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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병진 Oct 30. 2018

'보헤미안 랩소디'는 좀 더 상상력을 발휘했어야 했다.

퀸은 역사상 가장 뜨거운 밴드 중 하나다. 퀸 말고 다른 밴드의 이름을 대는 사람도 있겠지만, 퀸의 프레디 머큐리가 역사상 가장 뜨거운 보컬리스트라는 데에는 이견을 달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만든 '보헤미안 랩소디'는 퀸의 노래 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곡일 것이다. 록과 오페라를 오가며 종횡무진하는 이 노래는 한 편의 영화 못지 않은 수많은 감정을 폭발시킨다. 하지만 프레디 머큐리와 퀸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뜨겁지 않다. 


뜨겁지 않다는 게 차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퀸의 기타리스트 브라이언 메이와 드러머 로저 테일러가 제작에 참여했고, 덕분에 퀸의 노래 20곡 이상이 삽입됐지만,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퀸의 음악적 열정을 체험할 수 있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다. 영화는 퀸의 탄생과 성공, 멤버들의 갈등, 재회, 1985년 '라이브 에이드' 공연까지의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전하면서 프레디 머큐리의 성정체성 갈등과 고독을 드러낸다. 이들의 이야기에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영화는 퀸과 프레디 머큐리의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들을 그저 요약해 연결해놓은 느낌이다. 그들의 내면적인 갈등과 영감이 차오르는 순간에 대해 좀 더 영화적인 상상력이 필요했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마지막 20분에 승부를 보려한다. 라이브 에이드 실황공연을 재현하는 이 시퀀스에서 드디어 퀸의 팬들이 원하는 음악이 들려온다. 보헤미안 랩소디, 라디오 가가, 그리고 위아더 챔피언까지. 영화 속의 공연 관객들은 프레디 머큐리와 함께 노래를 부른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극장 내 모든 관객들이 함께 '떼창'을 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아이들이 '겨울왕국'을 보면서 '레리꼬~ 레리꼬~' 하듯 말이다.) 하지만 이들의 뜨거운 음악에도 스크린 밖의 입장은 다소 뻘쭘했다. 134분의 영화에서 110분 동안 프레디 머큐리와 퀸을 재연드라마나 다름없는 태도로 다룬 탓이다. 프레디 머큐리를 연기한 레미 맬렉이 눈에 띄지만, 그럼에도 영화 속의 퀸은 그저 퀸의 커버밴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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