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이론서에 없는 인사(HR)
오늘은 평판조회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거의 모든 회사의 채용은 '입사 지원 → 서류 검토 → 면접 → 처우협의'로 이루어집니다. 단계를 세부적으로 나누기도 하지만, 기본은 동일하죠. 이 과정은 지원자가 제공한 정보를 기준으로 진행됩니다.
서류 전형 단계에서 확인하는 입사지원서는 이력서, 경력기술서, 자기소개서로 구성됩니다. 이는 지원자가 '저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보여주는 정보입니다. 입사지원서의 진위 여부를 중요하지 않습니다. 물론 가끔 서류검토자가 아는 정보에 한해 진위 여부가 검증되기도 합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의해 서류 전형이 진행되었을 때 큰 문제는 '① 합격시키지 말아야 할 사람이 서류 합격하는 것, ② 합격시켜야 할 사람이 합격 못하는 것' 두 가지로 말할 수 있습니다. ②는 ①에 가려져서 합격시켜야 할 사람이 상대적으로 안 좋아 보여서 서류 불합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곧 채용 실패입니다.
→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기준으로 서류 합격자를 결정한다.
→ 모든 지원자의 모든 정보를 검증하는 것은 시간이 비효율적이다.
누구나 면접에서 자신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고 합니다. 좋은 모습을 넘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안 그런 척, 잘하는 척, 해본 척, 아는 척, 괜찮은 척'을 하기도 합니다. 분석심리학의 페르소나(Persona)가 바로 '척'에 해당합니다. 앞의 서류전형에서 검증되지 않은 정보와 같은 맥락입니다.
문제는 면접관도 사람인지라 이런 '척'으로 보이는 정보의 진실성을 다 구분할 수 없는 것에 있습니다. 여기에 면접관이 범할 수 있는 시각적효과/유사성/대비효과 등의 오류가 더해지면 채용이 실패할 확률은 더 높아집니다.
→ 지원자의 '척'에 속아서 면접 합격자를 결정할 수 있다.
→ 면접관도 사람이다.
위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해 진행하는 것이 평판조회(레퍼런스 체크)입니다. 함께 일해본 사람이 말하는 내용을 들어보고 한번 더 채용을 고민하는 것이죠. 물론 평판조회도 일명 짜치기로 진행되어 형식적인 절차가 되기도 합니다. 짜치기는 평판조회에 응답할 사람에게 지원자가 사전에 연락해서 '대답 잘해줘'하는 것입니다. 짜치기를 방지하기 위해 지원자 '몰래' 평판조회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 인맥의 한계 때문에 몰래 평판조회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지원자가 한 회사만 다니고 있는 재직자인 경우도 평판조회가 어렵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불완전하고 비효율적이지만 실효성 있는 대안이 있습니다.
첫 번째, 취업포털의 인재검색에서 지원자가 재직했던 회사와 동일한 회사의 동일 직무를 경험한 사람을 찾아서 연락을 하는 것이죠. 그리고 지원자에 대해 물어봅(평판조회)니다. 하지만 어렵게 찾은 사람이 지원자를 모르거나 대답을 회피할 확률이 있습니다.
두 번째, 회사가 큰 경우 재직하고 있는 직원 중에 지원자와 동일한 회사를 다닌 직원을 통해서 평판조회를 하는 것입니다. 가장 현실성이 있고 몰래 평판조회를 할 때 많이 쓰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직원이 몇 명 없는 회사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답입니다. 지원자와 같은 회사를 다닌 직원을 찾았더라도 지원자를 모르면 또 소용없죠.
세 번째, 지원자가 다닌 회사의 인사담당자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이는 취업포털의 채용공고에 있는 인사담당자 연락처를 참고하거나 인재검색에서 해당 회사의 인사담당자를 찾아내서 연락합니다. 인사담당자는 해당 직원이 일할 때 어떤지 일을 잘하는지는 실무적인 정보는 모를 가능성이 높지만, 평판조회를 하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면 현업 부서에 확인해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게 아니면 최소한 징계 이력이 있는지 정도는 알아봐 줄 수 있습니다.
저는 지원자에게 평판조회할 사람 연락처를 받아서 하는 평판조회는 안 하는 게 낫습니다. 시간 낭비입니다. 업체를 통해서 하면 돈까지 낭비되죠. 하지 마세요. 짜치기로 좋은 평판만 돌아올 뿐입니다.
인사담당자라면 좋은 사람을 채용하기 위해 위에 언급한 세 가지 방법을 쓰는 노력은 해야 합니다. 그래야 인사담당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습니다.
* 보완
평판조회를 하려면, 지원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앞서 대안으로 제시한 평판조회를 하기 위해 어떻게 동의서를 받아야 할지 고민입니다.
- 지원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평판을 물어볼 사람을 평판조회 대상자(레퍼리)로 넣고 작성한 평판조회 동의서를 지원자에서 동의 받습니다. 이 경우 동의하지 않으면 채용은 종료합니다.
- 이때 동의하지 않는 사유를 유선 통화로 듣습니다. 지원자가 합리적인 사유로 특정 레퍼리를 평판조회에서 제외하기를 원한다면 다른 레퍼리를 찾습니다. 이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하나의 회사만 다녔고 아직 재직중이라면 레퍼리를 구하기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 이 경우, 레퍼리는 지원자가 작성한 사람으로 한정하고 2배수로 면접합격자를 결정하고 평판조회 결과와 면접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최종 합격자를 결정하는게 현실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