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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지막 거인 Apr 05. 2022

두 마리의 뚱이

바뀐 주인과 역할을 했던 반려견 이야기

<<1화 : 뚱1 >>


세상에는 여러 종의 강아지가 있지만 나는 어릴 적 동화책이나 교과서에 많이 등장한 바둑이가 친근했다.

바둑이랑 비슷한 아이를 찾아 헤맨 때가 내 인생에서 최고로 바쁘고, 하루에도 몇 번씩 사직서를 쓰고 싶은 충동을 느꼈던 대학병원 시절이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하니 애완동물은 절대 안 된다고 했던 엄마가 먼저 강아지를 사러 가자고 했다.

그렇게 만났던 아이가 우리 뚱 1이었다.

작은 사자라고 불리는 시츄는 바둑이 털이랑 비슷하고, 온순한 성격에 애교도 있어서 나의 보물 1호로 바로 등극했다.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것은 내가 반려견을 키우면서 배워야 하는 공부의 시작이었고,

26살에 만난 뚱이는 최고로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결혼으로 인해 친정에 뚱이를 무책임하게 남겨두고 떠날 줄 알았지만 다행히 신혼집을 친정과 같은 아파트에 구해서 뚱이는 그렇게 우리 집과 친정을 오가며 잘 지냈다.

문제는 내가 임신과 출산을 하고 서울을 떠나 분당에 오게 되면서 뚱이와 긴 이별을 해야 했다.

어쩌다 보니 연년생을 낳아서 키우고, 직장생활까지 했던 내가 반려견까지 키우는 건 쉽지 않았던 일이었다.


그러던  친정에  문제가 생겨서 친정부모님을 모시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뚱이도 다시 만나게 되었고, 뚱이는 그동안 많이 늙어져서 백내장도 생겼지만 또래 아이들에 비해 건강은 좋은 편이었다.

아빠와 하루에 3시간 이상 산책을 하니 그간 단련된 체력이 뚱 1을 지탱해 줬던 거 같다.

나도 그즈음 일이 바쁘기도 했고, 베이비시터를 구하지 못해서 힘들 때라 친정부모님의 도움을 받으며 지냈지만 그 속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나만의 짐을 짊어지고 살아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 2시간 전에 급하게 전화가 왔다.

뚱이가 사고가 났다고.

조퇴를 하고 바로 집으로 갔더니 엄마가 아빠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뚱이 어딨어? 왜 말을 안 해? 사이가 좋지 않았던 아빠는 엄마의 소리에도 침묵만 고수했다.


내가 들어가서 말했다.

아빠, 뚱이 어딨어?

알아야 처리를 하지. 더 늦기 전에.


그때서야 아빠는 울면서 뚱이를 소화전 공간의 상자에 넣어뒀다고 했다.

내 아버지는 수업 중 쓰러지신 후 몸의 왼쪽은 마비가 와서 오른쪽으로 겨우 걷고 오른쪽만 쓰실 수 있다.

그래서 산책을 그렇게 했던 것도 모두 뚱이 덕분이었다. 자식이 도와주지 못하고, 거들어 드리지 못해도 마음으로 의지하고, 눈으로 그간 정을 주었던 아이란 것을.


현관문을 열고 소화전을 열어보니 뚱이는 몸이 굳은 채 세상과 이별을 한 시간이 꽤 됐음을 알려줬다.

아이들도 달려 나와서 울고, 친정엄마도 그간 정들었던 뚱 1을 눈떠보라고 하며 울고, 가족 모두 슬픔보다 더 깊은 아픔으로 눈물을 흘렸다.


다시 아빠한테 가서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동물병원에 데려갔는데 이미 죽었다고 했어.라고만 ……

뚱이가 다니는 동물병원에 전화를 했다.


선생님 말씀은 이랬다.

길거리에서 족발뼈를 먹었는데 목에 걸린 거 같아요.

근처에서 그랬다는데 빨리 데려왔으면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어르신께서 몸이 불편하시니……

그 불편하신 몸으로 지팡이도 안 하신 채 뚱 1을 안고 들어오셔서 살려달라고 ……


네. 그랬군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알려주셔서.

저 병원비는 … 그럼…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그거 보실래요? 그리고 병원비는 안 받겠습니다.

그보다 어르신 상심이 크실 텐데 위로해 드리세요.라고.


전화를 끊고 몸이 굳은 뚱 1을 한참 안고 있었다.

내가 힘들다고 너를 우리 집에 데려와서 이렇게 보내는가 싶어서 자책감으로 목 놓아 울고 울었다.

그때의 상황과, 내 아이를 키운다는 이유로 조금 더 아껴주지 못했던 시간을. 그리고 말하지 못하고 적을 수 없는 여러 가지 이유로 한 생명을 보내준다는 것이 고통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동물병원에 전화를 했다.

선생님, 강이지 화장터가 가까운 곳이 어디죠?

광주라고 했고, 문 닫을 시간이 됐을 거라고 했지만 말씀해 주시겠다고 했다.

화장터에 전화를 했고, 판교에서 경기도 광주의 끝자락으로 향했다.

사장님이신지 직원인지 모르겠지만 기다려주겠으니 오라고 하셨다.



예쁜 별.

우리 뚱 1은 처음 만날 때부터 예쁜 눈망울을 가진 별보다 빛나는 아이 었다.

반려견, 반려묘 또는 어떤 생명체를 키우다 보내 본 경험이 있다면 알 것이다.

쉽지 않은 이별의 순간과 그 후에 따르는 상실감.


그래서 다시는 반려견은 안된다고 말했지만,

친정아빠는 식음을 전폐한 지 2주가 되어갈 때.

나의 이모들은 나 몰래 뚱 2를 그 동물병원에서 데려왔다.

마치 예견을 하고 준비한 듯한 동물병원 원장님은 시츄 아가를 데려와서 우리 가족을 유혹하고 있었다.


그렇게 뚱 2는 우리에게로 왔다.


상실의 순간에서 부활이라고 믿기를 바라는 가족들의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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