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드라마가 있다. 드라마 '서울 자가에 사는 김부장‘이다. 회사에서도 맨날 김부장 봤냐며 드라마 얘기를 많이 한다.
나도 몇년전에 드라마 웹툰을 봤고, 최근 주변에서 너무 추천을 해서 진짜 그렇게 재미있나하고 요약본을 봐서 대충의 내용은 알고 있다.
근데 나는 김부장 드라마 줄거리가 참 불편하다.
(프로불편러로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은데, 브런치는 내 아무생각이나 쓰는 곳이니 솔직히 적어본다)
현재 해당 드라마가 많은 공감을 받는 이유는 김부장 이야기가 자기 이야기라 긁힌 직장인, 특히 나이 많은 직장인들이 많고, 그걸 보면서 떠오르는 인물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요즘 직장에 많은 의미를 두지 않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회사에 헌신했다가 헌식짝되는 김부장을 보며 자기 팀에 꼰대 상사를 떠올리며 통쾌함을 느끼기도 하고, 역시 재테크로 자기 삶에 충실한 송과장이 자신이 나아가야할 길이라고 다짐하는 것 같다.
대기업 10년차인 내가 내가 김부장 드라마다 불편한 이유는 김부장 모습이 내 모습같아서는 아니다. (진짜 아니다.)
나 또한 자기계발을 통해 회사에서 능력을 펼치면서 열심히 다니고 싶은 사람이지만, 결국 회사 안에서는 수단으로밖에 사용되지 못하는 직장인의 비애와 나다운 선택을 할 수 없는 회사의 부당함에 대해서도 많이 느껴왔던 사람이다.그래서 탈출을 해야하나 하는 고민도 많이 했고.
따라서 드라마에서 김부장을 통해 보여주는 문제의식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내가 드라마를 보면서 계속 불편한 이유는, 회사를 열심히 다니는 직장인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고 그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이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는 그 드라마가 너무 불편해서 뒷부분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뒷부분에서는 어떠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현재 웹소설, 웹툰, 드라마까지 나왔지만 그래서 김부장이 그 위기를 어떻게 타파해나갔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도, 알려지지도 않았다는 것은 사실이다.
다들 회사에 집착하다가 버림받은 김부장, 본직절인 것(드라마에서는 이것이 부동산으로 묘사되는 것 같다) 은 보지 않고 명품이나 차같이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에만 집착하는 바보같은 김부장의 모습에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또는 나)의 모습을 보고, 이 부분에 크게 공감한다는 점이 이 드라마가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보면서 계속 의문이 든다. 그래 김부장처럼 회사에 헌신했다가 헌신짝 될 수 있다는 현실 묘사까지는 인정한다. 그러면 김부장이 회사에는 힘을 빼고 송과장처럼 회사에서는 자기가 딱 해야할 일만 한 다음에 주식이나 부동산 재태크를 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걸까?
어쩌면 재테크없이 회사 월급만으로는 김부장처럼 비참한 말로를 겪을 수 있으니 젊을 때부터 경제 관념을 가지고, 노후 준비를 잘 해둬야한다는 건전한 메시지를 전달한 것일 수도 있다.
이 부분은 나도 인정하고 전달되어야할 메시지라고 생각한다.
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일반 평범한 직장인이 회사를 열심히 다니면서 드라마처럼 부동산에 엄청난 투자의 귀재가 되어 강남의 50억하는 아파트의 소유주가 되는 방식으로 재테크에 성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닐 수 있어도, 모두에게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은 회사에서 받은 월급 안에서, 남에게 보여지기 위한 소비(명품, 차)는 최대한 자제하면서 너무 위험하지 않게 주식도 하고, 그렇게 모은 돈으로 집도 넓혀나가면서 살아가는 수준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
그러한 삶을 직장인은 세상 물정 모르는 것이니 재테크에 크게 성공해서 강남 50억짜리 아파트에 사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하는 걸까?
어쩌면 내가 재테크에 대한 이해가 너무 없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 많은 노력과 시간은 투자한 사람들 입장에서 뭘 모르네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다만 우리 아빠도 오랜시간 안정적으로 나름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하였고, 그때 모은 돈으로 나와 언니를 부족함 없이 키워내고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직장 생활 소득만으로는 절대 답이 없다는 부분에는 잘 공감이 가지 않는다.
물론 직장 생활 열심히 해서 강남 50억짜리 아파트 못갈 수 있고, 잘못된 선택으로 불안한 노후를 살 가능성도 있다. 근데 그렇게 때문에 억울해야하나? 직장인들은 모두 재테크로 성공할 수 있는데 회사에 가스라이팅 당해서 회사에 묶여 노예처럼 일하는 것인가? 그러면 모두 회사는 대충 다니고 재테크하라는건가?
나는 드라마 보면서 이 의문이 자꾸 들어서 끝까지 볼 수가 없었다.
자산을 축적하여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 물론 너무 중요하다.(나도 돈 너무 좋다!)
다만 김부장이 회사생활을 하면서 느꼈을 성취감, 자아효능감을 통해 자신의 실존적 불안을 해결해왔던 삶이 꼭 그렇게 나쁘게만 그려져야했던 것일까?
실존적 불안감을 회사 일을 통해 해결하려는 사람은 경제 관념이 부족한 무지한 사람일까?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나는 이에 동의할 수 없다.
회사에 인생을 바칠 필요는 없지만, 인간은 결국 자기 삶에서 자기가 의미있다고 정한 어떠한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김부장은 이걸 회사로 선택한 것이고, 송과장은 이걸 재테크로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만, 누구가 옳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내 인생의 의미를 재테크에 두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그게 무엇일지는 아직 고민 단계다.)
혹시라도 김부장을 본 사회초년생들이 회사를 열심히 다닌 김부장의 삶은 잘못되었고, 송과장의 선택이 옳다고 단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by 그냥 재미있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지 못하는 프로불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