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관람료는 지난 2009년, 2000년, 1995년에 인상됐다
지난 2018년 4월 6일, 멀티플렉스 체인인 CJ CGV가 극장 관람료를 1천원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가격 다양화 제도를 도입한 지 2년 만이다. 또한 관람료가 9000원으로 인상됐던 지난 2009년 이후 9년 만이다. 이제 극장관람료의 표준가격은 1만원이 됐다.
극장 관람료 1만원 시대를 원했던 건, 극장만이 아니었다. 영화제작자들도 1만원을 원한 지 오래다. 지난 2007년에는 당시 이춘연 영화인회의 이사장이 “7년간 한번도 올리지 않은 관람료를 약 1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영화인들의 선언에 동참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때도 극장 관람료 인상은 격렬한 찬반논쟁을 벌였다. 하지만 결국 그로부터 2년 후인 2009년, 8000원이던 관람료는 9000원으로 인상됐다.
흥미로운 점은 극장 관람료가 인상될 때마다 그해에는 최고의 흥행작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이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매년 5월부터 7월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기대작이 넘쳐나는 시즌이다. 하지만 극장관람료가 인상되거나, 인상이 논의된 해에는 10년 중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기대작이 나왔다. 인상 정책이 시행될 때는 극장 관람료 인상으로 인한 관객 감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기였다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는 당연히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다. ‘인피니티 워’는 4월 25일 개봉이고, 극장 관람료는 11일부터 인상된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에 대해 CGV관계자는 “가격 정책은 신중히 오랜 기간 검토하는 사안으로 영화 한 편에 영향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전에 관람료가 인상됐던 지난 2009년, 2000년, 그리고 1995년에도 올해의 ‘인피니티 워’과 같은 영화가 있었다.
2009년 6월 26일, 메가박스가 극장관람료를 8000원에서 9000원으로 올린다고 발표했다. 뒤를 이어 7월 1일, 롯데시네마와 씨너스가 가격 인상을 발표했고, CGV는 2일 후인 7월 3일, 관람료 인상에 동참했다. 실사로봇영화인 ‘트랜스포머’(2007)의 속편인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은 바로 그해 6월 24일에 개봉했다. 그때도
“트랜스포머의 개봉은 (관람료 인상에 따른) 관객 저항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있었다. ‘패자의 역습’은 당시 전국에서 약 750만명을 동원했다. 전편의 744만명과 거의 비슷한 성적이었다.
극장관람료가 6000원이었던 때였다. 이미 극장가는 1997년 ‘에비타’가 개봉했을 때도 관람료를 인상하려고 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반발에 철회했다. 그리고 2000년 ‘미션 임파서블2’가 개봉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극장이 곧 멀티플렉스이던 시절이 아니었다. 개인이 운영하는 극장이 많았고, 그래서 당시 몇몇 극장들은 ‘미션 임파서블2’의 개봉과 함께 관람료를 7000원으로 인상했다. 하지만 다시 소비자의 반발이 일자, 예매관객에게 1000원을 환불해주기도 했다. 그래도 다음해인 2001년, CGV와 메가박스가 관람료를 인상하면서 극장관람료 시대는 7000원 시대가 됐다.
5000원인 관람료가 6000원으로 올랐다. 당시 매일경제의 보도에 따르면, ‘다이하드 3’를 수입한 동아수출공사는 개봉관들과 협의해 관람료를 6천원으로 인상했다. ‘브레이브 하트’를 개봉시킨 20세기 폭스 또한 관람료를 인상했다. 당시에는 재개봉관이 있던 시절이었고, 이 가격은 개봉관의 기준이었다. 사실상 개봉관이 몰려있는 서울 시내 극장의 관람료 전부가 오르게 된 계기였다.
4500원 이던 극장 관람료는 ‘원초적 보능’과 함께 5백원 인상됐다. 폴 버호벤이 연출하고 샤론스톤이 주연한 에로틱 스릴러인 ‘원초적 본능’은 당시 서울에서만 97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요즘과 같은 멀티플렉스 기준으로 보면 그해 최고 흥행작의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