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픽션 : 키 작은 남자의 연애(4)

키 작은 남자의 스물넷에서 아홉

키 작은 남자의 스물넷에서 아홉



스터디 그룹


나는 토익 스터디 그룹을 운영했다. '통밥 스터디'라는 이름이었는데, 영어를 공부한다기보다 토익이라는 시험을 공부하는 모임이었다. (문제 유형에 따라 답을 고르는 요령을 공부하고 공유하는 스터디)


그녀를 스터디에서 처음으로 만났다. 다른 스터디 구성원이 좋아할 정도의 외모였다. 성격도 둥글둥글해서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는 편이었고 토익 공부도 곧 잘했다. (키는 155정도)



이 무렵이었을까?

이성이 나에게 갖는 관심을 구분하는 촉이 많이 발달되기 시작했던 거 같다.

나는 이성의 관심을 '호감, 친절'로 나누는데, 여기서 호감을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수많은 남자는 여자의 친절을 호감으로 착각한다.



어느 날 PC 메신저로 친구들과 놀고 있었는데, 그녀가 접속했다. (당시는 2G 폰 사용 시대)

"하이여~ 저 미용실에 왔다가 접속했어여."

"안녕~ OO씨 서울 미용실에는 PC도 있어여?"

"네.. 오빠 이제 저 800 넘었는데 다음은 뭐해여?"

"음~~ 홍익인간 정신에 따라 다음은 후학 양성 또는 900을 향하여???"

"ㅎㅎ 홍익인간"

"아님 취직해야져."

"오빠 저 취직해도 스터디 계속 나와도 되여?"

"뭐하러여? 토익은 영어 공부가 아닌뎅 ㅎ"

"그냥...."

"뭔데여????"

"...... 그냥여"

(이미 그녀가 나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3~4달 전부터 알고 있었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흠~~ 나랑 연애할래여?"

(5분 후)

"네 저 머리 땜에 메신져 이제 못해여. 이따 연락할게여"

(역시 나의 촉!!)


이날부터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함께 스터디 그룹을 이끌고 취업 공부를 했다.

그녀의 집은 마포, 나는 경기 북부였는데 매일 집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만날 때면 그녀 집 앞에서 만나곤 했다. 나 보다 두 살 어렸지만 4학년이었던 그녀가 먼저 취직했다.


학생-직장인 커플은 어렵다더니 그녀의 취직 이후 조금씩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더 좋은 것 사주고 싶은데, 만날 때마다 김밥천국 아니면 도서관 매점만 가야 하는 내 처지에 드는 자괴감,

직장 생활하며 나 보다 어른스럽고 멋진 남자들과 어울릴 것을 상상하며 드는 자신감 하락..

당연히 그녀에게 못나게 굴었고 그녀는 머지않아 이별을 고했다.

그렇게 1년여의 연애는 끝났다.




첫 직장


취직을 했다. 입사할 때부터 눈에 띄었던 여자가 있었다.

한 살 연상, 운동 만능, 시원시원한 성격, 늘씬한 몸매, 키 165, 차유람(당구 선수)과 95% 닮은 얼굴.


회사에 유부남 천국이라서 그랬을까. 상대방의 호감을 감지하는 나의 촉이 계속 신호를 받았다.

(3달 정도의 시간으로 그녀가 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신한 상태였다.)


회사에서 메신저로 그녀와 대화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스럽게 들어오는 그녀의 질문.

"나 어때여?"

"네?? 무슨?"

"나 어떻게 생각하냐구여."

"뭐 이쁘고 일 잘하고"

"그러지 말고 나랑 만나봐여."

(메시지 보내고 그녀에게 바로 전화 옴.)


그녀와의 데이트는 운동 또는 산책(거의 행군 수준)이 많았다. 우리는 꽤 오랜 시간 연애를 했다.

중간에 헤어질뻔한 일도 많았는데, 모두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었다. 헤어짐의 이유는 그녀의 갈굼(또는 잔소리)였는데, 나는 그게 정말 싫었다. 그때마다 그녀는 대성통곡하며 날 붙잡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녀는 서른 살, 나는 스물아홉 살이 되었다.


그녀의 퇴사와 함께 우리 사이는 멀어져만 갔다. 어쩌면 그전부터 헤어짐을 반복하면서 쌓여 있던 피로감 때문이었는지 멀어지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고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연락을 하다가 연락을 안 하는 상태가 되었다.


2년 후,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랜만이네."

"그러게."

"왠일이야?"

"잘 사나 궁금하기도 하고.. 너랑 연락 끊고 몇 명 만나봤는데 너만 한 사람이 없더라.."

"다른 좋은 사람 있겠지. 그래서?"

"뭘 그래서야 너랑 다시 만나고 싶어서 전화한 거지."

"나 만나는 사람 있어. 너 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야."

"그래 알았다.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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