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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을 들은 아이 마음건강 지키는 법

예민한 나를 닮은 첫째의 마음달래기(나의 마음도 같이..)

by 스토리밤


12월 마지막 주말.

추운 날씨에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남편과 아이들과 따뜻한 집에서 보내는 중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무한공항에서 제주공항 여객기 사고를 뉴스를 통해서 접하게 되었다.


처음 사고 뉴스를 접했을 때 나는 현실감이 없었다.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닌가 했는데 다시 보니 우리 나라에서 벌어진 사건이였다.

순간 나는 너무 놀라서 나도 모르게 같은 말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허. 어떡해. 어떡해."


그리고 어느 정도 현실감각이 돌아올 즈음 혹시나 하는 걱정이 차올랐다. 빠르게 가족들과 주변 지인에게 확인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엄마 무서워."


나에게 꽉 안기며 첫째 베라가 몸을 떨었다.


둘째 방톨은 장난감을 잔뜩 어질러 놓고 자동차 놀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 뉴스를 제대로 못 들었는데.

첫째 베라가 우리와 같이 뉴스를 들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제서야 나는 남편과 한번 눈을 마주치고 TV를 껐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개별적으로 정보를 보기 시작했다.


"괜찮아."


나에게 꽉 안겨오는 베라의 등을 토닥이며 무서워하는 베라를 달랬다. 하지만 그런 나의 마음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단지 내색하지 못할 뿐이었다.


여기저기 연락해 본 결과, 주변 지인중에는 사고와 관련된 사람들은 없었다.


하지만 뉴스와 인터넷을 통해 들어오는 사고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주변 이웃같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작별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이별들은 차마 표현할 수 없는 슬픔으로 다가와 마음이 너무 아리고 아팠다.


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슬픔을 어린 아이들에게 나눠줄 수는 없었다. 나는 수시로 빨개지는 눈시울을 감추며 아이들 몰래 눈물을 훔쳤다.



나는 일부러 관심을 첫째 베라에게 돌렸다.


베라는 평상시에도 재난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를 가지고 있었다.

학교에서 전쟁과 관련된 수업을 듣거나 민방위훈련 경보가 들리는 날이면 그 날은 어김없이 밤에 쉽게 잠을 못 이루었다. 우연히 화산이 폭발하는 장면을 본 이후로는 화산과 관련된 두려움을 어김없이 표출했다.


"엄마, 나 잠자는 동안 전쟁 안 일어나지? 화산폭발하는 거 아니지?"


잠들기 전 한동안 베라의 잠자리 인사였다.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잠자기 전에 안심시키고 꼭 안아줘야만 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가 점점 불안감을 덜 표출했다. 나도 일부러 아이가 두려워하는 단어를 언급하지 않으려 노력했었다.


그런데 아이가 무서워하는 모습을 보니 걱정이 되었다.


'불안감이 다시 심해지면 어쩌지.'



다행히 월요일 학교알림앱을 통해 '자녀 마음건강 돌보기' 안내문이 왔다. 시기적절하게 안내문을 보내준 학교에 감사하며 우리 베라를 위한 글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눈을 빛내며 꼼꼼하게 정독을 했다.


안내문의 대략적인 내용은.


아이의 재난 경험은 직접 경험부터 매체로부터 접한 간접 경험까지 포괄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로 기억력 저하, 우울증, 불안, 현기증, 의심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가정 내 대처방법으로 사고관련 영상 피하기, 이미지 대신 언어로 설명하기, 나비포옹법 활용하기 등이 있었다.


나는 재난 경험 스트레스로 기억력 저하, 현기증까지 올 수 있다는 부분에서 놀랐다. 마음의 건강상태가 몸의 건강상태까지 좌우한다니 마음상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이 하원 한 후, 일단 아이가 할 수 있는 나비포옹법을 첫째 베라에게 알려줬다.


"베라야, 불안한 마음이 들 때 이렇게 해봐. 양팔로 어긋나게 어깨를 감싸고, 숨을 크게 쉬며 10번에서 15번 정도 토닥토닥 두드려."


베라가 주춤주춤하더니 나를 따라했다.


"이렇게?"


"응. 이게 나비포옹법이라는 건데. 이렇게 두드리면서 '괜찮아 다 지나갈거야' 따라 해봐."


베라가 엉거주춤 나를 따라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괜찮아. 다 지나갈거야. 엄마 두드리는 모습이 나비 날개 같아. 그래서 나비포옹법이라고 하는구나!"


"그래. 그러네. 어때? 좀 안정 돼?"


"응 그런 것도 같네."


그때 우리를 보던 둘째 방톨이 혼자 놀다가 심심한지 소리쳤다.


"누나! 나랑 놀자!"


"응! "


베라가 쌩하니 둘째 방톨에게 달려갔다. 이내 두 아이들의 우당탕탕 꺄르르 소리가 울려퍼졌다.


나는 나비포옹법을 풀지 않고 계속 내 어깨를 두드렸다.

우리 베라. 괜찮겠지?


생각과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토닥토닥. 두 손이 나비 날개가 되어 나를 다독였다.


벌써 한 해가 다 지나가고 2025년이 다가왔다.

내가 계획했던 일 중에 이뤄진 것도 있었고 못 이룬 것도 있었고.

특히 작년 12월은 정말 대부분의 것들이 불확실성 속에 불안과 슬픔의 연말이었다.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서 희망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하하호호 웃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나를 보고 믿음 가득한 눈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남편을 보며.


나는 지쳐있는 내 마음도 몸도 토닥였다.


토닥토닥.

토닥토닥.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2025년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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