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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진 Jan 18. 2016

철원은 가만히 아름답고

사진수필



철원은 가만히 아름답고 가만히 정답다

대한민국 최북단 이 접경 지역에서 

나는 3년을 머물렀다

그중에 1년은 GOP선 상에서 잠들고 깨어났다



한때 북한 공산당 치하로 넘어 갔다가 치열한 백마고지 전투를 거치며 

대한민국의 영토로 수복된 철원 땅

이곳에서 평화는 조금 더 굵은 글씨로 보인다



시골마을의 정취를 간직한  기와지붕의 집들과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큰 골목을

교회의 첨탑 끝에서 가만히 미소 지으며 지켜보는 이가 있다면

그이가 바로 참된 신이겠지



철원 두루미는 

발아래도

하늘도

물을 채운 논 위도

자기 집처럼 쓴다



철원의 골목길에

누가 시간을 버려놓았을까

GOP의 장병들이 지킨 평화가

매일 그 시간 위에 쌓이고 쌓여

무해한 온기를 만든다



철원 동송읍의 길들은 알고 있겠지

자기 위를 걸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솜사탕처럼 가벼웠다가

티코 만큼 무거워지는 삶의 이야기를



하지만 

철원은 가만히 말한다



막다른 길에도

단단한 돌담 아래에도



꽃은 핀다고

평화가 있고

지켜주는 당신이 있다면

무너지고 부서진 곳에도 

다시 꽃이 핀다고



길은 또 이어진다

철원은 가만히 아름답고 가만히 정답다

가만히 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




2016. 1. 18. 멀고느린구름. 철원 동송읍 | E- P1 | Contax G 45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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