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조기폐경 극복 에세이 6]
1) 난자 냉동을 추천받다.
처음 조기폐경을 진단받은 직후부터 매년 정기검진을 갈 때마다 담당의사에게 듣는 이야기다.
‘난자 냉동’ 이라니.. SF 좋아하던 시절부터 냉동인간 모티브 이런 건 익히 들었다만 막상 설명을 들으니 기분이 이상하게 불쾌했다.
난자 냉동 비용은 추출이 2000만 원(2017년 기준)쯤 들고, 보관료는 매달 30만 원 정도라 했다.
'호르몬 주사, 과배란 주사를 맞고, 난자를 채취해서, 보관료도 내면서 냉동한다….'
‘내가 이렇게 하면서까지 이 세상에 후손을 남기고 싶은 의지가 있는가?’
대답은 ‘전혀 아니다’였다.
그래서 지금까지 한적은 없다. 그렇지만 담당의사 선생님은
“제가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 중에 후회하시는 분들을 많이 뵙기도 해서 권장하는 거예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난자 추출이 가능할 때, 해두지 않으면 어렵거든요”
의사로서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난자 냉동을 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지금도 이 마음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 정보를 혹시 몰랐던 분들에게는 도움이 되길 바란다.
2) 건강염려증이 심해졌다.
건강에 대해 염려하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만, 조기폐경 진단 이후 건강염려증이 더 심해진 것 같다. 일단 내 몸이 보통의 20대와 다르다고 생각하면 칼슘, 마그네슘을 잘 섭취해야겠다는 생각 , 골다공증이 오면 어떡하지 라는 두려움, 심장병 위험이 정말 높아질까?라는 두려움이 생긴다.
그렇다 보니 영양제를 예전보다 심하게 챙겨 먹는다던지, 조금만 몸이 아파도 무조건 병원을 가게 된다던지 하게 된다. 내 몸은 내가 돌봐야지. 그리고 특히 산부인과 질환 (예를 들면 질염)과 관련해서 병원을 내원하게 되면 온갖 생각이 든다. 혼날 것 같은 기분도 들고 , 면역력이 약해서 걸린 거라고 하는데도 1절부터 4절까지 내 몸에 대해 원망하게 되고 걱정하게 된다.
3) 검색 또 검색하는 습관
정보를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쪽으로 걱정의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뭐든 알아봐 직성이 풀려서 정보를 많이 검색했다. 논문도 찾아보고, 일반 블로그 자료나 유튜브도 참 많이 찾아봤다. 최근에 괜찮은 유튜브를 발견해서 추천하려고 한다.
우리 동네 산부인과라는 채널인데 지루하지 않게 여성 건강과 폐경 등 산부인과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4) 감정의 폭풍이 밀려온다.
(1) 두려움
내 글의 흐름을 잘 따라오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을 잘 이해해야 한다.
조기 폐경으로 인한 두려움 혹은 심리적 상실감이라고 하면 ‘아.. 여성으로서 임신을 못하게 되니 그것 참 상실감이 크겠구나’라고 먼저 생각한다. 하지만!
정말 다행히도(?) 나는 임신과 출산을 내 인생 계획안에 넣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기폐경 진단을 받았을 때 두려웠다.
이유인즉슨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내 몸에 수반되는 문제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금만 찾아보면 조기폐경의 원인은 대부분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더 많고, 그에 동반되는 증상들은 다양한데, 이에 대한 심리적 지원은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다.
흔한 증상인 것에 비해서 예측할 수 있는 게 적기 때문에 더 두려웠던 것 같다.
(2) 수치심으로 부터 오는 괴로움
이 경우는 연애와 결혼을 생각하고 있다면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나의 경우 구남친과 진지하게 연애를 할 때에 결혼까지 생각하면서 마주 했던 문제다. 혼자 살 때에 나 자신은 문제는 있더라도 하자 있는 사람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결혼을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첫째로 상대방에게 나의 몸 상태를 알리고 이것이 불임과 직결되는 것이라고 내 입으로 말해야 한다.
둘째로 ,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상태를 인정하고 집안 어른들께 말해야 하는 상황까지 올 수 있기 때문에 그것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했다. 말하지 않으면 문제 될 것도 없는데 , 나는 정말 괜찮게 살고 있는데! 이걸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진짜 문자 그대로 수치 스러웠다.
각자 당면한 상황에 따라서 이 내용은 똑같이 적용되긴 어렵겠지만 , 조기폐경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비슷한 감정은 느껴봤으리라 생각한다.
(3) 막막함
호르몬제를 언제까지 먹어야 할지, 내 몸이 진짜 빨리 늙어버리는 건지, 내 몸을 내가 잘 모르기 때문에 막막함이 크다. 지금 상황이 그렇게 크게 불편한 건 없지만 이게 언제까지 괜찮을지 막막함은 자연스럽게 느꼈던 것 같다. 이 막막함은 앞으로도 줄 곧 등장할 것이다. 어느 날은 괜찮아졌다가 어느 날은 또 괜찮지 않기를 반복할 것이다.
가슴이 턱 막히고 외로워질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다른 걸 생각하지 말아야지,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내쉬자.. 금방 사라지진 않더라도 조금 나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