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첫째 발깁스의 시작
첫째 베라의 초등학교 개학을 며칠 앞둔 2월 마지막 주.
베라가 또 어이없는 일로 발깁스를 하게 되었다.
방학기간 개학만을 기다리던 나였는데 3월 개학 후에는 더 열심히 아이의 또 다른 발이 되어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엄밀히 따지면 베라의 인생에서 3번째 황당한 일로 하게 된 발깁스였다. 너무 속상하고 한숨만 나올 일이었다.
베라의 첫 번째 발깁스의 시작은 2년 전 초1 추석연휴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의 일은 아직도 생생하다.
추석연휴 기간 시댁에 이어 친정에 머무르게 되었다. 아이들은 한참 놀다가 TV를 보고 있었다.
갑자기 베라가 TV에 집중한 상태로 소파 위에 있다가 바닥으로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왔다.
"아파! 으앙!"
외마디 비명과 함께 베라는 왼 발을 붙잡고 울음을 터트렸다.
"베라야, 왜 그래?"
나는 베라에게 다가가 물었다. 아이의 울음소리가 다른 때보다 날카로웠다.
"새끼발가락이 꺾여서 엉덩이에 눌렸어! 너무 아파!"
아이의 말에 발을 보니 왼쪽발의 새끼발가락이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상태를 보려고 나는 손으로 살짝 건드렸다. 아이는 아프다며 만지지도 못하게 했다.
소파 주변에는 다른 장애물도 없었다. 아이는 그저 소파에서 바닥으로 내려왔을 뿐이었다. 나는 그저 일시적으로 아이 발가락의 인대나 근육이 살짝 삔 거려니 생각을 했다.
베라는 종종 작은 생채기에도 아프다며 큰 울음을 보이는 아이였다. 그리고 어차피 설 연휴기간이라 문 연 병원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좀 있어보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수도 있어."
"응."
나의 말에 베라는 울음을 그치고 재미있게 보던 TV에 정신을 다시 집중했다. 나는 다 같이 오랜만에 모인 즐거운 설 연휴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 후 아이는 왼 발을 바닥에 제대로 딛지를 못했다. 그리고 집 안에서의 방과 방끼리의 짧은 이동도 나에게 몸을 의지해서 한 발로 절뚝거리며 간신히 걷거나 나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하루가 지났다.
베라의 발은 상태가 더 심각해졌다. 새끼발가락뿐만 아니라 그 주변 연결된 근육들도 퉁퉁 부어올랐다. 새끼발가락과 발등이 연결된 부분은 멍이 파랗게 들었다. 그리고 베라는 아프다며 건드리지도 못하게 했다.
느낌이 안 좋았다.
과거 나는 손 골절의 경험이 있었다. 갑자기 그때 다치고 나서 하루 이틀 뒤 붓고 멍들었던 내 손가락의 모습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추석연휴 마지막 날.
둘째 방톨은 남편에게 맡기고, 문을 연 정형외과를 찾아 베라를 데리고 갔다. 병원 대기실은 연휴기간 밀려있던 환자들이 몰려들어 숨쉴틈 없이 꽉 차 있었다.
"엄마 무서워."
병원을 무서워하는 베라는 나의 손을 꼭 잡고 진료 전부터 무서워하며 벌벌 떨었다.
"괜찮아. 사진만 일단 찍어보자."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서 아이가 다치게 된 경위를 듣고 아이의 발가락을 보았다.
"아. 멍이 있네요. 일단 엑스레이를 찍어볼게요."
무서워하는 아이를 다독이며 절뚝거리는 아이를 도와 엑스레이를 찍고 다시 진찰실로 들어갔다.
"새끼발가락이 완전히 부러졌어요. 여기 보이시죠?"
"헉! 네. "
나는 순간 큰 물건으로 머리를 맞은 거 같았다. 너무 놀랐지만 애써 정신을 차렸다.
내 손을 꽉 잡은 불안해하는 베라의 손이 느껴졌다. 의사 선생님의 설명에 정신을 집중해야만 했다.
검은색 바탕에 흰색의 작은 발가락뼈 사진은 아직도 작디작았다. 의사 선생님의 볼펜이 가리키는 곳은 하얀 뼈가 꺾여서 튀어나와 있었다.
"많이 아팠겠는데요. 완전히 부러져서 새끼발가락 옆이 튀어나왔어요. 일단 뼈를 맞춰볼게요."
아이가 그 말을 듣고 불안해했다.
"조금 아플 거야. 아이야."
의사 선생님은 고개를 갸웃하더니 아이를 침대에 앉힌 후 새끼발가락을 짧은 순간 건드렸다.
"으아악!"
베라는 큰 아픔에 비명 같은 울음을 터뜨렸다. 의사 선생님은 신속하게 끝냈다.
울고 있는 베라를 껴안으며 다독였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떨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 베라의 아픔이 나한테까지 전해졌다. 많이 아픈지 울음이 멈추질 않았다. 마음이 너무 아프고 속상했다.
"아팠지? 끝났어. 얘야. 일단 뼈는 맞췄고 발 깁스를 할 텐데 뼈가 다시 붙으려면 한 달 정도 걸립니다."
의사 선생님은 대기실에 밀려있는 환자들을 의식해서인지 빠른 속도로 말을 이어갔다.
"네. 하아."
나는 아픔에 떨고 있는 베라를 달래느라 정신이 없었고 간호사의 도움으로 베라는 빠르게 발깁스를 했다.
"너무 아팠어. 엄마."
아이는 아직도 훌쩍거리고 있었다.
"고생했어. 많이 아팠을 텐데. 한 달 동안 깁스해야 낫는데."
나는 불안해하는 아이에게는 겉모습은 평정심을 유지하며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나의 속은 말이 아니었다. 너무 속상했다.
발깁스를 한 베라를 부축하며 나오는 병원입구에서 나는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고 있었다.
'아이가 소파에서 내려왔을 뿐인데 골절이라니요! 정말 너무 하세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아이 발가락 골절의 이유가 너무 황당하고 기막혔다.
답답하고 속상한 나의 마음을 알지도 못하고 병원입구를 나오면서 바라본 가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하기만 했다. 차라리 비라도 주룩주룩 내렸으면 싶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아이와 같이 울고 있었다.
그때는 몰랐다. 이것이 베라의 발깁스 시작이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