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앞에서 펑펑 울었던 날

by yeon

뇌출혈 환자인 엄마는 절대 먼저 요구하질 않았다.

화장실 가서 일을 보는 게 가능한 상태였으나

소변이나 대변이 마려워도 사람을 부르질 않았다.

뭔가 다리를 세웠다 핀다던지 손으로 상의 끝을 만지작 거리면 마려운 거라 말 걸면 그제야 화장실 가자고 했다.

고개 돌리거나 눈을 돌려 사람을 찾는 행동을 잃어버린 사람 같다.

갈증을 느껴도 물 달란 요구도 하지 않았기에 치료받는 중간중간 물을 먹여줘야 수분 섭취가 가능하다.

재활병원에서 개인간병인을 고용했을 때다.

토요일에 교대해서 일요일까지 내가 간병을 했었는데

토요일엔 오전 재활이 있어 교대 후에 치료실로 데리러 갔었다.

FES 전기 치료 하고 있는 엄마에게 다가가 나 왔어 하니 잘 왔다고 오줌 마려워 죽겠단다.

지나가는 치료사 선생님에게 한마디 하면 되는 일인데 그게 안된다.

참 속상했다.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에게 말하면 간병인한테 호출이 가고 화장실을 갈 수 있는데

‘먼저 말 걸어 주는 사람’이 없으면 기본적인 욕구마저 참고 있는 엄마가 너무 안쓰럽고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간병인분도 재활치료 중간중간 화장실과 물을 체크했었다.

이 부분 때문에 무리해서 개인간병을 계속 쓸 수밖에 없었다.

간호통합이나 공동간병은 재활 시간 중간중간에 환자 체크하기란 무리가 있어 보였기 때문에..

​​

그리고 퇴원 후 8월 집에 있을 때다.

엄마를 침대 앞 의자에 앉혀두고 침대보와 이불을 갈고 있었다.

아침부터 속이 안 좋은지 변을 두 번 정도 본 상태

이불과 침대패드를 바닥에 두고 새 걸로 다 갈아낸 다음 엄마 얼굴 정면으로 가서 상태를 한번 체크하는데

엄마가 똥을 쌌다고 한다.

변실수는 거의 없던 때라 당황해서 일으켜 세우는데 설사인가 보다.

바지사이로 흘러내린다. 화장실로 데려가 벗기는데

이미 난장판..

걸어온 길에 떨어진 변자국

그리고 그게 튀어서 바닥에 내려놨던 이불과 패드에 묻었다.

엄마 왜 나 안 부르고 있었어? 하니

너 없었잖아 한다.

바로 뒤에서 이불 갈고 있었고 소리도 났을 텐데

그 인기척도 못 느끼고 고개 돌려 나를 찾거나 부를 생각을 못하는 거다.

“내가 이불 간다고 의자에 앉아 있으라고 했잖아

배 아프면 나 부르면 되잖아 왜 그걸 참고 있다 이 사단을 만들어, 엄마 나 너무 힘들어”

하면서 엉엉 주저앉아 울었다.

모르겠다 왜 그랬는지..

걸어온 길에 떨어진 변들과 이불과 발매트를 보는데 순간 모든 게 아찔해졌고 이렇게 급하게 마려운데 말조차 못 하고 있는 엄마를 보자니 더 안 좋아진 건 아닌지 눈앞이 깜깜해졌다.

엄마가 “배 아픈데 어떡해” 한다.

엄마를 씻기고 바닥을 닦고 소독제를 뿌리도 이불과 매트를 애벌빨래하는 동안 그냥 눈물은 흐르는데

설사를 하니 지사제를 사러 가야 한다는 생각만 들고

모든 게 엉망진창이었다.

엄마 앞에서 펑펑 운 나 자신도 싫었고 이 모든 게 다

지긋지긋 해졌었다.

참 더웠던 여름 최악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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