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작 Aug 03. 2024

압박면접은 오히려 기회일지도?

미대출신 공간 디자이너에서 IT기업 마케터로 전직하기

가고 싶은 기업을 엄선해서 10개의 기업에 제출했다.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3개 정도는 서류합격 연락이 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다행인 건 이미 합격해 놓은 기업이 있어서 그나마 위안이 됐지만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일, 나의 엣지가 맞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계속 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던 찰나에 지원했던 기업 중 규모가 가장 큰 회사에서 면접제의가 들어왔다. 인턴직이었지만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었던 곳이라 면접을 거절 할 이유가 없었다. 3일의 준비를 거쳐 면접 당일이 되었고, 자기소개랑 지원동기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뱉을 정도로 달달 외워갔다.


면접관 세분과 면접자는 혼자, 면접을 진행했다. 제일 직급이 높아 보이시는 분께서 자기소개를 부탁하셨고 나는 완벽하게 외운 나의 자기소개를 이어나갔다. 역시나 외운 대로 대답을 잘했고 속으로 나 정말 잘했다,,라고 생각했지만 면접관들 표정이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이렇게 달달 외운 얘기보다 솔직한 얘기가 듣고 싶다는 피드백을 받았고 그때부터 뭔가 말리기 시작했다. 마케팅 관련 직무 경험이 없기 때문에 내가 어필할 수 있는 점은 이미 사회에서 조직생활을 어느 정도 경험해 본 것, 그리고 직무전환이기에 남들보다 더 간절한 것이 전부였다.


면접관들은 나의 이력들을 해체하는 수준으로 보더니

많이 옮겨 다니 신다, 한 곳에 정착을 못하시나 봐요, 위기상황에 강하다 하셨는데 위기가 아닌데요? 등 나이스한 느낌은 아닌 말들로 나의 대답에 꼬리를 달았다. 저런 말들이 나온 건 이해는 간다. 내가 적어낸 나의 이력들이 내가 봐도 조금은 산만하다.


나는 학교도 두 번 다니고, 그 때문에 늦게 취업을 했다. 또 디자인 일을 하면서 일이 힘들어서 이직을 자주 했던 것도 사실이니까,, 딱히 부정은 안 했다.


예전 같으면 유연한 대처가 힘들었겠지만 이미 대리까지 달아봤던 나는 뻔뻔함을 장착하고 또 다른 사회적 자아를 꺼냈다. 옮겨 다니기보단 도전을 겁내지 않는 사람으로 봐달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뒤이어 요청되는 영어면접과 IT기술에 대한 설명요청도 엉망진창으로 대답해 버렸다.


여기서 중요한 건 대답하기 어려워도 절대 거절하거나 곤란한 척하진 않았다. 나는 앞서 말했듯이 누구보다 간절하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됐기 때문에 못해도 버벅 거리면서 대답을 다 하려고 했다. 뒤에 밀려오는 민망함과 수치심은 덤이지만,,


현재 내가 지원한 부서는 정규직 TO를 내달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지만 상부에서 허가가 안 난 상황이라 3개월 뒤에는 그냥 계약 종료가 될 수도 있다고 안내를 해주셨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리고 고민됐다. 그냥 3개월만 쓰고 끝내겠단 것 아닌가? 했지만 생각의 흐름을 바꾸기로 했다.


TO신청의 당위성이 부족했던 게 아닐까?

인재가 없는 상황에서 TO를 요청하는 것과 있는 상황에서 요청하는 건 다른 일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내가 잘하면 기회도 열릴 수 있겠구나 싶었다. 애초에 적은 노력으로 결과를 얻기를 바랐던 것 같아서 스스로 조금은 부끄러웠다.


약 한 시간의 면접이 끝났고 이틀 뒤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아마 태도를 보시고 뽑으셨던 게 아닐까 싶다. 압박면접 자체가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만 어찌 보면 기업에서는 그 상황에서 면접자의  순발력, 대응력을 테스트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때 내가 가진 것들을 잘 보여주면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상황을 바꿀 수 있다. 위기가 기회란 말이 있듯이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성공적 전직이란 거,, 할 수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