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현적 나르시시즘 성향에 대한 고찰
오늘은 브런치의 익명성에 기대어 남들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나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나에게는 '내현적 자기애(covert narcissism)' 성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현재 나는 나의 이러한 성향이 내 인생에서 얼마나 쓸모없고 방애물이 되는지
스스로 알고있기 때문에 이를 고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항상 타인을 대할 때 내 마음을 불편하고 힘들게 만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었는데,
이것이 나의 나르시시즘 성향 때문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나르시스트라고 하면
뛰어난 언변으로 사람들을 홀리는 매력이 있고, 외향적이고, 자기 어필을 잘하는 등의 특징이 있는데
이러한 성격은 내 성격과는 거리가 매우 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유튜브로 "내현적 자기애"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내현적 나르시스트는 겉으로는 소심하고 겸손해보이나,
실제로 겸손한 것이 아니고 관심에 대한 결핍과 과도한 인정욕구 때문에 남들에게 나를 평가당하는 상황 자체를 회피한다는 것이다.
즉, 인정 욕구는 가득하나 남들에게 나를 어필했을 때 내가 생각하는 나의 '대단한 자아'와 같은 모습으로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 두려워서 남들에게 나를 어필하는 것을 피하면서 평가를 받으려는 상황 자체를 피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겸손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본인을 평가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면,
내면에 있는 '대단한 자아'에 손상을 입어서 필요이상으로 분노하고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본인이 진짜로 부족하고 발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부정적 피드백에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창피하지만, 이러한 특징이 나의 성격과 매우 일치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원하는만큼의 관심을 받지 못할 것 같아 관심받는 상황이 두려운 관종이라니... 마음이 괴로울 수밖에...
차라리 대놓고 관심을 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관종이 더 나을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문제를 인식했으니 해결을 해봐야지라는 마음으로 관련 콘텐츠들을 찾아봤는데,
"내현적 나르시스트들을 피하는 법"에 대한 콘텐츠는 많아도..
이를 고치는 방법은 거의 병원 치료를 권하는 내용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저러한 성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아직 병원 치료가 필요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스스로 이러한 성향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혼자 생각을 좀 해보았다.
(스스로 이러한 성향이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느끼면 병원을 갈 의향도 있기는 하다)
나의 경우, 나의 어린시절 경험 등을 살펴보면서 "나에게 내현적 나르시시즘 성향이 생긴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보다 인간의 일반적인 본성 측면에서 나르시시즘의 원인을 살펴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되었다.
남편에게 나의 내현적 나르시시즘 성향에 대해 설명했을 때,
남편은 모든 인간에게는 어느정도의 나르시시즘이 있다고 위로해주었다.
이것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인간은 기본적으로 관심과 인정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 이러한 욕구를 느낄까?
이러한 욕구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나만의 해석은 "특별한 존재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마음이 드는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유한성 및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남들보다 특별하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남들"보다" 특별해야 할까? 즉, 왜 남들"보다" 우월해야할까?
기본적으로 인간의 인생을 유한한데, 이러한 유한한 인생에서 아무런 영향도, 변화도 만들지 못한 채로 무의 존재로 돌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언가 나만의 특별함을 추구하며 살아가야 이러한 두려움과 고통으로부터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서 인간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
"상대방이 특별한 존재라고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이야기한 것도
인간의 이러한 특별함에 대한 강한 욕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는 현재 사회의 비교를 조장하는 미디어와 경쟁을 유도하는 교육은 남들"보다" 우월하게 사는 것으로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계속 전달한다.
하지만 남들"보다" 우월한 것에는 절대로 해결될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데
절대로 모든 인간보다 우월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내가 1억이 있으면, 10억이 가지고 싶고, 10억이 있으면 30억이, 30억이 있으면 100억이 갖고 싶고..
이러한 방식으로는 고통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다.
결론적으로 '특별한 삶을 살고싶다'는 욕구는 인간으로서 당연할 수 있다는 욕구이지만,
이러한 욕구를 '남들보다 우월하게' 방법으로 채우려고 한다면 결코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모두 고유의 개성과 특별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는 나도 동의하고,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사회가 건전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면서 남들보다 우월하게 사는 방법에 대한 교육과 가치관을 오랫동안 주입받아
이를 걷어내고 나만의 특별한 삶은 추구하는 것은 현대인들에게 절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내현적 나르시시즘은 결코 채워질 수 없는 우월감에 대한 어리석은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내 나름대로의 해석을 찾았다.
그래서 적어도 남들보다 우월하고 싶다는 욕망과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잘못된 욕망과 가치관으로 인해 형성된 나의 내현적 나르시시즘이 또 발현된 것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고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만으로도 스스로 생각의 발전을 이루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