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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병진 Jul 21. 2018

'픽사'는 스티브 잡스의 돈을 빼먹던 회사였다

책 '변호사 레비씨, 스티브 잡스의 골칫덩이 픽사에 뛰어들다!'

“보시게 될 영상이 전 장면이 완벽하게 마무리된 상태는 아니라는 걸 먼저 말씀드릴게요.”


이 책의 제목 그대로 로렌스 레비는 정말 잘나가던 변호사였다. 그런데 어느 날 스티브 잡스의 전화를 받고는 당시에는 스티브 잡스의 돈만 까먹고 있던 픽사에 재무책임자로 스카웃 제의를 받는다. 로렌스 레비는 똑똑한 사람이기 때문에 픽사에서 일을 한다는 게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픽사는 그에게 ‘룩소주니어’와 ‘틴토이’를 보여준 후, 당시 제작 중이던 새로운 작품의 미완성본 일부분을 보여주었다. 로렌스 레비는 그 작품의 일부분을 보고는 픽사에 매료되어 결국 픽사를 선택한다. 물론 그 작품은 ‘토이스토리’다.


픽사의 과거에서 이런 스토리는 꽤 있다. ‘토이스토리’ 시리즈에서 우디의 목소리를 연기해 온 배우(톰행크스 등등)들이 3편 제작 당시 참여를 꺼리자, 픽사는 직원들이 스토리보드를 엮어서 직접 목소리를 녹음해 만든 3편의 이야기를 보여주었다. 배우들은 눈물을 흘렸고, 결국 3편에도 목소리 연기로 참여했다.. 픽사는 막대한 연봉과 스톡옵션등으로 사람을 꼬드기는 게 아니라, 자신들이 만든 이야기로 필요한 사람들을 낚아왔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회사다.  

결국 픽사는 성공했고, 그렇게 낚인 사람들도 보상을 받았으니 다행이지만, 이 책을 보니 픽사의 성공이 당연한 결과였던 건 아니다. 회사는 돈을 못 벌고 있었고, ‘토이스토리’를 만들고는 있지만, 이게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었고, 성공한다고 해도 디즈니와의 (거의)노예계약 때문에 들어오는 돈은 그리 많지 않을 상황이었다. 이 책은 그 와중에도 픽사를 상장시키고, ‘토이스토리’를 성공시켜서 디즈니와의 계약조건을 변경하는데까지 이어지는 모험에 관한 이야기다. 픽사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책과 기사로 봤지만, 크리에이티브가 아니라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서술한 이야기는 처음이다. 이것저것 많은 걸 고민하고 계산해야 하는 사람이 스티브 잡스처럼 목표만 바라보는 성질 급한 사람과 일하는 게 얼마나 피곤한 일인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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