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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나의 기질테스트를 했더니! 1

이해할 수 없는 아들

by 스토리밤

"슈퍼맨이 나가신다!"


설거지할 그릇을 정리하는데 둘째 방톨의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들렸다.

불안한 느낌에 뒤를 돌아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언제 올라갔는지 소파 맨 꼭대기에 올라가서 뛰어내릴 준비를 하는 방톨이 보였다. 잔뜩 신난 표정과 금세라도 뛰어내릴 듯한 자세였다.


"안 돼! 내려와. 다쳐."


나의 말에 방톨이 슬슬 눈치 보면서 내려왔다. 작게 한숨을 내쉬고 다시 그릇 하나를 빠르게 정리했다. 너무 조용했다. 경험상 아이들은 조용하면 사고 치는 순간이었다. 싸한 기운이 들었다.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소파 위에 올라가서 다시 뛰어내릴 준비를 하는 방톨. 눈이 딱 마주쳤다.


"안 돼!"

"아니. 난 그냥 올라가기만 하려고."


이리저리 핑계 대는 방톨이다. 나는 결국 참다못해 미간을 찌푸리며 경고했다.


"그러지 마. 방톨아, 혼 나. 소파 맨 위에 올라가지도 마. 소파는 앉아있는 거야."

"알겠어."


아들의 대답을 들은 후 난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그릇들을 정리하다가 뒤를 다시 봤다. 방톨은 다리 하나를 소파 맨 위에 척 걸치고 내 눈치를 보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뻔히 보였다.


"안 돼!"

"응."

대답은 정말 잘했다. 내 속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문득 첫째 베라의 어릴 적 생각이 났다. 아이들은 비교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둘째를 키우면서 첫째를 키웠던 생각이 안 날 수는 없었다. 둘은 거의 4년 터울이었다. 가물가물했지만 그래도 육아 경력이 있으니, 첫째 베라를 키웠던 경험을 소환해서 둘째 방톨에도 적용하려 했다.


하지만…….

첫째와 둘째는 달랐다.


베라에게는 어릴 적 국민대문 장난감이 있었다. 아이의 인지기능과 오감을 키우는 장난감으로 크기가 방 문의 1/2 정도 될 만큼 큰 편이다. 그런데 베라가 처음으로 그 장난감에 매달리며 올라가려고 시도를 했다.


"안 돼. 베라야. 올라가다 대문 꽈당 쓰러지면 다쳐."

"응."


나는 베라에게 주의를 줬다. 그리고 그 한 번의 주의가 끝이었다. 그 후로 베라는 다시는 국민대문에 올라가지 않았다. 베라는 조심성이 많았다. 그래서 안전에 관해서는 본인이 스스로 잘 챙겼다. 베라를 키우면서 힘들었던 부분은 높은 예민함이었다. 베라에게는 혹시 모를 작은 감정까지 섬세하게 케어하는 돌봄이 필요했다.

방톨과는 확연히 달랐다.




"히힛"


신나서 흥분한 방톨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안 방 침대 위에서 점프를 하고 있는 방톨이 보였다. 언뜻 보이는 방톨의 다리에는 엊그제 뛰다가 서랍장 모서리에 부딪혀 생긴 멍이 그대로였다. 방톨은 온갖 포즈로 점프를 해대고 있었다. 키즈카페의 트램펄린이 따로 필요 없다.


예전에 침대에서 점프하며 놀다가 떨어져서 다리 깁스를 했다던 아이 친구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우리집은 안방 바닥에 아무런 매트가 깔려있지 않았다. 나는 결국 입을 열었다.


"안 돼! 내려와."

"조금만 더 하고."


이미 점프 삼매경에 빠진 방톨은 내려올 기미가 안 보였다.


"안 돼! 떨어지면 다쳐."


내 목소리가 한 옥타브 올라갔다.


"한 번만 더."

"안 돼!"


내가 목소리에 힘을 줘 큰 목소리로 으르렁거리자, 그제야 방톨이 내려왔다. 얼굴에 아쉬운 표정이 가득했다.나는 참을인 자를 다시 마음에 되새겼다.




식사시간에는 방톨과의 실랑이가 또 한 차례 벌어진다. 식탁에 앉자마자 느릿느릿 한 두 숟가락 먹고 식탁에서 다시 내려간다. 그리고 장난감을 만지작거린다.


"방톨아, 밥 먹다 말고 왜 내려가? 밥 다 먹었어?"


"아니, 잠깐만 이거 놀고."


천진난만하게 입에 밥을 오물거리면서 두 손에 자동차 장난감을 가득 움켜쥐고 있었다.


"안 돼. 밥 다 먹고 놀아."


내가 말하면 방톨은 눈치를 보고 다시 식탁에 올라왔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곧 한 두 숟가락 먹고 다시 내려가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육아설명서대로 안 먹는다고 화끈하게 그냥 식판을 치워버릴 수도 없었다. 매번 영유아건강검진 때마다 지적받는 아이의 저체중이었다. 나는 어떻게든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아이의 식사시간은 항상 어려웠다.




아이가 다칠 때마다 나는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는 거 같았다. 그런 날은 마음속에 잠자기 전까지 불안함이 계속 남아있었다.


방톨이 자주 다치고 식사식간에 집중을 못하는 등 산만해서 너무 스트레스를 최고로 받은 날이었다.


아이들이 모두 잠든 후.

나는 마음속으로 울면서 남편 과니에게 마음속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난 내 아들이지만 도대체 방톨 행동이 이해가 안 가. 다친다고 말해도 위험한 행동을 왜 계속하는 거야?"


"……."


남편이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자 나는 속풀이 하듯 계속 말하기 시작했다. 육아동지에게 이렇게라도 털어놓지 않으면 누구에게 털어놓겠는가.


"툭하면 매일 다쳐서 몸에서 멍이 사라지지도 않고, 산만함도 심해서 식사시간마다 너무 스트레스야. 자기는 방톨이 이해가 가?"


"난 이해가 가는데……."


남편이 툭 던지듯 하는 말에 난 그 순간 너무 놀랐다. 내가 조금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이해가 간다니.


"어떻게..이해가 가지?"


"남자들은 원래 그래. 재미있잖아. 나 어릴 땐 형하고 단독주택 옥상에서 뛰어내리기 시합하고. 형은 그러다 팔 부러지기도 했어."


"헉!"


그때 나눈 남편의 이야기에 많이 놀랐다. 그래서 성별이 달라서 내가 아들의 행동을 이해 못 하나 싶었다.


그 후로 방톨을 이해하려 '아들의 뇌'란 책도 보고 성별차이에 대한 공부도 했다. 몇 가지 팁도 얻었다. 그래서 전보다는 아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뭔가 부족했다. 방톨에게는 예측불허의 행동이 많았다.


그러다 어느 날 유치원 알림 앱을 통해서 학부모 교육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질에 따른 육아'관련 강의였다. 신청을 하자 사전에 기질테스트를 해야 한다며 핸드폰으로 테스트 문항이 왔다. 나와 방톨의 기질테스트로 아이의 문항까지 모두 내가 해야만 했다. 문항이 꽤 많아 구시렁대며 20~30분 정도 걸려 문항체크를 간신히 끝냈다.


그리고 강의 당일 날 기질테스트 결과지를 봤다.

맨 첫 장에는 기질은 유전적으로 타고난 특성으로 성격과는 다르게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나와있었다.


모든 결과를 확인하고…….

나는 정말 깜짝 놀라 큰 충격을 받았다.



- 2탄으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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