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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병진 Aug 22. 2018

'라이프'의 구승효가 야구단 사장이 된다면...

큰일 나겠지. 

즐겨듣는 팟캐스트 ‘야잘잘스’의 한 청취자가 보낸 사연이다. 사연의 시작은 엘지 트윈스에도 구승효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 야구인 출신이 아닌 전문경영인이 필요하다는 건데, 야잘잘스의 진행자분들이 말씀하셨듯이 대기업 구단은 이전에도 기업 임원들이 대표로 와서 경영했었다. 문제는 그들이 야구에 대해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았다는 거다.


그런데 ‘라이프’의 구승효는 직접 공부하면서 의사들과 논쟁을 벌이는 비의료인 출신 전문경영인이다. 구승효가 돈만 밝히는 경영인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에게 매료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그러니 구승효가 엘지 트윈스에 들어와서 야구단을 경영한다면, 아마 이때도 구승효는 야구에 대한 공부를 시작할 것이다. 야구인 출신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 임원들과 싸우기 위해서다.


어쨌든 그럼에도 구승효의 목표가 돈 잘버는 구단을 만드는 거라면 어떻게 될까.


1. 구승효라면 어떻게 수익을 확대할까.


‘라이프에서도 보았지만, 구승효는 돈이 안되는 부서를 내치겠다고 해놓고 성과급제와 자회사 설립을 통한 수익 확대 방안을 관철시킨다. 의사들에게는 계열사 약이랑 보험까지 팔라고 한다.


그런데 야구단에는 돈 안되는 부서라는 개념이 없으니, 돈되는 부서를 더 만들려고 할 것 같다. 굿즈 기획 및 판매를 강화하고, 잠실 구장 내 옥외광고 수익을 개발할 수 있는 더 과하고 새로운 상품을 만들 것이다. 선수들은 광고 패치가 더 많이 덕지덕지 붙은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뛰어야 할 것 같다. 이를테면 정강이 부분에 스포츠용품 전문 브랜드로고를 하나 더 새겨서 선수들이 도루를 할 때 슬로모션 화면에 로고가 더 크게 보이도록 하는 방식? (이 방식으로 현재 엘지 유니폼 스폰서인 데상트한테 돈을 더 뜯어낼 수도 있다.) 유니폼 종류는 더 많이 만들어서 더 비싸게 만들지도 모른다. 아무튼 엘지 팬들은 사줄테니까. 이때 필요한 직원들을 더 뽑지는 않을 거다. 기존 직원들을 갈아서 하겠지.


2. 구승효라면 야구단에 어떻게 성과급제를 적용할까?


사실 이미 야구선수들은 성과에 의해 연봉을 책정받는다. 이렇게 볼 때 기존의 성과에 따른 연봉인상율은 그대로 두고, 성과에 따른 연봉삭감율은 대폭 늘릴지도 모르겠다. 못하면 지금보다 더 가차없이 연봉이 깎이는 거다.


3. 구승효는 어떻게 선수들을 정리할까.


다 써먹었거나, 더 이상 답이 없다고 판단한 선수들은 내보낼 거다. 은퇴를 종용하거나, 트레이드를 시키거나. 아무튼 연봉은 높은 데 더 이상 생명력이 없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4. 그럼에도 구승효라면, 이병규와 정성훈, 박용택을 모두 돈으로 봤을지도 모른다.


이병규의 마지막 경기, 이병규의 은퇴 모두 팬들을 자극할 수 있는 이벤트였다. 구단이 제안했던 9월 9일 은퇴식을 이병규는 선수들에 대한 배려로 거절했지만, 구승효는 무조건 그날 하자고 했을 거다. 정성훈의 최다 경기 출장 기록은 어떻게든 엘지에서 만들도록 했을 것이다. 그 다음해에 내보내더라도, 그거 하나는 무조건 챙겼을 거다. 그래서 또 그걸 놓고 온갖 굿즈를 만들어 팔거나, 아무튼 팬들이 돈을 쓸 수 있는 이벤트를 했을 거다. 박용택의 은퇴식도 마찬가지. 협박을 하든 어떻게든 구워삶아서 은퇴를 결정하게 만든 다음에 은퇴 이벤트를 또 돈이 되게 만들었을 거다. 구단에서 다 내보니기는 하되, 팬들을 만족시키고 돈도 버는 뭐 그런 상황을 기획했을 것 같다.


5. 구승효라면 어떻게 야구단의 적폐를 청산할까.

라이프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돈만 밝히는 비의료인 출신 전문경영인이 일을 하다보니 의사 세계의 적폐와 관행을 깨뜨린다는데에 있다. 구승효라면 성과를 내지 못한 감독이나 코치들은 가차없이 잘라버릴 것 같다. 엘지는 지난해 실패했던 감독과 단장들을 회전문 인사로 돌려서 다른 보직을 하나씩 줬다. 그들 입장에서는 전임 감독에 대한 예우, 혹은 한솥밥을 먹었던 사람들을 내치기 어려워서 그렇게 했을 수 있지만, 구승효라면 어림도 없다. 다 잘라버리고, 차라리 그들보다 연봉이 저렴한 다른 사람들을 가져다가 앉힐 것 같다.


6. 그런데 선수와 코치들이 반발하면?

암센터가 환자사망사건을 은폐했던 걸 밝혀냈듯, 김태상 부원장을 내처버리듯, 구승효도 말 안듣는 선수들이나 코치의 비리를 캐낼지 모른다. 약물사용이나 숨겨진 폭력사건, 승부조작, 심판과 뒷거래를 한 사람 등등.. 다 끄집어내서 만천하에 공개하고 직원들이랑 머리 숙이고 공개 사과하면서 ‘클린야구’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다. 선수나 코치들이 새로운 사장은 진정한 야구를 모른다고 할 때, 구승효는 야구단이 숨겨온 어두운 면을 도려내면서 그런 목소리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라이프’에서 봤듯이.


결론 : 어쨌든 오지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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