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뇌(5)

깊은 밤

by 반려복어 주인

어느덧 결혼을 4개월 정도 앞두고 있다. 너무 행복하다, 기대된다 라는 마음만 가지고 싶어도 모자란 지금 나는 와이프에게 계속해서 상처를 주고 있는 것 같아 마음 한켠이 너무 무거워 글을 남겨보려 한다.


내 부모님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시다. 당연하게도 나는 어릴 적부터 모태신앙, 교회를 다니곤 했다. 그러나 내 의지대로 다닌 것이 아니기에 현재까지도 크게 감흥은 없는 것 같다. 근데 이게 결혼이 다가오는 시점에 제일 큰 고민으로 다가오고야 말았다.


작년 5월 결혼식을 준비하며 나랑 와이프는 너무 행복하게 준비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때부터였다. 부모님의 교회에 대한 조금씩의 기대가 나에게는 고민거리, 와이프에게는 너무나도 큰 압박과 상처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


만날 때마다 나와 와이프에게 교회 관련된 얘기를 하셨고 결국 결혼식 식순에도 목사님을 서게야 하고 말았다. 나도 싫었지만 착한 아들로 살아온 탓이었을까? 아님 성향상 그래도 좋게 좋게 중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 것이었을까? 와이프를 설득했고 그 와중에 상처를 주고야 말았다. 그 이후 부모님께선 만날 때마다 와이프에게 교회에 대한 언급을 하셨고, 나는 거기서 제대로 된 입장을 펴지 않았던 것 같다. 그것이 또 와이프에게 상처를 주고야 말았던 것 같다. 더구나 장모님도 교회를 다니시지만 일절 우리에게 이런 것을 언급하시지 않았기에 나는 와이프에게 할 말이 없었다.


나와 우리 형은 쌍둥이인데 형은 사실 착한 아들은 아니었다. 부모님에게 할 말 다 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을 다 하는 어떻게 보면 불효자로 볼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했다. 근데 내가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은 무엇일까? 부모님에게는 내가 더 나은 아들일 수는 있지만 와이프 입장에서는 형이 더 믿음직스러운 사람일 것이다. 형이었으면 과연 나처럼 했을까? 절대로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문제로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와중 형이 부모님에게 나의 문제를 얘기해 줬다는 말에 너무 고마웠다. 근데 한편으론 내가 한심했던 것 같다. 이건 내 문제인데 말이다.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부모님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아들인 것일까? 와이프에게 믿음직스러운 가장이 되는 것일까? 나는 회피하고 피했던 결정을 오늘 내렸다. 종교에 대한 강요는 더 이상 와이프에게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저한테만 얘기해달라고...


부모님도 깊은 생각에 잠기신 것 같았다. 그동안 알던 착한 아들이 바뀌었다고 느끼셨던 걸까?

아버지, 엄마 근데요, 전 더 이상 착한 아들이 아니라 한 사람을 책임지는 사랑하는 와이프가 우선인 남편이 되고 싶어요. 성향상 아직도 죄송한 마음이 들지만 이게 맞다고 저는 생각해요. 앞으로도 이 생각은 바뀌진 않을 것 같아요.


나에게 용기를 준 형에게도 너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형이 맞았던 것 같아.


그리고 내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앞으로는 너를 가장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 그렇게 행동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할게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또한 내가 한층 더 성숙해 가는 과정이 아닐까? 누군가의 자식이 아닌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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