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상사들에게, 두번째
자그마치 2년을 고민하였고,
털어 놓아 보자 결심한 것이
너무나도 다행이라 느껴집니다.
나를 알고도 인정할 수 있나요?
내 이야기를 들어준 당신에게
어쩌면 내 마음이 많이 힘들고 위태로울 때 이 회사를 만난 것 자체가 행운이었습니다.
막 당신과 만났을 당시의 나는 사실 몸이든 마음이든 꽤 아픈 상태라, 그 원인이 되기도 했던 이전 회사를 떠나 이직한 새로운 회사가 또 다시 그다지 나에게 좋지 못한 영향을 줄 것 같은 곳이라면 또 떠나야 했습니다.
병원에서 휴식을 권유했지만 당장 수입이 끊기면 곤란할 것 같았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자취방 원룸에 혼자 있어봐야 약 기운이 떨어지면 금방 재미 없어지고 마는 게임이나 하루 종일 할 것 같아 그냥 일을 하면서 치료 받아 보겠다고 결정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옮겨온 곳에서 나는 당신과 만났고, 당신은 생각보다 더 나를 도와주려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일의 우선순위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나에게 정 정리가 안 된다면 진행중인 업무를 전부 다 보내주거든, 보고 순서를 정해주겠다는 이야기, 그런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물론 아직 실제로 부탁한 적은 없지만, 언젠가 정말 힘이 들면 문 두드리고 도움을 요청할 지도 모르지요.
그리고, 그렇게 어떤 어려움이 있을때 그에 대해서 어떻게 도움을 주는 것이 더 편하겠냐고 말해주기도 했으며, 어떤 증상을 통해서 자각하였고 진단을 받았는지도 상세하게 묻고 확인하였죠.
그래서 내가 가진 증상을 하나씩 이야기하고, 생각보다 일상에서 불편한 것 중 하나가 소음이 있는 곳에서 상대방의 말을 집중해서 듣는 것이 꽤 고역이라고 말했더니, 그럼 상황에 따라 외근은 힘이 들 수도 있겠구나, 라고 바로 이해를 해 주었습니다.
앞으로 업무를 배치할 때에는 그런 특성도 고려해서 생각해 봐야겠다는 말도 해 주었고요.
생각보다 사람은 자신과 다른 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바로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누구 잘못 같은 것도 아니고 그냥 네가 가진 특징이다' 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직장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더더욱, 누군가에게 밝히기를 꺼리고 고민해 왔습니다.
직장이기에, 나는 진정한 의미로 "이건 못 하겠다"라고 하거나 "이건 나에게 힘들다"라고 말하는 것임에도 사람을 고용하는 회사 입장에서 보면 그저 편한 것만 골라 하려는 사람으로 보이고 그렇게 판단되기 매우 쉽죠.
그렇기 때문에 보통은 말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마냥 변명이라고 생각하거나 그렇게 말하지 않아 주었고, 그래도 내 스스로 방법을 찾아야만 하는 부분은 '이건 네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라고 정확히 짚어 주었고, '너를 어떻게 도와주면 되나' 라고 물어봐 준 것으로 충분히 이해 받고 배려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당신이 먼저 용기를 내어 주었기 때문에 나 역시 용기를 낸 것도 있었지만, 그래도 결론적으로 나는 그 날 용기를 낸 자기 자신에게 잘했다고 해줄 수 있었습니다.
당신도 내게 잘 이야기했다, 그런건 이야기 해주는게 맞는 거라고 해 주셨고요.
그 외에도 그 날 들었던 여러가지 조언과 응원들을 받아들여, 한발짝 더 내디딜 의지와 용기를 얻었습니다.
역시 이 회사에 오고 당신과 같은 상사들과 만난 것은 내 삶의 행운입니다.
딱 80%만,
올해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80%까지만 달성하자고 결심했다.
많은 일을 언제나 100%나 그 이상으로 달성하려고 하기에는 내가 너무 힘이 드니까.
오히려 그렇게 하다가 일을 그르치거나, 미루거나, 자책하곤 하니까.
그리고 어차피 나의 100%는 달성하지 못할 것인 경우가 대부분이니까.
나는 '최상주의자' 성향이다.
최상주의자란, 자신이 생각하는 '최상의 기준'이 있고 본인도 주변도 그 기준을 만족해야 성에 차는 것이다.
문제는 나의 최상의 기준이 평균적인 사람들의 그것보다 더 높은 곳에 위치한다는 것에 있다.
나도 내 주변 사람들이 "레야님의 평균 기준은 의외로 대중의 평균보다 꽤 높아요" 라고 말해주기 전까지 몰랐다.
자신의 상태가 좋을 때, 의욕이 솟고 활발히 움직일 수 있는 것은 ADHD의 장점 중 하나라고 나는 생각하며, 종종 그것을 아주 잘 써먹고 삶의 뜀틀을 2단, 3단, 크게 한번 도약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그러나 그만큼 실패하거나 애매하게 끝나거나 에너지가 중간에 바닥날 때가 있음을 나는 알아야 한다.
사람은 언제나 120% 이상의 에너지를 낼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았다.
늘 100%를 달성하려 하면 그 전에 내 에너지가 바닥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게 되면 결국 성공보다 실패에 가까워진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러니까 2022년, 올해의 목표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80%"만> 으로 정했다.
이 글쓰기도, 그림 그리기도, 업무나 그 밖에 내 개인적 프로젝트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