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새해 아들이 터득한 신기술

쑥쑥 성장하는 아들

by 스토리밤


"엄마! 나 이제 형아니까 떨어져 있는 젓가락 써 볼래!"


새해가 되고 첫 주말이었다.


방톨이 누나 베라와 깔깔대며 한참 장난치면서 밥을 먹다가 뜬금없이 말했다. 아이의 시선이 누나의 손에 있는 떨어져 있는 젓가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방톨의 손에는 젓가락끼리 서로 붙어있는 유아용 젓가락이 있었다.


방톨 식판 주위는 장난치면서 먹느라 반찬들이 흩어져 있었고, 밥풀나무처럼 방톨 입 주위도 밥풀이 달라붙어 있다.


붙어 있는 젓가락을 쓰는 지금도 깔끔하게 식사를 하지 못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떨어져 있는 젓가락을 주면 얼마나 지저분하게 식탁을 어지르며 먹을지 상상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얼른 아이의 말에 대답했다.


"아! 그래! 형아니까 떨어져 있는 젓가락 써야지!"


아이가 배우려는 의지를 보일 때 그 부분의 실력이 일취월장한다는 것을 경험상 알고 있었다. 방톨이 스스로 배우겠다는 말을 한 것이 기특했다.


떨어져 있는 젓가락을 수저통에서 꺼내 방톨에게 건넸다. 그리고 젓가락 잡는 법을 아이에게 보여주었다. 방톨은 끙끙대며 서툴지만 떨어진 젓가락으로 열심히 반찬을 집으려 노력했다. 그러자 반찬들이 식판 주위에 신나게 춤추며 더 화려한 예술을 펼쳤다.


"왜 이렇게 안 되지?"


"누나도 원래 처음에는 못했어. 연습하면 잘 될 거야."


투덜대는 방톨을 보더니 첫째 베라가 그래도 누나라며 의젓하게 방톨을 다독였다. 그런 베라에게서는 좀 전 방톨과 장난치며 깔깔대던 모습이 어느새 사라지고 안 보였다.


둘째를 키워보니, 한 명을 키울 때보다는 확실히 가르치는 것이 수월했다. 첫째 베라를 키울 때는 생활방식을 하나하나 기초부터 가르쳐줘야 했지만. 둘째 방톨은 누나를 보고 따라 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그래서 따로 알려주지 않아도 어느 정도 기초적인 부분은 아이가 누나를 보고 금방 배웠다.


남매 둘이 말을 주고 받으며 식사하는 모습을 나는 흐뭇하게 지켜봤다.

비록 식탁 위는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있었지만.




다음 날 방톨이 대변을 본 후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내가 뒤처리를 도와주려 하자 방톨이 손을 들어 나를 막았다.


"엄마! 내가 닦아볼게. 유치원에서 배웠어. 휴지 6칸 뜯고 접어서."


방톨은 직접 두루마리 휴지를 한 칸 한 칸 세어 6칸을 떼어냈다. 뜯어낸 휴지를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접었다. 그리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엉덩이를 닦기 시작했다.


"우와. 응가하고 닦을 줄도 알아? 우리 방톨이 기특하네. 최고다. 최고!"


나는 방톨에게 무한 칭찬을 날렸다. 아이가 대견스러웠다.


마지막으로 뒤처리 한 최종상태만 내가 한 번 더 확인했다. 나에게 처음 보여주는 모습인데 뒤처리도 깔끔했다.


해가 바뀌어서일까. 어제에 이어 방톨이 새로운 기술을 나에게 연달아 보여줬다. 항상 걱정하고 어리게만 봤는데, 아이는 어느새 스스로 할 줄 아는 아이가 되어 있었다.


아이가 많이 컸구나 하는 기특함에 마음이 기뻤다. 또 한 편으로는 더 이상 나의 손길을 기다리는 마냥 어리기만 한 아이가 아니라는 아쉬움이 마음에서 묵직하게 퍼졌다.

나도 모르게 눈에 눈물이 고였다.




며칠 뒤.

유치원에서 하원을 한 방톨이 흥분한 상태로 나에게 와서 외쳤다.


"엄마! 나 하늘을 날 수 있다! 봐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나를 쳐다보면 말하는 방톨의 말에 나는 의아해졌다.


'응? 무슨 소리야?'


나의 눈이 자신에게 고정된 것을 확인한 방톨이 '흐흡'하고 호흡을 크게 들이마쉬곤, 엉거주춤 무릎을 구부렸다. 나는 여전히 아이가 무슨 행동을 하는 건지 짐작도 못한 채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얍!"


갑자기 제자리에서 높게 점프를 하면서 양팔을 벌려 양 손바닥으로 파르게 파닥거렸다. 유독 그날따라 위아래 노란색 옷을 갖춰 입었던 방톨. 흡사 병아리가 점프를 하면서 공중에서 작은 날개로 파닥거리는 느낌이었다.


탓하고 1초 만에 바닥에 착지한 방톨. 아이의 흥분한 목소리가 내 귀에 꽂혔다.


"어때? 엄마! 나 좀 날았지?"


"......"


"그렇지?"


"......"


방톨의 두 눈이 환희로 가득 차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스스로 뿌듯해하며 칭찬을 갈구하는 눈빛이었다. 까마귀의 까악거리는 소리가 내 머릿 속을 가득채웠다.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할까. 나는 찰나의 순간 정말 깊은 고민을 했다.


첫째 베라를 키울 때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둘째 방톨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아들의 모습은 가끔 엉뚱하지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창의적인 행동을 보여주곤 했다.


'그게 뭐가 하늘을 난 거야. 점프한 것뿐이잖아' 라며 현실적인 말이 입에서 나오려는 것을 애써 웃음으로 다시 삼키며 나는 조용히 엄지 손가락을 올렸다.


"히히힛"

나의 손가락 칭찬을 보고 아이가 신나서 웃음을 터뜨렸다.



최근 아이가 보여준 모습들을 보고 많이 어른스러워졌다고 생각이 들었는데...

아직 아이는 아이였다.


비록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만 아이에게 삶의 한계를 벌써부터 단정 지어서 알려주기가 싫었다.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상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지금은 인공지능이 글도 쓰고 그림을 그린다. 로봇이 치킨도 튀기고 김밥도 말며, 서빙도 한다.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까.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은 한계가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연습하면 더 오래 날 수 있을 거 같아!"


노란병아리, 방톨의 희망찬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조용히 웃음 지었다.


빈곤한 상상력이지만 잠시 상상을 해 본다.



혹시 모르지.


미래에는 어른 방톨이 웃으면서 방 안에서 둥둥 떠다니며 공중제비를 하며 놀고 있을지도.



keyword
이전 21화재난을 들은 아이 마음건강 지키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