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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수정 Sep 26. 2022

감동적인 브랜드 스토리는 이렇게 탄생해요

픽사스토리텔링

<픽사 스토리텔링>을 통해 본 서울대학교 병원브랜딩

                                                                                                                                                                     


왜 스토리가 중요할까요?


스토리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이 그만큼 스토리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선사시대부터 동굴 벽화를 통해 스토리를 전달했습니다. 또 최근 인지심리학자 제롬 부르너(Jerome Bruner)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스토리로 정보를 접할 때 22배나 더 잘 기억한다고 합니다.


브랜딩에 있어 스토리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소비자가 기업을 신뢰하고 애정을 갖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서울대학교 병원의 사례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서울대학교 병원은 네이버 포스트를 활용하여 SNUH 크리에이터라는 시리즈를 연재중입니다. SNUH 크리에이터 시리즈는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재직 중인 근로자들이 직접 크리에이터가 되어서 병원에서의 경험담을 전달하는 스토리텔링 콘텐츠입니다.


딱딱할 것 같은 병원 이미지와는 달리, 그 속에서의 실제 사람들 이야기를 전해주니 더 친근한 이미지가 형성됩니다. 그래서 그런지 유달리 SNUH 크리에이터 시리즈에는 댓글이 많이 달립니다. 저는 서울대학교처럼 큰 대학 병원에서도 이렇게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활용한다는 게 참 놀라웠습니다. 신기하게도 기존의 건강에 대한 정보성 콘텐츠와는 달리 댓글 반응을 보면 의료진분들이 고생하신다는 말이 그렇게 많더라고요. 


이처럼 스토리텔링 콘텐츠는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픽사 스토리텔링> 책을 가져와 봤어요. 픽사에서 20년 동안 스토리를 제작한 매튜 룬 작가가 브랜딩에서 스토리를 활용하는 법을 나눈 책입니다.





스토리에 있어 중요한 것은 뭘까요?


그렇다고 기업의 아무 스토리를 전달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요즘에 저희는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있고 어떤 성과가 나왔고…‘ 이렇게 단순히 기업의 TMI를 나열하는 것은 좋은 스토리가 아닐 것입니다.


* 변화에 직면한 캐릭터와 흥미로운 후크가 있다고 해도 관객과 무관한 스토리라면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콘텐츠로 만들어야 하는 스토리는 단순히 기업의 이야기가 아니라 고객과 관련 있는 스토리여야 좋습니다. 그래야 고객도 공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스토리는 인간의 ‘보편적인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픽사 스토리텔링>에서는 다음과 같은 주제를 예로 듭니다.


스토리텔링의 주요 주제 : 사랑과 소속감, 안전과 안정, 자유와 자발성, 권력과 책임 ,즐거움과 재미,  인식과 이해      


서울대학교 병원의 SNUH 크리에이터 시리즈에서도 이처럼 인간의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많이 아프셔서 의사소통이 불가능하신 80세 남자 환자분이 조그마한 수첩에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문구를 써서 간호사에게 보여준 스토리가 있습니다.


 이처럼 많이 아프신 환자분들과 겪었던 감동적인 이야기를 풀어주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 ‘사랑과 소속감’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다룹니다. 그래서 읽는 고객도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야기를 지어내면 안돼요!                                                 

하지만 인간의 보편적인 주제를 다뤄서 바이럴(홍보 효과)을 일으키고 싶다고 해서 이야기를 지어내면 절대 안 됩니다. 이러한 성급한 행보는 되려 화를 입을 수 있습니다.


남양유업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 예방효과가 있는 것처럼 주장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동물시험이나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불완전한 결과였습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도 불가리스의 항바이러스 효과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남양유업은 코로나 시대 국민들의 보편적인 주제인 안전과 안정을 자극하려다가 허위 사실을 유포한 꼴이 됐습니다. 결국 남양유업은 식품광고법 위반으로 처벌받았습니다.





그럼 스토리는 어떻게 써야 하나요?                                                           

그렇다면 스토리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써야 할까요? <픽사 스토리텔링>에서는 도입-전개-결말 순으로 쓰면 된다고 알려줍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요.

옛날에 → 도입
그리고 매일 → 도입
그러던 어느 날 → 사건 촉발
그래서 → 점진적 갈등 고조
마침내 → 위기와 절정
그날 이후 → 결말


마치 소설의 전개와 매우 비슷합니다. 갈등이 고조됐다가 해소되는 과정을 통해 짜릿함과 감동을 선사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서울대학교 병원의 SNUH 크리에이터 시리즈에서도 이 같은 구조를 갖추고 있더라고요!


도입 → 김간호사는 뇌출혈 수술을 하고 병실로 돌아온 환자에게 의식을 확인하기 위해 항상 가슴에 손을 올리고 여기가 어딘지 ‘장소’를 묻는다.

전개 → 어느 날 어떤 한 할머니도 뇌출혈 수술을 끝내고 오셨다. 자꾸 졸려 하시는 것 같기에 간호사는 가슴에 손을 올리고 '여기가 어딘지' 물었다. 다른 수술이 끝나고 오는 환자에게도 동일한 행동과 질문을 반복했다. 

결말 → 힐머니한테 여기가 어딘지 '장소'를 물었는데, 할머니는 간호사 손이 위치한 부위를 말하는 것으로 착각하고는 퉁명스럽게 '가슴'이라고 대꾸하셨다. 더불어 모두한테 왜 자꾸 쓸데없는 걸 묻냐고 하셨다. 너무 순수한 할머니의 대답에 웃고 말아버렸다. 다음부터는 손을 잡아드려야 하나 아니면 아예 신체 터치를 하면 안되는지 재미있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스토리를 구성하면 굉장히 맛깔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읽는 고객이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그러다가 궁금증이 해소되는 부분에는 다 같이 피식하고 웃게 됩니다. 이러한 스토리를 통해 ‘병원도 사람 사는 곳이구나’ 느끼게 되죠.







마지막으로 스토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을 강조하고 마칩니다. <픽사 스토리텔링>에서 매튜 룬 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 영업 사원, 마케터, 매니저, 기술자로 일하다 보면 고객, 소비자, 미래의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스토리를 전달할 때 자신이영웅이 되어 고객을 구해주겠다는 식의 태도를 취할 때가 많다.
* 고객을 영웅으로 설정하면 제품 판매에만 연연하지 않고 고객의 필요와 목표에 집중하게 된다. 제품 자체는 진짜 영웅이 아니지만, 영웅이 목표를 성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 고객을 영웅의 위치에 두면 비즈니스가 올바른 자리를 찾고 고객의 권리를 존중하게 된다



SNUH 크리에이터 시리즈가 감동을 주는 것은 이처럼 환자를 영웅의 위치에 두기 때문입니다. 지속해서 병원 근로자(의사, 간호사)들이 환자 곁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어필합니다. 계속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모든 것이 환자를 위한 것임을 강조합니다.


이를 통해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것은 서울대학교 병원 근로자들의 진심입니다. 환자를 존중하고 환자에게 도움을 주길 원한다는 것을 진심으로 느끼게 됩니다. 이게 바로 스토리를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비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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