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조기폐경 극복 에세이 5]
1) 폐경이라고 해서 생리(정혈)가 무 잘리 듯 댕강 끝나는 게 아니다.
‘조기폐경’ 그러니까 생리(정혈)가 이른 나이에 끝났다고 하면 정말로 순식간에 끝인 줄 아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는 그렇지 않다.
여전히 생리(정혈) 시기가 돌아오면 PMS(월경전 증후군)를 겪는다. 우울감, 피로감, 아랫배, 허리 통증 등 진짜 생리(정혈) 때와 똑같은 증상을 겪는다. 그리고 배출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해소되지 않고 PMS도 길어진다. 매달 혹은, 몇 달을 간격으로 길게는 2주~3주씩 이런 증상이 있었다. 단순히 컨디션이 안 좋은 게 아니라 ‘진짜! 정말 온몸이 모든 힘을 다해서’ 최악의 컨디션이었다.
아, 여드름도 난다. 얼굴과 몸에 여드름이 올라온다.
아직은 내 몸에서 생리(정혈) 비슷한 걸 하려고 호르몬들이 노력을 하고 있구나 싶었다.
무 자르듯 댕강 끝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수도꼭지 잠기듯, 조금씩 조금씩 달라지는 것이구나 생각했다.
2) 우울증
조기폐경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나이에 폐경을 맞는 여성들도 흔히 겪는 증상이다.
우울증까진 아니어도, 우울감은 겪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이 우울증이라는 게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심해진다. ‘나는 왜? 이렇게 된 거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갑자기 몸이 늙어버리는 건 아닐까?, 나한테 달라지는 건 뭐지? 나는 그럼 생물학적으로 여성성이 사라지는 건가? ’
생각이 곱게 들 리가 없다. 힘든 게 맞으니까. 눈물도 자주 나고, 화도 나고, 무기력하기도 하고 , 불면증에 시달리기도 한다. 공감할 대상을 찾기가 어려운 것도 그 이유 중에 하나였다.
1000명 중에 1명꼴이면 내 가까이에도 있다는 뜻인데 당장 찾을 수가 없으니 하소연하기도 쉽지 않았다.
우울감이 심해지고 좋지 못한 생각이 들었을 때 다행히 정신과 치료를 먼저 받았다.
약은 확실히 도움이 된다. 상담도 도움이 된다.
내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스스로 버티면서 나 자신을 갉아먹는 것보다 전문가의 힘을 빌리는 편이 훨씬 더 낫다고 생각한다.
영원히 우울할 것도 아니고, 지나가는 것이긴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나락을 찍는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감정이 있다고 인정하고 전문가를 만나는 것을 추천한다. 한번 용기를 내고 나면 그다음부터는 정말 쉽다.
자꾸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면 내 몸을 챙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과 치료, 상담, 자조집단 이렇게 삼박자가 골고루 갖춰지는 상황이라면 제일 좋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울증 치료부터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3) 무력감
우울증이랑은 또 다르다. 이것은 본인이 원래 어떤 생각을 했었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다. 만약, 출산을 평생 바랐던 사람이라면 당장 난자 냉동을 하지 않는 이상 일반적인 출산을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무력감을 느낄 것이다.
혹자는 아기를 낳는 것과는 별개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무력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이게 분명 아픈 게 맞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말하기도 껄끄럽고, 말하는 순간 하자 있는 사람이 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결혼을 하지 않은 상황이라면 상대방에게 이 상황을 설명하고 , K-유교 국에서 상대방 부모님께는 또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생각하다 보면 ‘아 그냥 혼자 사는 게 편하겠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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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안면홍조
조기폐경이나 그냥 폐경이나 폐경은 폐경이다. 차가운데 있다가 따뜻한 곳으로 들어온다던지 온도차가 심하게 나는 상황이면 종종 안면홍조가 생긴다. 안면홍조가 심해지면 얼굴이 갑자기 촌스럽게 불타는 고구마가 된다. 꼭 사람들이 왜 그러냐고 물어본다. “어, 그냥 얼굴이 좀 탔나 봐”, “ 아 내가 귀찮아서 로션을 안 발랐더니 텄다.” 내가 상대방에게 민망함을 주지 않고 합리적인 선에서 대답했던 말들이다.
경우에 따라서 금세 괜찮아지기도 하지만, 얼음찜질을 해서 가라앉혀야 될 정도로 오래갈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진짜 짜증이 난다. 얼굴에 뭘 발라도 가려지지도 않는다.
시간이 좀 지나서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5) 불면증
잠이 안 온다. 잠이 많이 안 온다. 걱정이 되고 신경이 쓰여서 잠이 안 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냥 잠이 안 올 수도 있다. 따뜻한 우유 마시기, 샤워하기, 자기 전에 야식 먹지 않기, 각종 수면유도 영양제 먹기 등 안 해본 게 없다.
애매하게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면 병원을 방문하자. 잠을 못 자면 -> 그다음 날이 피곤하고-> 그다음 날 능률이 떨어지면 -> 스트레스를 받는다-> 또 잠을 못 잔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전문가를 찾아가자. 한 번에 수면제 100알씩 주고 그렇지 않다. 본인에게 필요한 정량을 찾아가는 과정이 있다. 평생 약에 의존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일단 살고 보자는 이야기다.
5) 머리카락이 얇아지거나, 흰머리가 생기거나, 빠지거나
나 같은 경우는 머리카락이 많이 얇아졌다. 흰머리 얘기도 부쩍 듣는다. 그냥 조금 빨리 왔다고 생각한다. 억지로 염색을 하거나 내 머리카락을 부정하진 않을 거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스타일은 다르겠지만 이건 고민한다고 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 머리카락이 아직 남아있는 것에 감사하다. 내가 어쩔 수 없는 건 받아들이고, 어쩔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