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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칠 Feb 04. 2022

자아 탐구

 내 몸속 깊은 곳 어딘가에 내가 미처 모르고 있던 <나>라는 소프트웨어가 존재하며, 이것을 알아내는 것이 <행복한 삶>과 직결된다는 사고방식은 동시대의 유행이다. <취향>, <심리테스트>, <기록하기> 등은 모두 이 유행의 한 단면이자 <자아탐구>의 테크닉이다. <퍼스널 브랜딩>은 <자아탐구>를 집대성해, 스스로를 판매 가능한 상품-브랜드-로 재정의해내는 활동이다.


<퍼스널 브랜딩>의 로드맵은 먼저 스스로 <전문가>가 되기로 마음먹은 후에, 해당 분야에서 <나>를 통해 <진정성>을 인정받아 <인플루언서>가 되는 것이다. <인플루언서>가 누리는 부와 명예를 향한 동경이 앞에서 끌고, 개성을 포기하고 부품이 되어도 근로소득이 안정적인 삶의 기반을 보장해줄 수 없는 데서 오는 불안이 뒤에서 미는 '브랜드 되기'는 심리테스트, 온라인 워크숍, 교육 컨설팅 등 폭넓은 시장을 만들어내는 동력이다. 대체 불가능한 <나>가 되지 않으면 생존을 담지할 없는 환경에 처해있는 이들에게 도처에 널린 '인플루언서-퍼스널 브랜드'들의 성공신화는 접근성이 높은 '도전', 혹은 그나마 꿈꿔봄직한 '구원'으로 여겨진다. 구원의 수단이라는 점에서 볼 때, <퍼스널 브랜딩>은 이른바 '투자 열풍'과 같은 욕망을 몸체로 공유하는 샴쌍둥이다.


 SNS는 이를 가능케 한 환경인 동시에 부추기는 주체이며, 개인을 향해 '나를 드러낼 것'을 끊임없이 권유하고 있다.(틱톡의 슬로건은 '나답게 즐기는 거야'다.) 퍼스널 브랜딩을 하는 개인은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편집해 콘텐츠로 재가공해내며 결과적으로 플랫폼에 데이터를 축적(네이버 블로그의 슬로건은 Life-log,'삶을 기록하라'다.)시킨다. <퍼스널 브랜딩>은 <나>를 발견해나가는 주체적인 도전으로 여겨지지만, 그 과정-기록하기-에서 삶의 무게중심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지게 되며, 결과적으로 삶은 플랫폼에 이전보다 더 깊이 종속된다.


현실에서의 노동은 불안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가상에서의 자발적 노동으로 내몰린 이들은 <나> 되기를 꿈꾸며 자신을 베팅하지만,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판돈은 오직 피로뿐이다. 그렇게 더 잘 못 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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