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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May 15. 2019

떨어져 있어야만 알게 되는 숨겨진 진실

진공 상태 7부


오늘 내가 연재하던 소설 사이트에서 더 이상은 편의를 봐줄 수 없다는 연락이 왔어. 메타는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지만 나는 밤이 되면 파란 나비로 변하는 그 여자를 먼 곳으로 보내버렸어. 그녀를 사랑하던 남자는 물론 힘겨운 날들을 보내겠지만 메타, 사랑이란 그런 거야. 가끔은 떨어져 있어야만 알게 되는 숨겨진 진실 같은 게 있기 마련이라고. 우리가 지금 떨어져 느끼는 이 모든 감정들처럼.


이제는 별 의미도 없지만 그 소설은 작년 여름, 낯선 거리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야기였어. 풀 한 포기 없는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나비 한 마리가 운명처럼 재료를 던져준거야. 이유 같은 건 여전히 모르겠어. 별 것 아니라 치부해 버리면 그만일 시간이었는데, 차마 그러질 못했어.  집으로 가는 내내 그녀는 내 옷깃을 스치고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했고, 아주 간절하고 애달픈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걸었지만, 나는 그 모든 시간을 단 한 토막도 이해하지 못했어. 그리고 그날 새벽, 나는 한 문장을 끄적인 채 잠이 들었어.  

'사랑에 빠진 대가로 파란 나비의 밤을 보내야 했던 그녀는, 그토록 두려워하던 고통의 시간을 통해 더없이 자유로운 존재가 되었다'


상상력도 병이라며 혀를 찰지 모르지만, 나는 그 시간을 떠올리면 어쩐지 숙명 같은 기분이 들어. 놓쳐서는 안 될 무언가를 가볍게 떠내려 보낸 듯한 기분이 오랜 시간 여운처럼 남아.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그 순간을 잡았더라면 무언가 달라졌을 것만 같아. 


아무튼 서로 사랑하는 연인을 떨어트려 놓은 채로 연재가 중단되었으니 독자들이 구시렁거리고 있다고 해도 내가 변명할 거리는 없지 뭐. 여러 가지 결말들을 구상했었는데. 가장 마음이 가는 안은 역시나 '해피 엔딩'이었어. 행복해지는 나비를 그리다 보면 내 마음에도 콩고물이 조금 떨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이젠 그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누구도 알 수 없게 됐네. 진정한 열린 결말이라고 하면 욕먹으려나.


사실 소설의 연재를 중단하고 계약금의 일부를 돌려주겠다고 얘기했어. 왜냐하면 나는 더 이상 가상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여력이 없거든. 지금 내가 쓸 수 있는 유일한 글은 이 구질구질한 문장의 나열뿐이야. 마치 외지에 숨어 예언을 받아 적는 정체 모를 인간이라도 된 것만 같아. 아무리 눈을 씻고 봐도 이 글이 세상을 뒤바꿀 일은 없을 것 같은데 말이지. 이 꼬질꼬질한 노트가 내 방에서 벗어나기라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글. 지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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