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과 민감 사이

우리 회사 사람들은 예민하다

by 문수정

사무실의 흔한 형광등같은 인공조명 빛은 우리의 눈에 심한 피로를 발생시킨다. 숙면약화나 심한 경우 근육 운동 장애도 초래한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형광등 조명을 1/4만 켜놓는다. 좀 어둡다 느껴지지만 8시간 혹사할 우리의 눈과 뇌의 보호를 위해 그렇게 한다.


에어컨을 가능한 틀지 않는다. 에어컨은 실내외 체온의 변화를 심하게 만들어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다들 에어컨 바람을 싫어하고, 어떤 직원은 에어컨 바람에 어김없이 비염이 터진다. 환절기에는 환기를 자주 하고, 정기적으로 청소기를 돌린다. 냄새가 불쾌한 식당이나 공간에선 주저없이 나온다.


점심을 포만감있게 먹지 않는다. 샌드위치나 샐러드 같은 음식으로 소식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배가 부르면 오후 시간 일하기도 힘들고, 집중력이 흐려지기 때문이다. 누구의 강요가 아닌 생산성을 위해 스스로 식사량을 조절한다. 그리고 오후시간에는 한번씩 눈을 잠깐씩 붙이는 시간을 갖는다.


소리에도 민감하다. 편안한 환경을 위해 평소엔 잔잔한 재즈 음악을 틀어놓기는 하지만,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어김없이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장착한다. 미팅을 할 때도 시끄러운 카페보다 조용한 사무실을 선호한다. 타인을 실망시킬까봐 고민과 불안도 많다.


이건 전부 내 성향에 해당이 된다. 그리고 우리 직원들의 성향이기도 하다. 지금 멤버가 구축되기 전에 나는 항상 예민한 사람, 유별난 사람이라고 낙인되어 왔다. 에어컨을 끄면서 ‘미안해, 예민해서’ 라고 죄책감을 느꼈다. 그런데 나와 비슷하게 예민한 감각을 가진 이들이 함께 하게 되면서 ‘내’가 아니라 ‘우리’로 인칭이 바뀌었다.


우리는 예민하기 보다 민감한 감각을 지닌 사람들이다. 덴마크의 저명한 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저자인 일자 샌드는 민감함은 신이 주신 최고의 감각이다라고 했다. 남들보다 민감한 사람들은 특별히 예민한 신경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유독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에 민감하다. 숨어 있는 뉘앙스를 남들보다 더 많이 인식하고 받아들인 인풋은 더 깊은 곳에 입력된다. 외부에서 받아들인 인풋이 하드 드라이브에 빠른 속도로 채워지고, 그 결과 과도한 자극을 받는 것이다.


적당한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 어려워 엄격한 규칙으로 자신을 힘들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각종 연구에서 밝혀낸 것은 창의력, 통찰력, 열정 등이 민감함이라는 재능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렇게 높은 민감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창의적 내면 세계, 풍부한 상상력이 있다. 필요 이상으로 양심적이고, 더 높은 책임감이 있다. 엄격한 기준으로 자신을 제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면 남들보다 더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내가 경험한 우리 직원들은 자신의 행동이 회사에 끼칠 영향을 고려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삶을 숙고하는 주제, 일에 대한 성찰과 깊이를 이야기한다. 스스로 완벽하고 치밀하려고 하고, 깊이 생각하며, 자신의 문제를 깊이 받아들인다. 워낙 자발적으로 몰입하기에 나는 방해가 될까봐 문도 살살 닫고 다닌다. ‘너무 열심히 하지 말아라, 결과물에 너무 목숨걸지 말라’고 말할 수가 있다. 최고의 감각을 가진 이들과 함께 해서 기쁘다. 예민하다는 죄책감에서 해방될 수 있게 해주어 감사하다. 당신이 이런 성향이 있다면 일을 유능하게 잘할 수 있는 인자를 가진 것이다. 남들이 예민하다고 할때 당신의 민감성을 발휘해 보라. 당신을 전적으로 신뢰하는데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결이 맞는 사람을 옆에 두는게 성공이라고 했던가. 나는 성공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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