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 하트'를 기다리며 2

아메리카원주민은 왜 인디언이 되었나

by 장명진

2. 아메리카원주민은 왜 '인디언'이 되었나



우리는 흔히 아메리카원주민을 ‘인디언’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인디언이라는 말은 정확하게는 ‘인도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것은 콜럼버스가 인도로 가려고 하다가, 거북이섬(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 용어)에 닿았기 때문에 그곳을 서인도라고 착각하여, 아메리카원주민을 인도인이라고 불렀다는 설이 있다. 사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디언이 지칭하는 국적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흔히 아메리카원주민을 한국인, 혹은 인도인처럼 하나의 국가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아메리카원주민은 정확하게는 국가적 구분 단위가 아니라 인종적 구분 단위에 가깝다. 그렇다고 이들을 홍인종이라고 불러서는 곤란하다. 우선 피부색을 가지고 인종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너무나 유치한 발상이고, 그러한 색깔론은 인종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의 피부색이라는 것은 자연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이고, 그 차이가 자로 잰 듯이 정확히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대한민국에도 얼굴이 백인처럼 하얀 사람도 있고, 흑인처럼 까만 사람도 있다. 그처럼 아메리카원주민 가운데도 혼혈이 아님에도 백인의 모습을 한 부족도 있고, 흑인의 모습을 한 부족도 있다. 어쩌면 거북이섬은 정말 신세계로, 우리가 살고 있던 세계를 축소하여 만들어 두었던 것인지도 모른다.(다른 삶의 형태로. 그 다름을 견디지 못한 서양인들이 어리석은 일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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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원주민은 독립적인 부족국가가 수천 개에 달하고, 언어와 풍습도 다양하기 때문에 함부로 싸잡아서 아메리카원주민의 문화는 이렇다!라고 선포할 수는 없다. 만약 그렇게 선포하는 사람이나 책이 있다면 살짝 무시해주면 당신은 교양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주거문화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메리카원주민들이 모두 티피에 사는 줄 알고 있다. 그러나 주거형태는 기후와 떼어낼 수 없는 관계다. 길쭉하게 지도의 한 편을 차지하고 있는 거북이섬의 기후는 그야말로 천차만별 극과 극이다.

대평원 부족의 대표적 주거 수단이었던 '티피'

또한 언어가 많이 달라서 과거에는 각 부족 간의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그 때문에 대평원에 거주하는 부족들 사이에는 대평원 수화라고 하는 것이 존재해서, 언어가 통하지 않는 부족끼리 간단한 손말로 서로 대화를 했다고 한다.

풍습도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비슷하지 않다. 서로 이질적인 다양한 문화들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아메리카원주민 사회다. 남부의 체로키와 나바호족은 농경 채식 민족으로 여성의 지위가 매우 높아 여성이 남성보다 존중받는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에 비해 대평원 부족들은 주로 유목과 버펄로 사냥에 의존하는 생활을 하다 보니 남성 전사에 대해 우대하는 문화가 있다. 추장은 마을의 정치적인 장인 동시에 사냥에서의 리더의 역할도 맡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탓에 대부분이 남성 추장이다.



이들과는 또 달리 북동부의 이로쿼이 연합은 서로 다른 7개의 부족국가가 연합한 연합국가라는 독특한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이로쿼이에는 헌법이 존재했고, 지금의 미국의 의회 민주주의는 이뤄쿼이 연합의 의회 의결 방식에서 모티브를 따온 것이다. 이뤄쿼이의 독특한 제도 중 하나가 바로 대추장 제도이다. 대추장은 각 부족을 대표하는 7명의 추장을 다시 조율하는 일을 하는 이뤄쿼이 연합 최고 지위인데, 이 자리에는 오직 연륜 있는 여성만이 오를 수 있다. 이뤄쿼이 연합의 사람들은 여성을 현명함의 상징으로 여기며, 생명력의 근원으로 숭상하는 것이다.

스크린샷 2015-11-29 오후 4.00.41.png 1650년 이로쿼이 연합 가입 부족 현황도



- 다음 화에 계속




서인도라고 착각하여, 아메리카원주민을 인도인이라고 불렀다는 설 | 또 하나의 설은 콜럼버스가 원주민들의 따뜻한 대우에 감격하여, 그들을 인디오스(신의 자녀들)라고 불렀는데, 그것을 영국인들이 인디언으로 잘못 번역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설이다. 그러나 콜럼버스가 이후 아메리카원주민을 노예로 팔아서 이득을 취하고, 그들을 인간으로서 대접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볼 때 후자의 설은 그닥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티피 | 들소 가죽으로 만든 삼각형의 이동식 천막.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텐트의 원형이 이 티피로부터 나온 것이다. 이 티피를 집으로 쓴 것은 미국 서부 대평원 지역의 라코타 부족 등이 대표적이다. 티피가 아메리카원주민 주거문화의 상징이 된 것은, 역시 앞에 얘기했듯이 대평원 지역의 부족이 가장 오래 역사에 남아 있었던 탓이 크다. 티피 외의 주거형태 중 유명한 것으로는 이누이트 족의 이글루와 푸에블로 원주민의 유적인 푸에블로보니토(아파트 형식의 다가구 주택.) 등이 있다. <북아메리카 원주민>, <미국사에 던지는 질문> 이 두 책에 보다 일목요연한 설명이 있다.


이로쿼이 헌법 | 현 미국 헌법은 이 이뤄쿼이 연합의 기본법을 기초로 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으며, 프랭클린 다이어리로도 유명한 벤자민 프랭클린은 이로쿼이 연합의 공동주택에 오래 머물며 그들의 생활과 가치관을 곁에서 오래 지켜볼 수 있었다. 이 시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로쿼이 연합의 '위대한 평화의 법'이 포함하고 있는 인권의 가치, 상-하원 제도,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 등등을 기초로 한 미국 헌법 초안을 작성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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