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경험이다>를 통해 본 오프라인의 미래
최근 쿠팡 등의 온라인 쇼핑몰의 확장으로 인해 오프라인은 입지를 위협받고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실제로 온라인 분석업체 어도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18년 미국 사이버 먼데이(온라인 쇼핑을 독려하는 행사)가 블랙 프라이데이(오프라인) 하루 매출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현재 오프라인 매장의 변화가 돋보이는데요. 오프라인은 제품을 판매하는 곳이기보다는 경험을 선물하는 곳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일컬어 경험 마케팅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트렌드는 최근 팝업 스토어 열풍에서도 볼 수 있는데요. 많은 브랜드가 앞다투어 팝업 스토어를 열어서 고객에게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오프라인 경험을 통해 신생 브랜드는 브랜드 인지도 상승을, 기존 브랜드는 브랜드 이미지 개선을, 모든 브랜드는 고객 충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사례: 느루요양병원
여성 암 환자를 위한 느루요양병원은 차원이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근데 여성 암 환자만을 위한 요양병원이라니 특이하지 않나요? 느루요양병원은 이에 대해 브랜드 철학이 담긴 대답을 합니다. 남성 암 환자의 경우 아내의 도움으로 집에서도 얼마든지 요양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성 암 환자의 경우 남편은 대부분 경제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아내를 케어하는 게 힘들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래서 여성 암 환자만을 위한 요양병원을 만들어 집보다 편안하고 안락한 요양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암이라는 큰 질병을 겪은 여성들을 위해 온전히 회복할 수 있는 경험을 공간을 통해 선물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보통 요양병원과는 다르게 병실이 아닌 1층 레스토랑에서 식사합니다. 암 환자도 일반인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레스토랑에서는 유기농 재료를 가지고 요리합니다. 항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음식과 함께 항암 주스를 제공합니다. 건강한 한 끼를, 병원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또한 최대한 병원 느낌이 나지 않도록 고민했습니다. 병실을 최대한 가정집 침실처럼 꾸민 것이죠. 바퀴 달린 병상이 아닌 침대 가구를 들여놨습니다. 병실인데 병원 물건을 하나도 들여놓지 않았죠. 암 환자에게 최대한 집에서 쉬는 것 같은 편안한 경험을 선물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7층은 휴식 공간(휴 플레이스)를 제공합니다. 사우나, 느루 스파, 미니 정원 등을 마련했습니다. 사우나에서는 일본식 정원을 볼 수 있습니다. 환자가 최대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이죠.
느루요양병원은 ‘한꺼번에 몰아치지 않고 오래도록’이라는 느루의 의미처럼 공간을 통해 진정한 요양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공간을 통해 브랜드 컨셉과 핵심 가치 등 브랜드 DNA를 전하는 것이죠.
광장에는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서로 소통하고 상호작용합니다. 그럼으로써 활력 있는 공간으로 유지되죠. 앞으로의 브랜드 오프라인 공간도 이처럼 광장 같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머무를 수 있는 커뮤니티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줘야 하죠.
이러한 커뮤니티가 중요한 이유는 디지털 전환 시대의 대부분의 가치는 ‘연결’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디지털 시대 기업은 대부분 플랫폼의 역할을 합니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기업과 사람을 연결합니다. 이그래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그 커뮤니티를 풍성하게 해줄 사람들을 계속 세워나가야 합니다. 이로써 오가닉한 유입이 계속 유지될 수 있죠. 말 그대로 선순환입니다.
#사례: 홍대 라이즈 호텔
이러한 커뮤니티를 만든 호텔이 우리나라에도 있습니다. 바로 홍대의 라이즈 호텔입니다. 라이즈 호텔은 자신을 크리에이터의 문화공간으로 칭합니다.다양한 아티스트 또는 브랜드와 협업해 창조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이는 열린 공간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합니다. 라이즈 호텔의 1층은 베이커리 카페로서 지나가는 사람 모두에게 열린 공간입니다. 열린 공간을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로비를 옮겼죠.
그리고 지하 1층 아라리오 갤러리에서는 전시회가 열립니다. 이 전시에서는 라이즈 호텔이 위치한 홍대의 문화를 보여줄 특색있는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소개합니다. 이로써 홍대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것이죠.
이러한 노력 덕분에 라이즈 호텔의 3분기 외국인 투숙객 비율이 86%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77%p 증가한 수치죠. 라이즈 호텔 측에서는 외국인이 젊고 감각적인 홍대 문화를 체험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밝혔습니다.
풍성한 경험을 위해서는 오감을 자극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먼저 매장 혼잡도를 조절하라고 충고합니다. 매장이 너무 혼잡하면 빨리 떠나고 싶어진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소비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소비자가 공간적 제약을 느낄 때 반발심이 생긴다고 합니다. 매장이 혼잡할수록 소비자는 공간적 제약을 느끼고 이에 따라 자연스레 그 공간을 떠나게 된다고 합니다.
#사례: 공감각 커피
맥심의 브랜드 체험관인 맥심 플랜트에서 오감을 활용해서 색다른 경험을 선물해 주고 있습니다.
맥심 플랜트는 이를 ‘공감각 커피’라고 이야기합니다. 먼저 자신의 취향에 맞는 향미, 산미, 로스팅 정도를 고르면 거기에 맞는 스페셜티 커피를 추천해 줍니다. 커피를 후각과 미각으로 느끼는 것 외에 해당 커피에 대한 설명과 함께 어울리는 디자인, 글귀, 시(시각)와 음악(청각)을 제공합니다. 음악은 전용 좌석에 마련된 헤드셋으로 즐길 수 있습니다. 커피를 청각을 통해서도 오롯이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후각을 이용해 고급스러움을 어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CGV 영화관에서는 상영관 내에 피톤치드를 내뿜는 편백나무 향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좁고 어두운 영화관 속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죠. 이로써 소비자는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계한 고객 여정 설계를 잘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병원의 미래를 보여주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포워드'입니다. 전직 구글러인 Adrian Aoun이 설립한 메디컬 스타트업인 Forward가 월가입형 병원인 Forward를 개업했는데, Forward의 경우 온∙오프라인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진단 후 웨어러블을 통해 평상 시 건강관리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점에서 미래 병원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포워드에서의 모든 진단은 기계로 빠르게 진행되며, 데이터는 즉각 고객의 휴대폰으로 전송되어 앱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Forward 병원은 전용 앱을 통해 하루 24시간 내내 의사나 간호사에게 필요한 정보를 묻거나 진료를 받을 수도 있는데, 병원 진료에 있어서 온∙오프라인 채널을 모두 제공한다는 점에서 강점인 것으로 판단됩니다.
현재 시중에 출시되어 있는 웨어러블 단말의 기능이 활동량 트랙킹 위주인 건강 관리용으로 실제로 의사들의 진료에 도움이 될 만한 유의미한 데이터 수집이 어려운 한계는 있겠지만, Forward 병원의 경우 ‘일상 생활에서의 건강 관리, 현장 진료, 진료 후 관리 및 원격 진료’ 등 통합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개인 병원 더 나아가 종합병원의 미래 방향을 제시해 줄 것으로 봅니다.
진료실에서도 전문의가 환자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질문과 답변을 AI 시스템이 자동으로 기록합니다. 덕분에 편안한 분위기에서 상담을 이어갈 수 있죠. 이러한 모든 설비는 소비자가 병원에서의 진료 경험을 최대한 편안하게 느끼게끔 돕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병원에 대한 ‘경험’을 개선하는 것이죠. 진단이 끝난 후 포워드 앱에서 진단 결과를 언제든 다시 볼 수 있고 의사가 권유한 치료 방법, 예방을 위한 식습관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포워드는 월 정액제 구독 서비스를 운영합니다. 일정 금액을 내면 횟수 제한 없이 의사를 만나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외에 앱에서도 정보를 열람하고 주치의로부터 조언도 들을 수 있죠. 이러한 포워드의 사례는 어떻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융합하여 고객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 알려줍니다.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을 잊고 당신이 한 행동도 잊지만, 당신이 준 느낌만큼은 결코 잊지 않는다.”
작가 마야 안젤루의 말은 디지털 전환 시대에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하게 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곱씹게 해준다. 지금은 물질의 시대가 아닌 경험의 시대이고, 물건을 팔려고 하기보다는 제품과 함께 어떤 경험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최상의 고객 경험을 통해 소비자가 우리 매장과 제품에 애착을 느끼도록 하고 구매로 이어지게 만드는 것, 이것이 핵심이다. <책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