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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나의 기질테스트를 했더니! 2

나와 다른 너. 이해해 볼게.

by 스토리밤



1편 요약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아들 방톨의 위험한 행동들과 산만함에 스트레스를 받던 중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유치원에서 학부모교육의 일환으로 아들과 나의 기질테스트를 해 보았다. 그 결과는 충격이었다.




며칠 후, 아들과 나의 기질테스트 결과가 나왔다.


유전자의 힘일까. 방톨과 나의 기질은 대부분은 비슷했다.

그런데 방톨과 나 사이에 극단적으로 다른 부분이 하나씩 있었다.


방톨은 자극을 추구하는 정도가 최고 수준이었다.

그래서 무조건 새로운 것과 재미있는 것을 많이 좋아하고 추구한다고 했다. 작은 자극에도 크게 반응해서 산만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재미없는 것을 할 경우는 특히 다른 외부의 자극에 금방 집중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


아들의 결과지를 보면서 얼마나 방톨의 평상시 모습이 떠오르던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봤다.


내가 충격을 받은 부분은 바로 나의 기질테스트 결과지였다.

나는 위험을 회피하는 정도가 최고 수준이었다. 불안감이 높아 위험을 없애기 위해서라면 완벽을 추구하고, 조금이라도 위험해 보이면 시도하지 않는다고 했다.


위험을 피하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똑같은 마음 아닌가.

나의 그 정도가 극단적으로 높다는 것에 나는 동의할 수가 없었다. 뭔가 억울한 마음에 당장 10년 가까이 내 옆에 있는 남편 과니에게 결과지를 들고 갔다.


"방톨이 기질테스트 결과는 맞게 나온 거 같은데, 내 기질테스트 결과지가 이상해!"


나의 말에 동조해 주기를 바라며 나는 남편의 눈앞에 결과지를 들이밀었다.

남편이 그런 나를 보더니 결과지를 주의 깊게 보기 시작했다.


결과지를 다 보고, 남편은 간단명료하게 한 마디만 했다.


"맞는데!"


그리고 조용히 나에게 결과지를 다시 건넸다. 평상시 점이나 운세를 1도 안 믿는 남편이었다. 그런 남편이 이렇게 말하다니.

나는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그날 밤 아이들이 모두 잠든 후.

같이 잠들지 못하고 나는 거실로 나왔다. 의자 한쪽에 던져놓았던 기질테스트 결과지를 다시 보았다. 작게 한숨이 나왔다.


'하아. 내가 정말 이렇단 말이야.'


'내가 이래서 그렇게 방톨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갔었구나!'


'방톨도 극 성향의 엄마를 만나서 얼마나 답답했을까.'


'앞으로 어떻게 아이를 대해야 하지?'


온갖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한참 헤엄쳤다. 그렇게 그날 밤 답이 안 나오는 고민을 한 동안 하다가 나는 잠이 들었다.




그날 이후.

기질테스트 결과는 방톨을 대하는 나의 모습을 조금씩 바꾸게 했다.


어느 날은 방톨이 유치원에서 오자마자 나에게 말했다.


"엄마, 색종이 줘."


"종이접기 하려고? 여기 있어."


나는 서랍에 있는 노란색, 빨간색 색종이 2장을 꺼내서 줬다.


"아니 더 많이 필요해."


"그래? 여기."


나는 더 몇 장을 꺼내서 건네줬다.


'종이접기 하면 좀 조용히 놀겠지?'

라는 편한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잠시 후 슥슥소리와 흥분해서 신나 하는 방톨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내가 쳐다보자 자랑스러운 듯이 방톨이 외쳤다.


"네 발 스케이트! 으헤헤."


몸을 강아지처럼 구부려 양손, 양발을 매트가 없는 맨바닥에 대고 있었다. 그리고 방톨은 색종이를 모든 손바닥, 발바닥 아래에 한 장씩 놓고 슥슥거리며 색종이 스케이트를 탔다. 그러다 미끄러져서 바닥에 무릎과 팔을 쿵하고 연신 찧기 일쑤였다. 아플 거 같은데 신나서 웃는 웃음소리가 끊이지를 않았다.


반면 나는 다칠 거 같은 불안감에 당장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문득 기질테스트의 결과가 생각이 났다. 나는 내 마음을 조금 억눌렀다.


'스트레스 받지 말자. 그래. 신나게 또 네가 자극을 추구하는 중이구나.'


애써 외면하며 방톨이 좋아하는 사과를 냉장고에서 꺼내서 서걱서걱 깎았다. 그리고 방톨의 간식접시에 먹기 좋게 작게 잘라서 톡톡 담았다.


"좋아하는 사과 먹을까?"


"응. 먹을래!"


그러자 신나게 색종이 스케이트를 타고, 에너지를 금방 소진한 방톨이 사과를 먹으러 다가왔다. 그렇게 나의 고음 소리 없이 색종이 스케이트 해프닝이 일단락이 되었다.




또 아침 양치시간의 일이다.


밥을 먹고 나면 양치를 해야 하는데 방톨이 거실에 벌러덩 누워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마음 급한 나는 화장실에 가서 치약을 들고 이미 대기 중이었다. 초조함으로 마음이 가득 찼다.


'유치원 늦었는데 양치하러 왜 안 오는 거야.'


"방톨아! 얼른 양치하러 와!"


나의 부름에도 거실에 있는 방톨이 아무 말 없이 조용했다.


"방톨아!"


아무리 불러도 방톨이 화장실로 오지 않았다. 나는 잠깐 고심하다가 화장실에 있는 새로운 칫솔이 눈에 들어왔다. 순간 뇌리에 어떤 생각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


"앗! 화장실에 새로운 칫솔이 있네!"


"무슨 칫솔?!"


내 말이 끝나자마자 되물으며 다다다 달려오는 방톨의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화장실로 쌩하니 방톨이 들어왔다.


정확히 2초 걸렸다.


"새로운 칫솔 어디? 어디?"


두리번거리는 방톨에게 칫솔을 건넸다.


"여기. 이제 양치하자!"


조그만 병아리 입을 삐죽 내밀며 방톨이 양치를 시작했다. 그런 방톨을 보며 나는 양치질도 잘한다며 무한 칭찬을 날렸다.




첫째 베라는 나와 비슷한 기질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베라의 행동이 나의 기준으로 예측이 되었다. 아이를 대하는 어려움이 덜했다.


베라가 가끔 불안함을 표현할 때, 아이의 마음이 나의 어릴 때를 보는 것 같아 이해가 너무 잘 되었다.


나의 경험을 거울삼아, 베라에게 종종 불안감을 낮출 수 있게 많이 이야기하고 다독여주었다.



그런데 방톨은.

나의 잣대로, 나의 기준으로, 다른 기질의 아이를 보고 판단하려 했으니, 아이가 이해가 안 되는 건 당연했다.


아이는 결국 나의 연장선이 아니라 나와 독립된 다른 존재인 것인데.


나에게 맞춰서 방톨을 대했으니, 나도 힘들었지만 아이도 표현은 못 해도 많이 힘들었겠지.


기질테스트 결과로 나의 잘못된 생각을 다시 한번 반성했다.






"엄마 사랑해!"


오늘도 내 품에 꼭 안기며 1일 1 사랑고백을 하는 아들을 내 눈에 가득 담았다.


"엄마도 사랑해."


같이 1일 1 사랑고백을 하며 보송보송한 방톨의 볼에 뽀뽀를 날렸다.



아들.

엄마는 아직도 널 이해하기가 어려워.


하지만 노력해 볼게.

엄마는 널 아주 많이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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