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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진 Jan 23. 2021

피아노와 집필실

어느 하루의 이야기


요즘은 시간이 나는대로 집필실 인테리어를 진행하고 있다. 구름정원의 인테리어 작업 중 가장 먼저 하려고 했었던 작업인데, 가장 나중에 하게 되고 말았다. 집필실 인테리어가 마무리되어야 소설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닌데, 공연히 그 핑계로 계속 새 소설을 시작하는 일을 미루고 있어 핑계를 더는 못 대도록 인테리어 마무리를 서두르려고 한다.

집필실에는 친구가 오래 전 선물한 전자피아노가 있는데, 지난 주말에는 그 피아노를 위한 선반을 만들었다. 나왕합판을 이용해 만든 선반으로, 피아노 건반을 올려두는 판 아래는 책을 수납할 수 있도록 했고, 판 위로는 씨디를 진열할 수 있는 기다란 수납장을 만들었다.

10년 전, 그냥 한 번 해보지 뭐 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나의 나무가구 만들기는 해를 거듭하며 일취월장하고 있다. 이제는 나만의 공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생기기에 이르렀다. 물론, 진짜 목수들의 실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내가 상상하는 디자인의 가구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인테리어와 가구 만드는 실력은 해가 갈수록 늘었는데, 피아노는 여전히 전혀 연주하지 못한다. 주법을 무시한 채 멋대로 음을 따라서 1-2분 정도 길이의 피아노 소곡을 몇 곡 만들어보기도 했으나, 문제는 다시 연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집으로 오는 길에 피아노 학원이 세 개나 있지만, 쑥쓰러워서 문 앞에도 가보지 못했다.

진중권 교수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진 교수에 대한 정치적 평가는 극과 극이지만, 그가 나이와 무관하게 자기만의 삶을 소신껏 살아가는 자유인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내가 몇 살까지 이 지구 위에 숨쉬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사람이고 싶다.

(그래서 나는 대체 언제 피아노를 배우는 거람...)

2021. 1. 22. 멀고느린구름.





 나무 벽과 사진 속 모든 책장은 직접 만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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