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걸을 때
늦은 밤 가로등도 거의 없는
차도 잘 안 다니거나 다녀도 휙휙 지나가는
길 옆 인도를 걸었다
세명을 지나쳤다.
첫 번째 행인.
앞에서 누군가 걸어온다.
살짝 긴장된다.
지나쳐 갔다.
두 번째 행인.
뒤에서 빠르게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두근두근.. 거린다.
막 빨리 걸어갔다.
더 빨리 쫓아온다.
그가 앞질러 갔다.
세 번째 행인.
누군가 한 명 저 멀리 어두운 길에 서 있다.
걸음을 멈췄다.
그 사람은 계속 서 있다.
마치 차렷 자세처럼 가만히 서 있다.
길을 계속 갈까 망설여진다.
그 사람은 어두운데 꼼짝도 안 하고 서 있다.
나와의 거리가 한.. 2~30미터쯤 되려나..
다시 걸음을 옮겼다.
약간은 천천히 걷다 그 사람 앞을 지나갈 땐
막 빨리 걸었다.
얼핏 보이는 얼굴은 밤이라 그런지 깜깜하기만 하다.
느낌은 마치 사람인데 사람 같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난 왜 사람이라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빨리 걷다 뒤를 돌아봤다.
그 사람이 저 멀리서 날 보고 있는 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