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 대마왕 아들 ep1

아들 너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해.

by 스토리밤

그날은 국경일 전날이었다.


"엄마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까 유치원 걸어가자!"


둘째 방톨이 밥을 먹다가 창문을 보았다. 그리고 맑은 하늘을 보고 말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유치원 등원시 가끔 걸어가곤 했다. 그게 생각이 났는지 방톨이 선언하듯이 외쳤다.


"그래. 그럼 밥 빨리 먹고 얼른 준비해야 해."


"응!"


밥을 먹는 방톨의 속도가 조금 빨라졌다.


덕분에 다른 때보다 좀 빨리 등원준비를 마치고 정신없이 집 문을 나섰다.


신선한 공기에 기분이 좋은지 신나 하며 걸어가는 아들이었다. 그러다 맞은편 도로 쪽을 보고 손가락을 가리키며 외쳤다.


"엄마! 저기 봐봐!"


맞은편 도로에는 태극기를 가득 싣고 있는 트럭이 후미등을 깜빡거리며 임시정차 중이었다. 그리고 그 트럭 짐칸에서 작업복을 입은 아저씨가 가로등 태극기 꽂이에 태극기를 꽂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잠시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방톨이 다시 물었다.


"트럭에서 내린 아저씨가 가로등마다 태극기를 꽂고 있어! 왜 저러는 거지?"


"아. 저건."


'국경일부터 자세히 설명해 줘야 하나.'

어떻게 아이에게 설명을 해줄까 고민하며 내 말이 길게 늘어지고 있던 찰나였다. 성격 급한 방톨이 내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외쳤다.


"아! 알았다!"


"응?"


이미 모든 답을 다 얻은 것 마냥 방톨이 기세등등했다.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알았다는 건지.


"전통놀이 하려고 그러는구나!"


그러면서 양팔을 옆으로 들어 올려 흐느적거리는 특유의 춤을 추기 시작했다.


"태극기 흔들흔들! 얼씨구! 절씨구!"


큰 목소리로 외치며 인도에서 시전 하는 흐느적 춤이라니.

주변을 확인하지 않아도 길거리를 지나가던 학생들과 어른들의 시선이 우리에게 쏠리는 게 느껴졌다. 쿡쿡거리는 웃음소리도 들려왔다. 나는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하! 하! 유치원 늦겠다! 방톨아! 얼른 가자!"


나는 흥이 나서 춤추고 있는 방톨의 손을 잡고 끌었다. 한 손은 나에게 붙잡혀서 걸어가면서도 나머지 한 손으로는 여전히 흐느적 춤을 추며 따라오는 방톨이였다.


"얼씨구! 절씨구!"


이미 고정관념으로 굳어진 나와 다르게 한계 없이 펼칠 수 있는 아들의 상상력이 부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잠시 길거리에서 귓가에 꽹과리와 징이 울려 퍼지고, 가로등에 꽂혀 있는 태극기들을 흔들며 전통놀이가 펼쳐지는 광경을 생각해 봤다.


까불거리며 걸어가는 못 말리는 아들을 바라보고는 잠깐 한숨을 내쉬며 올려다본 하늘이 엄청 깊고 파랬다.


아들 정말 너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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