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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덩이 Apr 24. 2023

개똥철학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다.

'나의 이야기'에는 관심없는 사회에 대한 고찰

다들 직장 동료와 점심 시간에서,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가족모임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궁금하다.

아마도 대부분 넷플릭스에 새로 나온 드라마 이야기, 연예인에 대한 가십,

의미없는 농담과 드립으로 대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회사 동료와 점심으로 나온 닭갈비를 먹으면서 "삶의 의미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물어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가끔 가까운 친구와도, 심지어 가족과의 대화에서도

내가 보고 느낀 것을 가치관과 신념에 근거하여 생각해낸 결과물,

나만의 인사이트(a.k.a 개똥철학)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 용기가 나지 않을 때가 많다.


연예인 열애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모임에서 이러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용기가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개인의 '인사이트(지혜)'라는 것은

그동안 내가 지식과 경험이라는 input을(intput 행위=배움)

나의 신념, 가치관 등을 기반으로 하는 나의 생각 알고리즘을 거쳐서 말이나 글이라는 output으로 표현되는 것이다.(ontput 행위=표현)


이러한 나의 생각 알고리즘을 거친 output은 또다시 input이 되어

나의 생각 알고리즘에 그 어떠한 지식보다 영향력이 높은 피드백을 제공하는 양질의 input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지식/생각/지혜 구조 도식화



최근에 본 유튜브에서 한 교수님께서 많은 사람들이 "표현"보다는 "배움"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데, 이는 '지적 게으름' 때문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지식을 집어넣는 배움의 행위보다 그 지식을 나만의 생각으로 해석하여 표현하는 행위가 더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수님의 설명에도 매우 공감하지만,

개인적인 나의 경험을 떠올렸을 때 사람들이 표현 행위를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개인의 인사이트에는 귀기울여주지 않는 문화도 한 몫했다고 생각한다.




나의 어린 시절 경험을 떠올려 보았을 때, 나는 참 말이 많았던 꼬마였다.

그런데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나만의 생각"을 얘기하였을 때 누군가 이를 주의깊게 들어준 경험이 많지는 않았던 것 같다.

어린 아이의 생각이니 당연히 대부분의 어른들에게 귀기울일 내용이 아니였을 것이다.


나만의 인사이트보다는 내가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더 칭찬을 받을 때가 많았고,

청소년이 되어서도 나만의 인사이트 및 해석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뇌피셜' 취급을 받을 때가 많았다.

학교 시험도 지식을 활용하여 내가 직접 생각해낸 인사이트보다는 내가 습득한 지식을 평가하는 시험이 대부분이였다.


이러한 경험이 쌓이다보니 나도 어느순간 나만의 인사이트를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팩트와 사실', 지식을 "모으는 것"에 집중했던 것 같다.


물론 지식도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훌륭한 output이 나오려면 많은 양의 질 좋은 input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모두가 처음부터 훌륭한 output을 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모두 처음에는 말도 안되는 개똥철학, 뇌피셜로 불리는 낮은 수준의 output밖에 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더라도, 각자만의 output을 서로 공유하면서

공감하고, 잘못된 부분에 있어서는 비판을 제공하고 수용하면서 생각 알고리즘에 건전한 피드백을 제공하여 output의 퀄리티를 높여나가는 과정이 곧 의미있는 대화라고 생각한다.


아쉽게도 내가 느끼는 우리나라 문화에는

"높은 퀄리티의 output이 나올 때까지는 표현하지마" 라는 압박이 존재하는 것이다.


부족하지만 나만의 것인 인사이트나 해석을 내놓으면,

그 해석 과정에서 잘못 input된 팩트를 지적받으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한다는 취급을 받기 십상이다.


그렇다보니 대부분의 모임의 대화 주제는

"모두가 재미있는 주제라고 합의된 주제"에 대하여 피상적인 이야기가 오고갈 뿐일 때가 많다.


이렇게 나만의 인사이트를 표현할 기회가 적다보니,

굳이 내가 배운 지식과 경험을 생각의 알고리즘에 넣고 돌리는 힘든 작업을 더더욱 하지 않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청자의 태도만큼이나 화자의 태도도 중요하다.


자신만의 인사이트나 해석을 표현할 때 이것만이 진리라고 생각하며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최악이다.


아무도 세상의 모든 지식과 경험을 흡수한 상태일 수는 없기 때문에

나의 output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이를 주의깊게 들어서 나온 비판은 감사하게 수용하여 좋은 피드백으로 사용하는 태도를 갖추어야 한다.


흔히 "라떼는"으로 시작하는 꼰대들의 개똥철학에

많은 사람들이 반감을 가지는 이유도 이러한 나만 옳다는 태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에서 개인의 인사이트에 귀기울여주는 좋은 친구, 배우자, 가족이 있다면

큰 행운이다.

나 또한 남편과의 대화를 통해 서로의 개똥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나중에 아이를 낳는다면

아이가 알고 있는 지식보다는 객관적으로 부족하더라도 많은 노력이 들어갔을 생각의 결과물에 칭찬해줄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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