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하트'를 기다리며 1

아메리카원주민과 만나다

by 장명진


'인디언 하트' 기다리며


1. 아메리카원주민과 만나다



어린 시절의 나는 무척 내성적이었다. 잦은 전학 탓에 사람을 사귀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었다. 그 때문일까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들과 사귀는 법을 익혔던 것 같다. 길가에 핀 꽃이나 나무, 하늘, 바람, 강 이런 것들에게서 나는 마음의 소리를 듣곤 한다. 길을 걷다가 나도 모르게 자연의 벗들에게 손을 흔들고, 생긋 미소를 짓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방과 후에는 동네 뒷산의 숲에서 혼자 바람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책을 통한 것 보다 먼저 마음으로 아메리카원주민과 만났던 것 같다.


마음으로 점점 아메리카원주민과 닮아가고 있던 내가 그들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류시화의 책 <삶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을 통해서였다. 그 책에서 류시화는 길잡이 늑대의 존재와 비를 내리게 하는 지팡이 얘기 등 신비한 아메리카원주민의 일화들을 이야기해 준다. 시쳇말로 나는 필이 꽂혀 버렸다. 길잡이 늑대, 비를 내리게 하는 지팡이. 류시화 씨의 책을 읽고 난 뒤 며칠 간 내 꿈속에 길잡이 늑대가 비를 내리게 하는 지팡이를 입에 물고 나타났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아스라한 과거에 나는 아메리카원주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잃어버린 과거의 기억을 찾으려는 듯이 아메리카원주민 관련 책들을 있는 대로 다 구해서 읽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국내에 소개된 책들은 대부분 역사에 남은 19세기 말 무렵의 라코타족 추장의 전기들이었다. 정신세계사에서 나온 류시화 역의 <나는 왜 네가 아니고 나인가>(구판)라는 책은 나에게는 거의 바이블과 같았다. 책에서 아메리카원주민 추장들이 말해주는 삶의 금언들에 나는 온 마음을 기울였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야키족의 돈 후앙이라는 사람이 전해주었던 말이다.


don_juan_matus_56170.jpg


“오직 당신 자신에게만 이 한 가지를 물어보라. 이 길에 마음이 담겨 있는가?”

돈 후앙 추장의 그 일성은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그 당시 나는 내가 가야 할 길, 내가 살아야 할 삶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과연 수학에 내 마음이 담겨 있는가! 영어에? 대학에? 돈에? 성공에? 그 어디에 내 마음이 담겨 있는가! 나는 묻고 또 물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2학년의 어느 여름. 나는 내 삶의 방향을 확정 지었다. 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며 살겠다고. 그리고 이 지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겠노라고. 그 삶의 원칙을 버리지 않되, 조급해하지는 말자는 기본 정신을 가지고 나는 지금에 이르렀다.

과거의 나는 류시화 씨의 영향으로 아메리카원주민에 대해 너무 신비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들은 초능력자이거나 외계인일 것이라고, 하지만 이제는 없는 사람들이라고. 그러나 그 뒤 점점 아메리카원주민의 문화를 객관적 시각에서 다루는 책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인류학적으로 치밀하게 살펴본 책들도 다수 번역되어 나와서 조금은 중도적인 입장에 설 수 있게 되었다.



- 다음 화에 계속




'인디언 하트' | '인디언 하트'는 내가 만든 조어이다. <우르릉 천둥이 말하다. 우르릉 천둥. 나무 심는 사람>에서 보면 우르릉천둥(=구르는천둥)이 미래에 대한 비전을 얘기하면서 미래에는 피가 인디언이 아니더라도, 마음이 인디언인 사람이, 자신들의 전통 복장을 입고, 전통 의술과 전통 사상을 이어받아 이 지구를 지켜갈 것이라고 말한다. 1997년에 눈을 감고 다른 세계로 여행을 떠난 구르는천둥의 유지를 이어받고자 나는 2004년경 싸이월드에 ‘인디언 하트’라는 이름의 클럽을 만들어 운영했었다. 한창 운영하던 당시에는 싸이월드 내 최대의 인디언 커뮤니티였으나 싸이월드의 쇠락과 운명을 함께 하고 말았다. 나는 인디언 하트의 정의를 다음과 같이 내린다.


“지구별을 이루는 모든 것을 사랑하고, 지구별을 이루는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


라코타족 추장의 전기들 | 시팅불, 제로니모, 크레이지 호스 등이 가장 잘 알려진 추장들이다. 이들은 모두 북미 원주민 중에서도 대평원 지역에 거주하던 부족의 추장이다. 이들 외에도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훌륭한 추장들(여성 추장들도 있다.)이 많이 있다. 여러 추장들 중 이들 셋이 특히 유명한 것은 이들이 미국 대륙의 수많던 부족들 중 가장 마지막까지 미국인 침략자들과 싸웠기 때문이다. 또한 비교적 멀지 않은 시대의 사람들이라 자료들이 많이 남았던 측면도 클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시팅불. 로버트 M. 어틀리. 두레>를 재밌게 읽었다.


“오직 당신 자신에게만 이 한 가지를 물어보라. 이 길에 마음이 담겨 있는가?"
<나는 왜 네가 아니고 나인가. 류시화 옮김. 정신세계사> 149p


아메리카원주민의 문화를 객관적 시각에서 다루는 책들이 하나 둘 등장하고, 인류학적으로 치밀하게 살펴본 책들 | <인디언의 복음. E.T. 시튼. 두레>- 시튼 동물기를 쓴 바로 그 작가의 책이다. 시튼은 아메리카원주민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사랑했던 몇 안 되는 서양인 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인디언 하트를 지닌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아메리카원주민에 대해 기초지식을 쌓고 싶은 사람에게 입문서로서 매우 이상적인 책이다. 간결하게 아메리카원주민의 주요 사항들을 정리해 놓고 있다.


<미국사에 던지는 질문. 프레데릭 E. 혹시 외. 영림카디널>- 아메리카 원주민의 역사, 법률, 문화, 그리고 현재의 상황 등을 학문적으로 매우 심도 있게 다루고 있는 책이다. 아메리카원주민에 대해 궁금했던 것들을 이 책을 통해서 많은 부분 해결할 수 있었다. 아메리카원주민에 대해 좀 더 깊고 복합적으로 접근해 보고 싶은 이에게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