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와 왕자가 사는 집

우리 집은 왕궁?

by 스토리밤

"엄마. 엄마!"

첫째 베라가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설거지를 막 끝냈을 무렵이었다.


"응?"


"이거 잘 안 붙어. 잠깐만 붙잡아 줘."


나의 도움을 요청하는 베라를 보니 주변에 색종이와 가위, 풀 등 온갖 만들기 재료가 어질러져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별거 아닌 하찮아 보이는데 세상 소중하다는 듯이 집중력을 발휘하여 무언가를 계속 만들고 있는 베라.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아이가 말한 대로 도와주었다.


그 후에도 나를 부르는 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엄마를 계속 외쳐서 환청이 들릴 것만 같은 기분까지 들었다.


"그만 놀고 피아노 학원 갈 준비 해야지!"


나는 한숨 돌릴 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시계로 확인하고 이야기했다. 베라의 매니저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응. 알겠어."


아이가 손에서 만들기 재료를 놓지 않고 중얼거렸다.



초등학교 겨울방학은 두 달 가까이 된다.


방학이 길다고 하면 학생들은 나에게 비난을 할지도 모르겠다. 학생 신분이 끝나고 성인이 되니 방학이 사라졌다. 나는 방학이란 것이 학생들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행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삶에서 다시 가질 수 없는 방학을 그리워했었는데.

첫째 베라가 태어나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방학이 달갑지 않았다. 나도 학생이었을 때는 방학을 손꼽아서 기다렸는데 말이다.


엄마가 된 지금 방학기간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니. 초등학교 학부모가 되기 전까지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 몰랐다.


물론 방학이 되면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소통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인 아이가 방학기간 집에 있으면 부모에게 많이 의지하고, 아이의 하루 일과는 부모가 이끌어줘야만 했다.


아이가 학원에 가 있는 찰나의 시간(이 시간은 희한하지만 정말 짧게 느껴진다.)은 밀린 집안 일과 집중해서 해야 할 일을 하고 나면 금방 지나간다.


베라가 학원을 다녀오고 둘째 방톨이 유치원을 하원하자 남매 둘이 집에 모였다. 집에서 하하 호호 아이들의 말소리가 배가 되었다.


무엇을 하면서 재미있게 노는지 바라봤다. 젠가 나무 블록으로 구조물을 같이 만들더니 집이라며 역할극 놀이를 하고 있었다. 둘이 사이좋게 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저녁을 준비하면서 내 마음이 흐뭇했다.


'전에는 둘이 자주 다투더니 방학이라고 베라가 심심한지 방톨하고 자주 잘 놀아주네.'


"얘들아, 저녁 먹고 놀아."


저녁준비가 마무리되자 놀고 있는 아이들을 불렀다. 남편 과니는 저녁을 먹고 들어온다고 해서 아이들과 저녁식사를 해야 했다.


식탁에 앉아서도 아이들의 역할극은 계속되고 있었다.


"방톨 왕자님. 식사 맛있게 드세요!"


베라가 장난이 깃든 간지러운 목소리로 둘째 방톨을 보고 말하자 방톨이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대답했다.


"베라 공주님도 맛있게 드세요. 헤헤"


서로 공주와 왕자라고 부르며 역할 놀이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뭔가 어색함에 내 팔에 살짝 닭살이 돋았다.


아이들이 한 숟가락씩 입에 넣더니 대화를 이어갔다.


"우리 멋진 왕자님. 밥도 잘 드시네요."


베라가 눈을 찡긋하며 말했다.


"베라 공주님도 정말 아름다우세요!"


방톨이 바로 대답했다. 남이면 보기 어려울 공주왕자 놀이가 이어졌다.


'나도 장단 좀 맞춰줘 볼까?'

"너희가 공주와 왕자면 그럼 엄마는 왕비?"


나는 살짝 장난기 어린 웃음을 지으며 아이들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베라가 나의 장난을 눈치챘는지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더니 외쳤다.


"무엄하닷! 우리에게 맛있는 다과를 가져오너라."


"나는 쪼콜렛!"


방톨이 재미있다는 듯이 좋아하는 간식을 외쳤다.


이 녀석들..

왕비가 아니고 시녀인 거니.


"장난 그만하고 밥 얼른 먹어!"


아이들이 어질러 놓은 반찬들을 바라보며 나는 큰 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속 좁은 엄마가 돼버리기 싫어서 약간 서운한 표정을 짐짓 감추었다.


까르르 웃어대는 베라와 방톨이었다.


둘째가 어질러놓은 반찬을 바라보며 치울 걱정을 하는 나는 마음속에서부터 어차피 왕비가 아니었다.


왕비가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그저 공주와 왕자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자라길 바랄 뿐이었다.


공주와 왕자가 사는 집에 사는 시녀(?)가 기다리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다행히 방학이 며칠 안 남았다.


이전 02화상상력 대마왕 아들 e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