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말부부 기록
어느 날 남편이 직장에서 지원을 해주는 타기관 교육을 받게 되었다고 했다.
교육은 약 한 달에 걸쳐 진행되었다. 장소는 집에서 직접 차로 운전해서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 곳이었다.
나는 매일 남편이 차로 3시간(1시간 30분 왕복하면 3시간)씩 운전을 하고 다니는 것이 걱정되었다.
그리고 막상 그 기간이 되자 남편은 예상대로 너무 힘들어했다.
남편의 이야기를 들으신 시어머님이 나에게 전화를 주셨다.
"아가, 과니가 요즘 장거리로 운전하면서 교육 다닌다면서. 아들이 너무 힘들겠어. 그나마 교육장소가 우리 집하고 가깝던데. 평일은 우리 집에 자면서 교육받고, 주말에 아이들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거 같다."
"네? 아!"
어머님의 이야기에 순간 내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남편이 평일에 시댁에서 지내면 남편을 걱정하는 불안했던 내 마음도 편안해질 거 같았다.
그런데 또 남편이 교육을 다니는 시기가 하필 아이들 방학기간과 맞물려 있는 시기인지라. 아이들 케어가 온전히 내 몫이 되고, 아이들도 아빠를 많이 찾을 거란 이야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이게 그나마 최선이었다.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어요. 어머님."
결국 수긍하고 남편과 확인 통화를 했다.
그렇게 우리 부부는 처음으로 주말부부가 되었다.
아이들이 방학기간이다 보니 전반적으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다른 때보다 많았다. 내가 일을 쉬고 있어서 아이들 케어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첫째 베라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어린이집과 달리 방학기간이 길었다. 아직 저학년이라 그 기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게 하려면 하나하나 신경 써줘야 했다.
둘째 방톨은 누나가 놀아주지 않으면 계속 엄마 껌딱지가 되어 나와 놀고 싶어 했다.
나는 낮에는 아이들을 돌보며 놀아주고, 밤에는 다음 날 놀 방법을 연구하고 탐색했다. 아이들을 위한 온갖 놀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야외활동뿐만 아니라 에어바운스 대여도 하고, 보드게임도 많이 사들였다.
걱정되는 것은 평일에 아빠가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정도의 차이였다. 그나마 첫째 베라는 상황설명을 하자, 쉽게 이해를 하고 받아들였다. 하지만 방톨은 설명을 해도 밤이 되자 나에게 물었다.
"엄마, 아빠가 왜 없어?"
"응. 아빠 토요일에 와."
아직 요일을 정확히 세지 못하는 방톨이 머리를 갸웃거렸다.
"토요일이면 몇 밤 자야 해?
"다섯 밤 자면 토요일이야."
방톨에게 말을 하면서도 나는 5일 동안 독박육아를 할 생각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잉! 너무 많아. 아빠 보고 싶어!"
방톨이 울음을 보이기 시작하자 나는 다독였다.
"금방 지나갈 거야. 얼른 자자."
방톨에게 말을 했지만 그 말은 벌써부터 지친 나에게도 하는 말이기도 했다. 남편 과니가 없는 집안은 나사가 하나 빠져 균형이 맞지 않는 공간이 된 것처럼 삐그덕 대고 허전했다.
우는 방톨과 아빠가 보고 싶다는 베라를 위해 남편과 영상통화로 하루를 끝냈다. 피곤해 보이는 남편도 교육을 받는 것이 쉽지는 않은 듯했다. 교육 스케줄도 타이트하고, 과제와 시험공부로 밤까지 바빠 보였다.
그렇게 잠시 나를 내려놓고 아이들을 위주로 한 5일이 흘러갔다. 매일 하는 집안일과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일상이다 보니 해도 해도 특별하게 표도 안 났다.
하지만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매일 바빴다. 밤에는 너무 피곤해서 나는 아이들과 눕자마자 같이 잠들었다가 아이들과 같이 일어났다.
진짜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 어느새 토요일이 되었다.
남편 과니가 비밀번호를 누르며 집에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아빠닷!"
베라와 방톨이 쏜살같이 달려갔다. 현관문 입구에서 점프를 해대며 남편 과니를 반겼다. 과니가 신발을 벗자마자 아이들이 와락 안겼다.
"아빠! 어서 와!"
"아빠 많이 보고 싶었어!"
남편 과니가 무릎을 꿇고 아이들을 한 번씩 안아주며 말했다.
"아빠도 보고 싶었어!"
나도 꼭 안아주고 싶었지만, 서로 마주친 눈빛으로 격한 환영과 반가움을 표현했다.
베라는 과니에게 반가움을 표한 후, 궁금한 것들을 이것저것 물어봤다. 그런데 둘째 방톨은 과니에게서 바짝 안겨서 떨어지지를 않았다. 그리고 나도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아빠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먼저 아빠의 코에 자신의 코를 콩 하고 부딪치며 말했다.
"아빠 코 찡!"
남편 과니가 눈이 동그래지며 미소를 지었다.
"아빠 안경 벗어 봐."
"응?"
과니가 순순히 안경을 벗자 방톨이 자신의 눈 언저리를 남편의 눈에 살짝 갖다 댔다.
"아빠 눈 찡!"
그리고는 이번에는 이마끼리 쿵 부딪쳤다.
"아빠 이마 찡!"
자신의 볼을 과니의 볼에 비비며 말했다.
"아빠 볼 찡!"
그리고 마지막으로 방톨은 과니의 뒤로 휙 갔다. 그리고 서로 바깥쪽을 보게 몸을 돌렸다. 뒤로 머리를 젖히며 아빠 뒤통수에 자신의 뒷머리를 간질이며 문지르기 시작했다.
"아빠 머리카락 찡!"
"하하하"
남편의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아빠와 모든 교감을 나눈 후 다시 남편 과니의 앞으로 와서 꼭 안겼다.
"아빠 사랑해!"
"아빠도."
과니가 감동을 받은 듯 목멘 듯한 목소리로 말하고 방톨을 한동안 꼭 안아줬다. 과니의 눈이 촉촉해진 거 같았지만 가장의 체면을 위해 나는 애써 외면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표가 난다'더니, 남편 과니의 부재는 확실히 컸다. 남편이 오자마자 나는 더 느낄 수 있었다. 과니가 들어오자마자 바뀐 집 안의 안정된 공기의 흐름. 아이들의 화기애애한 웃음소리. 남편의 부재기간 긴장되고 살짝 불안했던 나의 마음이 스르르 풀렸다.
아이들과 남편을 보고 있는 나를 의식했는지 과니가 말했다.
"자기도 고생 많았어."
"응 힘들었어. 독박육아."
나는 투정 부리듯 말했다. 자세히 보니 남편 볼이 조금 통통해진 거 같았다. 오랜만에 시댁에 장기투숙을 했으니 어머님이 얼마나 잘 챙겨주셨을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자기는 살이 좀 붙은 거 같네."
"곧 다시 빠지겠지."
남편의 의미 있는 웃음에 나는 육아동지를 다시 찾은 거 같은 안도감을 느꼈다.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
말하는데 괜히 목이 메고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처음 해 본 주말부부였다.
주말부부는 애틋하다고 누가 그랬던 거 같은데. 아이가 있는 주말부부는 고되고 서글프기까지 했다.
피치 못할 사정이 아니면 다시는 주말부부 하지 말자.
그나마 의미 있게 남은 건 아들 방톨의 특급 애교뿐.
(나중에 아이들이 좀 커서 다시 주말부부하면 그때는 생각의 변화가(?)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