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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 the Deer Jun 13. 2024

간사이 공항 12시간 표류기 feat. 티웨이 지연

추억은 고맙지만  티웨이항공은 이제 절대로 안탑니다~ ㅎㅎ


일본 가족 여행 일정을 마무리 하는 마지막날.

교토역에서 허둥지둥 하루카 특급열차를 발권 하고 있는데 티웨이 항공에서 문자가 왔다.



"???"


'비행기 지연을 이렇게 임박해서 알리나?


으윽...'



살짝 마음에 기스가 났지만 몇년만의 가족 해외여행이라 참았다. 가족여행을 즐겁게 끝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두시간 정도면 라운지에서 있으면 얼추 시간이 될 것 같았다. 아니면 쇼핑을 해도 되니까. 그리고 1000엔짜리 식사쿠폰을 받았는데 조금 마음이 누그러지기도 했다.


그냥 이 쓴 마음을 흘려보내기로 선택했다. 수월하게.


식사쿠폰으로 밥을 먹고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톡이 왔다.



"?????"


또 이렇게 지연을? 이렇게 띡?


기분이 상했다.


'지연을 이렇게 통지하다니....


끄응...'


뭐라도 더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그렇게 우리 가족은 맛없는 파스타를 먹었다 (칸사이 공항 터미널 1 gate 13번 근처인 것은 안비밀)


그렇게 포만감을 가지고 곧 탑승을 기다리고 있는데 저쪽에서 웅성웅성 소리가 들렸다.



"미친거 아냐?뭐야?"


사람들이 큰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말도 없이 갑자기 비행기 출발시간이 10시25분 저녁으로 바뀐 것이다. 이번엔 카톡도 없었다.


오후 3시 25분에서 저녁 10시 25분???


말 그대로 화가 났다.


'일을 이런 식으로 처리 하다니!!!'


같은 직장인으로써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심지어 톡도 없었다.


이렇게 말도 없이 처리하는 건 상도가 아니다. 그리고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다.


분풀이보다는 한마디 해야겠다는 생각에 직원을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물론 분이 섞이지 않았다고 말은 못하겠다) 주변을 둘러 보니 나와 같은 눈빛이 한둘이 아니었다;;


옆게이트에 다른 항공편 티웨이 직원들이 있었는데  다들 그쪽으로 모여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티웨이 직원들은 무서웠을 것 같다)


사람들이 따지기 시작하자 책임자가 왔다. 책임자는 진땀을 빼며 대응하는게 보였지만 역부족이었다. 그 역시 충분하지 않은 정보로 대응 하고 있었다.


애쓰고 있었지만, 부족했다.

본사의 주먹구구 지시가 눈에 선했다. 본사에서 더 잘 대응했으면 이렇게까지 욕받이가 되진 않을텐데... 웬지 중간에 끼인 것 같은 책임자분이 안쓰러워보이긴 했다.


그들의 해명은 비행기 결함으로 인천에서 오던 비행기가 다시 회항했다는 내용이었다. 듣긴 했지만 납득은 되지 안했다. 사람들 모두 기가 차다는 반응이었다. 하필이면  와중에 또 우리 비행기가?


화를 삭혔다. 가족여행이니까.

(만약 혼자 출장중이었다면 폭발했을것 같다)



식사쿠폰을 다시 받았다. 궁시렁대며 식사쿠폰으로 밥을 먹고 돌아 오는데,



?????????


이게 뭔가??


이제 헛웃음이 나왔다.


허허허허허...


밥먹고 우리 게이트로 가니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나도 따지는 사람 중에 한명이 되었다.


이게 말이 되느냐고.

우리 시간 어떻게 할꺼냐고.

일처리를 이렇게 하냐고.


저녁 7시에 출발을 했다는 비행기는 사실 출발을 안한 것이었다. 인천에서 승객 100명이 탑승을 취소해서 delay가 되었다는 것이다.


대응이 점점 주먹구구 였다. 말이 계속 바뀌었다.

이제는 비행기가 오긴 오나 싶었다.


주변의 몇몇분들과 동조하며 따지고 있는데 아내가 나를 콕콕 지르며 불렀다.


이리 나오라고.


나는 얌전히 나왔다.


아이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두가지가 보였다. (그러고보니 첫째는 계속 나를 말없이 따라다니며 관찰하고 있었다. 아내를 따라 얌전히 나왔을때도 가장 먼저 미소지었던 첫째였다.)


아빠가 더 화를 안냈으면 하는 것과

뭔가 일상에서 벗어난 지금의 상황에 흥분하는 느낌이었다.


어른들에게는 굉장히 짜증스러운 상황이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내일 학교에 합법적? 으로 안가도 되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 에피소드? 제법 오래갈만한 rare한 에피소드였다.


아이들은 약간 흥분된 상태였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오랫동안 공항에 있어본게 난생처음이면서도 신기한 경험일테다.


아내는 멀리 내다보고 있었다. 작금의 상황에서 가족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고, 나를 가족들에게로 찾아왔다. (그리고 여행자 보험 내역을 확인하고 있었다)


따져볼 사항들은 따져봐야 하지만,

나도 마음은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을 이입해서 화를 분출한들, 더 이상 달라질 게 없었다. 이제는 비행기가 오는 마당에 차분히 마음을 오므리면서 여행에서 이제 현실로 돌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티웨이에 법무팀도 있고, 항공법 관련 보상이나 규정도 두루룩 꾀고 있을텐데, 더 이상의 감정소모는 이제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글로 정리 하니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사실 지금 아직 칸사이 공항이다)


둘째가 흥분해서 캐리어를 공항복도 이쪽에서 저쪽까지 타고 뛰어다니고 있다. 어떤 아이들은 흥분해서 신발을 벗고 양말로? 뛰어다니고 있다.



그래. 받아들이자.

이번 여행은 이렇거 마무리 하는 것으로.



참으로 찐한 추억의 여행이 되고 있다.



Ps.


지금 오후 11시 14분.. 아직도 한국에세 우리를 태울 비행기가 이륙을 안했단다.. (공지가 끝나자마자 사람들의 야유가 폭발했다;;)


그리고 잠시 후 비행기 시간은 새벽 1시 25분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잠시 후 실제 탑승시간은 새벽 2시 25분으로 바뀌었다..


(궁금증이 생겼다.. 비행기 1대로 항공사를 운영하나...;;)



추억은 고맙지만;;;


이제 다시는 ㅎㅎㅎ

티웨이 안탑니다 ㅎㅎㅎ ㅜㅜ



Ps 2.


https://naver.me/5r9vOzme


오늘 아침 원인을 알게 되었다.

어제 인천 공항도 난리가 났던 것이다.

그리고 어제 티웨이 직원들이 얘기한 출발했다는 둥, 회항했다는 둥 다 거짓이었다.


https://naver.me/5Q3dRMmz


아이고..

결국 비행기 한대로 운영 한 게 맞았다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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