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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작 Aug 01. 2024

성공적 전직이란 거,, 할 수 있을까?

미대출신 공간 디자이너에서 IT기업 마케터로 전직하기

나이 31살,

곧 IT기업의 인턴으로 출근을 앞두고 있지만 이 글을 쓰는 현시점 백수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한 회사의 디자인팀 대리로 기업전시 일을 담당해 왔다. 회사가 경영난에 빠지면서 임금이 밀렸고, 불안했던 난 재빠르게 손절을 치고 다시 새로운 회사를 물색했다. 행동력 하나는 기가 막히다라고 스스로 자위했지만 어딘가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속상하지만 전 회사에서의 일은 빨리 털고 다시 일을 시작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참 희한하다. 기업에 지원하기가 싫었다. 일을 하기 싫은 건 아니었는데,,

그 당시 궁극적으로 마음에 이는 것들은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거야? 나중에 뭐가 될 거야?라는 질문들이었다.


이 업을 가진 채로 나의 10년 , 20년 뒤가 어떨지 전혀 상상이 안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대가 안되었다. 그걸 깨닫고나니 갑자기 앞날이 불안하고 무서워졌다.

나는 이미 내가 이 업이 나와 맞지 않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업무적 성취감보다는 심신의 피로도가 더 높았고 보람 없이 일을 진행해 왔다. 또 업무적인 스킬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성장하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귀찮아서 안 했다. 업으로 삼은 것을 잘하고 싶어 하지 않는 마음 자체가 난 이 일에 욕심이 없다는 뜻으로 느껴졌다.

회사를 다니면서 종종 본인 업에 사명감을 갖고 그 가치를 절대 낮추지 않으며 본인만의 성취를 이뤄내는 사람들을 봐왔다. 조금은 유난스럽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열정과 패기가 부러워졌다.


30대에 들어서며 나는 뭐라도 가능성이 필요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할 수 있는지 나에 대한 특징, 적성들을 골똘히 고민했고, 조금은 현실적인 기준으로 전직을 고려하게 됐다.


1. 산업의 안전성

2. 전 직장과의 연결성, 유사성

3. 나의 성향, 적성


이 세 가지를 기준으로 찾았고, 결과적으로 마케터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사실 잘 찾은 건지는 모르겠다.

특히 난 뭐든지 부딪히고 해 봐야 아는 타입이라,,


여태껏 했던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전면 수정했다.

인터넷에 마케팅 포트폴리오를 찾아가며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 냈고, 원티드 프리온보딩, 웨비나, 시에서 운영하는 직무캠프 등 마케팅과 관련한 교육들을 들으며 수정과 보완을 반복했다. 그렇지만 또 이내 불안함이 엄습해온다. 작업을 하면서도 계속 불안했다. 형식만 비슷할 뿐, 내 포트폴리오는 마케팅 포트폴리오가 아니었기에,,


이력서를 많이 돌리진 않았다. 하지만 가고 싶은 곳, 내가 기여할 부분이 분명히 보이는 곳으로 지원했고 감사하게도 두 곳에서 인턴으로 합격했다. 정직원이 되는 것도 아니고 체험형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앞이 보이지 않던 직무전환의 터널에서 티끌만한 가능성을 본 것 같아서 내심 기뻤다.


곧 다가올 출근을 앞두며,

불안한 마음이 크지만 설레임이라고 이 감정을 다시 정의해본다. 나에게 주어진 이 기회가 나를 구성하는 재료로 잘 쓰일 수 있게 열심히 해 볼 생각이다.

그 과정을 여기에 기록해두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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