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세스가 브랜딩이 된다
최근 브랜딩에 힘을 쓰는 병원이 많아지고 있음을 실감합니다. 많은 병원들이 브랜드의 방향과 가치를 정하고 구성원과 공유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갖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치와 철학이 광고나 홈페이지, 대기실의 문구로만 존재한다면 어떨까요? 혹은 고객이 외부에서 인지한 브랜드 이미지와 실제로 방문해서 느끼는 경험적 이미지가 다르다면 어떨까요?
지금은 환자들이 광고는 스킵해도 댓글은 꼼꼼히 읽습니다. 후기나 리뷰 컨텐츠가 병원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경험자의 한마디 한마디가 중요한 디지털 노마드 세상에서 더 이상 스스로를 위장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그 어떤 모습도 SNS를 통해 전세계로 단 몇 초만에 공유되는 세상입니다. 브랜드 내외부 이미지가 일치하지 않거나, 내부 접점에서의 나쁜 경험은 결국 성과로 직결됩니다.
그런 경우 고객 유입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 됩니다. 재방문하지 않는 것은 물론 소개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혹시나 해서 왔다가 다시는 오지 않는 일회성 고객만이 있을 뿐입니다. 이런 브랜드 경험은 단순히 직원들의 친절로 무마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경험은 결과 뿐 아니라 과정도 포함합니다. 즉 ‘어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가’(통증주사, 무릎수술, 교정치료 등) 만큼이나 ‘이를 어떻게 제공하는가’가 중요해졌다는 말입니다. 오죽하면 의료소송의 80%는 잘못된 의료결과가 아닌, 의료서비스가 전달되는 그 방식 때문이라는 결과가 나왔을까요.(제임스 헤스켓, 서비스 수익모델) 다음은 병원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불편한 경험인 대기시간에 대한 프로세스 개선 사례입니다.
저희는 브랜드 가치가 프로세스에서 경험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브랜딩합니다
심각한 대기로 불만이 심했습니다. 모 난임 전문 산부인과는 지역구 병원에서 탈피하여 전문성을 바탕으로 전국구 브랜드를 구축하고자 했습니다. 의료진의 전문성은 매우 높았습니다. 하지만 긴 대기시간으로 인해 환자들의 불만은 상당했습니다. 난임환자의 경우 생리 시기 등을 맞추어서 가야 하니 미리 예약을 못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럴 경우 가서 무작정 기다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 시간은 각오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서너 시간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고객들은 누군가를 소개해주고 싶으냐고 물으면 꺼려진다고 답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고객여정지도를 먼저 그리고 다음의 방법을 도출해 냈습니다.
일단 시간적인 요인에 주목했습니다. 실제로 원장님의 진료 시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또한 진료 임의 변동폭이 너무 컸습니다. 예약 없이 당일 방문하는 환자로 인해 예약제 이행 및 환자 예측이 어려웠습니다. 일단 당일 방문하는 예측 불가한 환자의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시간당 예약자 수를 늘려 예약이 가능하도록 유도했습니다. 동시에 원장님의 진료 시간과 변동폭을 일관성 조절하기 위해 양적인 진료 시간 대비 질을 높이기 위한 예진실을 도입했습니다. 진료 및 진단과 관계없는 정보 제공은 챠팅을 통해 외래에서 전달했습니다. 브로슈어를 별도로 제작하여 커뮤니케이션을 이원화했습니다.
안내 기능을 재정비했습니다. 잘못된 대기(2층 원무과가 아닌 3층 행정실에서 대기)로 프로세스에서 누락되거나 이탈되는 고객이 생겨 불필요한 대기와 예측 못한 돌발 상황이 자주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실명을 통일하고(원무과, 접수수납 등) 가시성이 좋고 직관적인 사인물을 배치했습니다. 각 접점에서 막연한 대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다음 접점에 대한 정확한 안내가 이루어지도록 했습니다(검사실로 가세요. VS 검사실 앞에서 대기표 뽑고 기다리세요. / 검사 다 끝났습니다 VS 검사 다 끝났습니다. 이제 원무과에서 수납하시면 됩니다).
예약이행 관리를 시작했습니다. 난임환자들의 예약이행율이 37%로 매우 낮게 나타난 점을 고려하여 이행율 지표를 올리기 위해 콜센터에서 적극적인 예약이행관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체감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기 현황판을 배치했습니다. 대기시간을 줄임과 동시에 브랜드 가치전달을 위해 스크립트를 설계하고, 각 접점에서 실행했습니다. 이러한 프로세스 개선은 환자들의 브랜드 만족을 상승시켰고, 1년만에 확장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고도비만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어느 내과가 있었습니다. 환자들을 조사해보니, 그들의 보편적인 감정은 바로 불행과 고통이었습니다. 이 병원의 환자들은 지방 흡입을 여러 번 해본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요요로 인한 자기혐오와 자기 학대 등을 경험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빼야한다’, ‘먹으면 안 된다’는 정신적 스트레스와 강박관념이 매우 심했습니다. 이를 없애는 방법이 절실했습니다.
그래서 기존과 다른 비침습 의료적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그동안 실패했던 방법과 다르게 잘 먹는 식이요법 및 약물치료, 체형교정을 중심으로 치료경험을 구성했습니다. 이와 함께 지방 흡입보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요요가 없이 건강한 다이어트가 가능하다는 콘텐츠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내용을 키 메시지로 만들어 역설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비만 치료는 불필요한 것을 빼는 과정이 아닙니다.
꼭 필요한 것만을 넣는 과정입니다.”
비만은 영양과잉이 아니라 필요한 영양의 부족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습니다. 환자의 행복을 위해 ‘혁신’이라는 브랜드 컨셉을 도출하고, 각 접점에서 혁신이라는 가치를 전달하는 아이디에이션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업을 비만 치료자가 아닌 환자의 행복을 돕는 ‘해피 이노베이터’로 다시 정의했습니다. 해피 이노베이터를 기준으로 프로세스마다 언어적, 행동적 요소들을 바꾸어나가고 환자들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주기 시작했습니다.(7번 웃기, 칭찬하기, 격려하기, 해피요소 등 반영)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무엇보다 환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습니다. 직원들 또한 예전과 달리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심지어 자발적으로 야근을 자처하는 등 혁신에 더욱 매진했습니다. 이를 통해 병원 내부에 혁신의 문화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병원 직원들은 환자의 고통과 아픔이 기쁨과 행복이 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보람과 의미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지속적인 피드백 활동을 통해 우리다움의 문화를 내재화 하며, 매출이 빠르게 오르기 시작하자, 원장님은 우리의 브랜드 가치와 일치되는 부서에 아낌없는 포상을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