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작은 집 7
안녕하세요. 멀고느린구름입니다 : )
오늘은 특별한 셀프인테리어기를 준비했습니다. 연남동 자취집을 소개하기에 앞서 간단히(?) 쉬어가는 코너라고 생각하셔도 좋을 것 같은데요.
바로 '책방' 인테리어입니다!
요즘 작은 동네서점들이 화제가 되고 있는데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소담한 서점의 주인을 꿈꾸어 보지 않은 이가 있을까요?
저는 다행히 파주자유학교라는 대안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작은 책방을 인테리어 할 기회를 얻게 되었답니다. 이 인테리어기는 지난 2013년의 봄, 제가 아직 교사를 하던 그 시절의 작은 이야기입니다 : )
* 이 글의 시점은 2013년 봄입니다~
오늘은 제가 일하고 있는 대안학교 파주자유학교의 작은 책방 인테리어 과정을 소개합니다.
이른바 '뷰티풀 파자 프로젝트' 1호입니다.
과거 가사실(?)로 쓰이던 3~5평 정도의 공간입니다. 과거 상태를 보여드리면 좀 더 극적인 변화를 느낄 수 있으실 텐데 아쉽게도 이전 사진을 찍어놓질 못했네요. 뭐, 그건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요. 위 모습은 가사실의 각종 위험한(?) 물건들을 말끔히 소거한 상태의 순정 가사실의 모습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이 아이가 작은 책방으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함께 보실까요~
책방 인테리어에 앞서 파주자유학교 청미래과정(중고등과정) 소광장(소강당이라고 하죠) 답답하게 둘러싸고 있던 책장을 걷어냈습니다. 소장 도서에 비해 책장이 너무 많았고, 또한 책장 또한 원래 도서관 용 양면 수납 서가여서 불필요하게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거든요. 1면 책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조했었던 받침들도 모두 다시 분해하는 대작업을 했습니다. 다행히 중고등 과정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모두 합심하여 뚝딱 해치울 수 있었죠.
대작업 후 깔끔하게 정돈된 새로운 서가의 모습입니다 : )
답답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보시다시피~ 우아하지 않나요?
이 공간구성은 영화 러브레터에서 후지이 이츠키 군이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서 책을 읽던 장면을 떠올리며 생각해본 거였답니다. 커튼은 없지만 얼추 비슷~
그리고 드디어 '공사중'인 책방의 모습입니다. 벌써 학교에서 몇몇 가구를 주워다가 넣어두었습니다.
저 붉은 나무 모양 책장은 제 개인 소장품입니다만, 공간 구성 등을 살펴보기 위해 가져다가 배치해보았어요.
오른 쪽 구석에 보이는 예쁜 원목 나무판 두 짝은 고등과정 가을구름 선생님께서 '특별히' 기증해주셨습니다. 두 짝을 연결해서 베스트셀러 서가대로 만들기 전의 모습입니다.
추억 돋는 창가의 책상은 학교에 굴러다니는 아이를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적합하다 싶어 주워다 놓았습니다. 슬쩍 보이는 화분도 학교 현관에 있었던(저 아이가 있었는지 매일 현관을 지나오는 아이들은 아무도 몰랐더군요;;;) 아이를 죽을 힘을 다해 혼자서 들고 3층까지 운반해 왔습니다.
학교 벽이 워낙 튼튼해서 벽에 구멍을 뚫고 까치발을 고정 시키는 작업이 가장 난관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끼는 콘크리트 드릴 다섯 마리가 사망했습니다... 삼가 고드릴의 명복을 빕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벽을 뚫는 데 성공. 까치발을 고정하고 이어붙인 선반을 올려 보았습니다. 음.. 분위기가 제법 괜찮군요. 벽에 건 그림은 행정실에 숨어 있던 옛 학교의 상징물을 가져다가 걸었습니다. 방 분위기와 잘 어울려서 대만족! 열린책에서 나온 까라마조프가의 책이 하필 저 구석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까닭은 아이들이 절대 꺼내 읽어보지 않을 것 같아서가 결코 아닙니다 라는 사실을 꼭 알리고 싶군요...음음.
책방 작업을 하면서 제 마음대로 여기는 '묘(고양이 묘 자)한책방'이야 라고 정해두고 있었기 때문에 상징물로서 고양이 두 마리를 데려다 놓았습니다. 왼쪽의 노랑 냥이는 '노랑이', 오른쪽에 검은 애기는 이제 막 학교에 적응을 시작한 시크한 고양이 인형 '쿠키'랍니다.
제법 그럴싸한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책방. 오른쪽 구석에 새롭게 출현한 선반 형태의 가구는 6학년 교실에 있던 것을 담임 권한으로 무단으로 뜯어온 것이랍니다^^; 어차피 잘 쓰고 있지 않아서요 ㅎㅎ
드디어 대공사가 끝났습니다! : ) 와~ 짝짝짝!!!
우아한 풍경을 감상해주세요~
소파에 앉으면 큰 창으로 저렇게 푸른 하늘이 한 눈에 들어온답니다. 바로 앞이 철새도래지인지라 파란 하늘 위에 철새들이 지나고 있네요. 새장의 새들도 저 하늘로 날아가고 싶겠네요.
높은 곳에 있는 책을 꺼내볼 때 쓰라고 행복한(초등과정)에서 의자를 훔쳐다가 가져다 놓았습니다^^; 벽난로 책장 위에는 아끼는 토토로 피규어를 가져다 놓았어요.
이것은... 아름답지 않습니까?!
모쪼록 파주자유학교 '묘한책방'이 처음 모습대로 아름다운 품격을 유지하길 바라며^^ 이곳에서 아이들의 다양한 묘책들이 생겨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
*2016년의 뱀발 : 그날의 바람과는 달리^^;;; 이 '묘한책방'은 점점 초기의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고 붕괴되어 가고 말았다는 슬픈 전설이... ㅎㅎㅎ 언젠가 다시 저만의 서점을 만들 수 있게 된다면 '어게인 묘한책방'을 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