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작은 남자의 스물둘, 셋
오래된 펜팔 친구가 있다. 수많은 펜팔 중에 2년을 넘게 유지된 펜팔 친구(이성)다.
그녀와의 펜팔은 고2부터 였다.
그녀를 처음 만난 날은 수능이 끝난 주말이었다. 반 친구와 함께 그녀를 만나러 먼 거리를 버스를 타고 갔다.
그녀도 친구를 데리고 나왔다. 수많은 편지를 주고받을 때는 거침없었는데 실제로 만나니 부끄러워서 서로 말도 못 했다.
그녀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친구가 말했다.
'야 넌 왜 저런 애랑 연락하냐? 에휴..'
군 생활하면서 많은 고초를 겪은 나는 입대 전과는 다르게 자존감이나 자신감은 바닥이었다. 나의 모든 것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생긴 것도 평범하고 키도 작은 나를 좋아할 여자는 없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군 생활할 때 면회도 자주 오고 편지도 계속 주고받았던 그녀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
그녀와 연애를 시작하면서 친구들에게 소개해 주면 반응이 항상 똑같았다.
'야 너 왜 그런 애 만나냐?'
'다른 여자도 많은 데..'
나는 생긴 거는 평범, 키는 작고, 날씬, 인 서울 대학생, 23살.
그녀는 생긴 거는 평범, 키는 나랑 같고, 뚱뚱, 고졸, 경리, 23살.
친구들이 반응이 안 좋은 이유는 그녀가 뚱뚱하다는 데 있다. 나와 함께 서 있으면 그녀에 가려서 내가 안 보일 정도였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래서 그녀 집에 몇 번 놀러 갔다.
근데 문제는 그녀 부모님이 나를 볼 때마다 말씀하셨다.
'O서방, 언제 결혼할 거야? 우리 딸이 월 이백씩 버니까 등록금 걱정은 하지 말고~'
'아하하^^;;;'
(나 스물세 살인데.. 이제 복학했는데.. 결혼이라니.. 좀 많이 가시네;;;)
두 번째 연애는 오래가지 못했다.
더 만나면 안 될 것 같은 부담감에 그녀에게 전화로 이별을 통보했다.
'우리 그만 만나자.'
'왜 그래? OO야.'
'그만 만나자.'
'내가 뭐 잘 못했어? 내가 잘할게. 왜 그래?'
'그냥 너랑 만나는 거 재미없어'
'OO야 그러지 마.'
'안녕'
이전 세대에 '농활'이 있었다면 나 때는 '국토대장정'이 유행?이었다.
여러 단체에서 국토대장정을 주최했는데 나는 그중에 하나의 국토대장정에 참여했었다. 내가 참여한 국토대장정은 해남 땅끝마을부터 강원도 민통선까지 23일에 동안 걷는 대장정이었다. 남녀 대학생 100명가량이 동고동락하니 그 와중에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대장전 전에 서울 경기 지역 모임이 여러 번 있었고 모임에서 3명이 친해진 3명이 좋아한다는 고백을 해 왔다.
바보였을까? 모두 거절했다. 모두 괜찮은 외모에 성격이었는데 왜 거절했을까?
한 명은 술자리에서 고백받고
'오빠 나 오빠랑 더 친해지고 싶어요.'
'그래~ (이미 약간 취함)'
'아니~~ 오빠 장난 아니고 나 오빠 좋다고!!'
한 명은 고백한 여자의 친구였고
'OO이 보다 내가 먼저 오빠 좋아했어요..'
'OO이 오빠한테 고백했다가 안 된 거 알아요..'
'나 연애할 생각으로 국토대장정 하려는 거 아냐. 그냥 걷고 싶어서..'
한 명은 다른 여자였다.
대장정 중에는 지방대에 다니는 여학생에게 한 명에게 고백받았다.
'오빠야 대장정 끝나도 나 오빠야랑 연락하고 싶고 자주 보고 싶다.'
'(당황) 그래 그러자^^;;'
(국토대장정 후에 연락 와도 반응 안 함)
그녀들이 날 왜 좋아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내가 하는 데로 했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