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덩이 Apr 10. 2023

나도 취미가 여행이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해외여행을 자주 가면 여행이 취미라고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찰

나는 해외 여행 가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일에서 벗어나 내가 좋아하는 가족,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먹고 예쁘고 아름다운 풍경도 보면서

말그대로 “먹고 노는데" 즐겁지 않을 수 없다.


여행을 너무 좋아하다보니 (코로나 시기를 제외하면) 1년에도3~4번은 해외여행을 가는 것 같다.

해외여행 일정을 잡아놓으면 가기 1~2주 전부터 설레이고, 여행 중에도 즐거운 기분으로 가득하다.


이렇게 여행을 좋아하는 나지만,

자기소개서 등에서 취미를 물어볼 때 왠지 "여행"이라고 당당하게 적을 수가 없었다.


왜일까?

내가 취미가 여행이라고 당당하게 적을 수 없던 이유는

모든 여행이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정말 놀고 먹기만 한 여행도 많았기 때문이다.



"내 취미는 여행인가?"라는 질문에

호텔 수영장에서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쉬면서 즐기던 여행의 순간들이 떠올랐고,

취미에 여행을 적는 것은 취미에 "맛있는 음식 먹기" "누워서 넷플릭스 보기" "늦잠자기"를 적는 것과 다를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미와 휴식은 비슷해보여도 목적이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휴식은 즐기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스트레스를 없애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라면

취미는 즐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즐기는 것과 스트레스가 없는 것은 동일하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하지만 생각보다 '잘 즐기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취미 생활을 할 때에는 즐거움과 동시에 스트레스가 오히려 쌓일 수도 있다.


최근 내가 배우고 있는 미술이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한다.

미술학원에 가서 그림을 그리면 생각만큼 잘 그려지지 않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다.

그래도 그림을 그리는 그 순간에 느껴지는 충만함, 뿌듯함, 즐거움이 더 크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있더라도 미술이라는 행위를 계속 하는 것이다.

또한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쪼개서 화가나 화풍 등에 대해 공부하면 더욱 미술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취미라는 것은 일정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행위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취향이나 가치관에 따라 노력을 투자하고 싶은 행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취미는 나의 취향과 가치관을 보여줄 수 있는 개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워서 유투브나 넷플릭스를 보고, 늦잠을 자고, 맛있는 것을 먹는 행위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누구나 하는 휴식 행위이다.

휴식은 삶에서 꼭 필요하지만, 나만의 취향이나 개성이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동안 나는 여행을 좋아하되, 휴식의 관점으로 바라봤기 때문에

당당하게 나의 취미라고 말할 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동안 다녔던 여러 여행지 중 기억에 오래 남는 여행은

"아름다운 도시에 가서 그 도시의 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여행"이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대학생 때 갔던 뉴욕에 사는 친구를 만나러 갔던 뉴욕 여행이 정말 기억이 많이 나는데

그때는 돈도 없어서 비싸고 좋은 장소나 레스토랑은 거의 가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알려준 뉴욕 현지인의 진짜 베이글 맛집, 뉴욕사람들 사이에서 최근에 유행하는 문화나 한국사람과 다른 점에 대한 설명, 뉴요커들이 주말에 자주가는 브루클린 플리마켓 구경하기 등

친구 덕분에 "진짜 뉴요커들의 삶"을 체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였기 때문에 너무 좋았고,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여행이다.


그때는 SNS도 하지 않던 시절이라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여행이 아닌,

온전하게 그 도시의 문화를 느끼고 즐기며 즐거워했던 시간인 것 같다.


앞으로는 여행을 의미있는 경험으로 남기고, 여행을 정말 나의 진정한 취미라고 당당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여행을 가기 전 그 나라의 기본적인 역사나 문화 등에 대해 공부하고,

그 나라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색다름을 느낄 수 있는 시간으로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의 목적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휴식을 목적으로 여행을 가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가 이번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고 싶은가"를 알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인스타에 올리기 위한 사진을 찍기 위해

겉으로 멋있어 보이는 장소를 찾아다니는 여행은 절대로 인상깊은 여행이 될 수 없다.

(부끄럽지만, 몇년 전만해도 나의 여행 목적에 이러한 목적이 아예 없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해외 여행은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든다.

돈과 시간이 투자되는데 아무런 의미있는 아웃풋이 없는 것은 조금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여행을 갈 때마다 내가 원하는 것이 휴식인지, 문화체험인지 잘 생각해보고

나만의 여행 취향을 발견하여 ‘제대로 즐기면’ 좋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원하는 모습의 내가 되는 방법: Alter ego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