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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미애 Jul 26. 2019

기묘한 이야기: 나의 최애 더스틴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시즌3의 시작부터 언급되었지만 단 한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수지는 마지막 챕터에서야 등장한다.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 위기 상황과 동떨어진 대화를 나누고 더스틴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관객의 애를 태우던 수지는 아주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며 사건 해결을 돕는다.


사실 아껴뒀던 수지까지 소환해 그런 장면을 만들어낸 감독의 의도는 너무 뻔해서 유치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긴박한 상황에서 관객에게 기묘한 분위기와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하고 마지막까지 소년 모험극이라는 장르의 본분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는 이 장면을 시즌3에서는 단연 그리고 전체 시즌을 통틀어 최고의 장면으로 꼽아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도가 가능했던 것은 수지의 남자친구 더스틴 덕분이다. 더스틴은 이상한 캐릭터가 잔뜩 모여있는 <기묘한 이야기> 내에서도 상당히 특이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윌 혹은 일레븐과 함께 에피소드를 진행하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더스틴은 단독으로 에피소드를 이끌어가는 기회를 부여받는다. 이유는 많다. 친구들과의 관계, 지적 수준과 독특한 감수성 등등. 아무튼 그렇게 만들어낸 결과물이 시즌2의 다트, 시즌3의 수지 그리고 스티브와의 팀플레이 같은 것들이다.


더스틴의 에피소드는 스토리 전체적으로 보면 소소한 규모지만 그만의 독특한 감수성이 더해져 유독 도드라져 보인다. 뿐만 아니라 극의 흐름을 바꾸는 장면 속에서도 더스틴의 활약상은 상당하다. 거창하거나 대단할 것 없지만 더스틴이 등장하는 장면을 특별히 애정하는 이유, 강력한 캐릭터가 많음에도 최애 캐릭터로 더스틴을 뽑는데 주저하지 않는 이유다.



+ <기묘한 이야기> 시즌3 챕터1의 제목은 <Suzie, Do You Copy?>다. 수지가 맥거핀이 아닐까 아주 잠시 의심했었다.

++ 더스틴과 비슷한 이유로 스티브도 애정한다. 그래서 시즌3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스티브와 더스틴의 재회는 내 마음속 명장면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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