던 베라의 표정이 풀어졌다. 나에게 따뜻하게 안기는 방톨의 머리카락을 사정없이 헝클어뜨리며 나는 결국 아이들과 웃었다.


첫째라고 엄마 마음 챙겨주는 베라도 고맙고,

아직 어려 순간적으로 마음가는대로 단순하게 표현하다가 눈치 챙기는 방톨도 귀엽기만 했다.


아들. 눈치는 있네. 엄마도 사랑해.

그나저나 붕붕이가 그렇게 좋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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