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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Dear 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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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jaroazul Dec 02. 2022

AA meeting

어릴 적 하루가 멀다 하고 만났던 친구와의 약속은

날마다 잡히는 색색의 술잔과의 밀회로 대체되었다


월요일 예거 마이스터

화요일 잭 다니엘

수요일 맥주

목요일 보드카

금요일 샤르도네

토요일 모스카토

일요일 깔루아


각양각색의 매력을 품은 어르신들께서는

수천 년간 청년들의 어리석음을 보아오셨단다

멘토가 되어주겠다는 노인의 감언이설에

어른이 되고 싶은 청년의 조급함이 더해져―


둘의 무도는 매번 두어 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앞을 보게 해주겠다는, 현실을 잊게 해주겠다는 노인의 약속은

심장 깊은 곳을 뒤집어 놓겠다는, 과거를 기어코 끄집어내겠다는 뜻이었고

기쁘고 슬프니 마신다는, 오늘 마시고 죽어보자는 청년의 호기는

삶의 밑 빠진 독을 매워보려는, 누구보다 잘 살아보고 싶다는 발악이었다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산전수전 다 겪은 어르신을 이길리 없어―

그럼에도 나약한 우린 또다시 그들을 찾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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