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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진 Jan 26. 2016

다음 차례의 시간여행자에게

서사의 고향에서 문학의 풍경을 만나다 0


다음 차례의 시간여행자에게


‘타임머신’에 오르는 자신의 모습을 한 번 정도 상상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어린 시절 나에게도 타임머신은 궁극의 꿈이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나 미래에 도착해 지금과 다른 시간 속의 길을 걷는다. 이 ‘시간여행’이라는 로망을 처음으로 실행에 옮긴 사람이 있다. 그는 ‘허버트 조지  웰즈’라는 영국의 소설가다. 이 소설가로 인해 인류는 ‘타임머신’이라는 단어를 갖게 되었다. 1895년 런던의 사범학교 출신의 한 소설가가 발표한 <타임머신>이라는 장편소설로 인해 ‘타임머신’이라는 단어가 처음 생겨난 것이다. 소설 <타임머신> 속에서 허버트 조지 웰즈는 인류 최초의 시간여행자가 되었다.

 

최초의 시간여행자 허버트 조지 웰즈


물론, 정말로 허버트 조지 웰즈가 2015년을 살고 있는 내 옆을 다녀갔다던가 하는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아니다. 그는 상상을 통해 시간을 넘나들었다. 그렇게 보면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시간여행자였다. 그리고 시간여행의 매개체는 바로 ‘책’이었다. 우리는 책을 통해 일어나지 않은 미래 속으로, 혹은 과거의 시간 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홍길동전>을 펼쳐들 때면 우리는 조선의 거리를 헤매는 여행자가 되고,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읽을 때면 아직은 불가능한 우주여행자가 된다. 


책,  그중에서 특히 ‘소설’은 우리를 여기가 아닌 다른 공간과 시간 속으로 초대한다. 우리의 몸은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있지만 정신은 소설이 만든 허구의 세계에 있게 된다. 대체로 우리의 정신은 소설 속 주인공에게 깃들고, 그의 여정을 따라 함께 여행하며 소파가 있는 거실에서는 체험할 수 없는 다른 삶을 간접 경험하게 된다. 조선의 공기를 들이마시거나, 화성의 물을 들이켠다. 여행이 끝난 뒤의 우리는 여행하기 전의 우리와 조금은 달라져 있다. 이전과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고, 혹은 무언가에 조금 더 공감하게 된다. 실제의 여행 경험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이야기를 쓰는 사람, 오늘날에는 소설가, 혹은 작가라고 부르는 이들은 자신이 머무르거나 걸었던 공간으로부터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내가 거닐었던 경상북도 곳곳에도 먼저 그곳을 거쳐간 작가들의 이야기가 남아 있었다. 그 이야기의 물줄기는 우리 민족의 뿌리인 단군 신화에서부터 시작되며, 신라, 고려, 조선, 근대, 그리고 현대에 이르는 우리 역사를 따라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오고 있다. 



나는 소파에 누워 선배 작가들이 남긴 책을 통해 먼저 그 이야기 속을 여행했다.  정신이 풍족해지는 여행이었다. 그래서 더욱 몸을 일으켰다. 정신으로만 여행했던 그곳을 직접 두 발로 걸어보고 싶다. 두 눈으로 바라보고, 공기를 들이켜보고 싶다. 2015년 봄, 나는 드디어 적막한 집을 나섰다. 그 뒤 1년에 걸쳐 이어진 여행은 이렇게 다시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누군가 또 이 책을 소파에 누워 읽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몸을 일으켜 떠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소망하며 썼다. 부디 이 책이 다음의 시간여행자를 위한 좋은 안내서가 되기를 바란다. 


- 0.5화에 계속



『힐링로드 2 - 서사의 고향에서 문학의 풍경을 만나다는 경북콘텐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도서출판 '이야기의 숲'에서 출간된 저의 책입니다 :  ) 온오프라인 서점을 통해서 실물을 만나볼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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