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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진 Sep 04. 2020

구름의 정원

어느 하루의 이야기

가을이 되면 구름의 표정들이 선명해진다. 가없이 높고 넓은 가을하늘은 구름들의 것이어서, 저마다 생기발랄한 빛을 띠고 창공을 누비는 것이다. 마치 오래 기다려온 긴 여행에 나서는 여행자의 표정 같다. 


보랏빛에 가까운 진청색부터 물 위에 살짝 풀어놓은 파랑 물감 같은 연청색까지, 오늘 아침 하늘의 끝과 끝은 해상도 높은 파랑빛으로 가득하다. 그 위에 크고 작은 구름들이 우르르 피어나 지금 창 밖은 만개한 구름의 정원이다.  


거실에 앉아 시시각각 스치는 하늘의 행인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구름정원'이라고 붙인 우리 집의 이름을 새삼 자랑스러워하게 된다. 이사 온 후 보낸 한 해는 캄캄한 밤을 비추던 별빛으로 버텼는데, 마음을 조금 비우고 나니 깨끗한 하늘의 풍경이 내 안에 점점 영토를 확장한다. 나는 마치 코로나시대가 올 것을 예견한 것처럼 지난 한 해 이 집을 가꾸는데 진력을 쏟은 것 같다. 


오래오래 이곳에 머물고 싶다. 상처도 기쁨도 함께 간직하며.  


2020. 9. 4. 멀고느린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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