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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는 것을 아는 듯이 이야기하는 능력이 싫어요

by 경덩이

나에 대해 최근에 깨달은 것이 있다. 나는 "잘 모른느 것을 아는 듯이 이야기하는 능력"이 싫다.

이렇게 얘기하면 언뜻 나의 장점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만, 내가 "능력"이라고 표현했듯, 살면서 나는 이 능력이 부족해서 여러모로 불이익을 많이 보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무조건 장점이라고만 단정할 수는 없다.


무언가를 조금만 알아도 많이 아는 것처럼 그럴 듯하게 잘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있는 반면, 무언가를 꽤나 많이 알아도 (내 기준에) 내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이해되고 정리될 때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그 주제에 대해 잘 말하지 못한다.


예전부터 나는 항상 사람들이 참 말을 잘한다고 느꼈다. 다들 참 이해도 빠르고, 아는 것도 많다고 생각했다.

대학생때부터 사회초년생까지, 어떤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사람들이 그럴듯하게 이야기하면 다들 그걸 완벽하게 이해해서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10년가까이 하나의 직무에서 꽤 많은 지식과 경험을 쌓으면서 알게된 사실은 정확하게 모르는 것을 그럴 듯하게 잘말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100% 이해하지 못한 것을 그럴 듯하게 말하는 능력은 어떠한 특정 상황에서는 어떤 경우에서는 꽤나 유용한 능력이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것보단 그럴 듯하게 말로 상황을 넘어가야 듣는 사람의 신뢰를 잃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쩌면 이 능력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아웃풋을 낼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일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이 능력이 싫다.


우선, 이 능력이 개인의 성장을 막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아무리 많은 경험과 지식을 탐구하더라도, 인생을 살면서 대부분의 영역은 '모르는 것을 모른다'는 상태로 남긴 채 죽을 수밖에 없다. 그러한 상황에서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어찌보면 앎의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굉장히 큰 기회를 얻은 것인데, 그러한 영역을 그냥 '아는 척'하고 넘기는 것은 모르는 영역을 아는 영역으로 넓힐 수 있는 기회, 즉 성장의 기회를 발로 차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르는 것을 모르는 상태 -> 모른다는 것을 아는 상태 -> 모르던 것을 알게된 상태'


물론 사람이 모든 영역을 알 필요는 없다. 모르는 것을 아는 상태에서 아는 상태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분야마다 조금씩 필요한 노력의 차이는 있더라도, 배움이라는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영역에 대해서는 노력을 들이지 않고 '모르는 것을 아는 상태'로 남겨두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나중에 흥미가 갈 때 다시 노력해도 된다.


모르는 것을 의식적으로 모르는 채로 남겨두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모르는 것을 남에게 아는 듯이 이야기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


모르는 것을 남에게 아는 듯이 이야기하는 것이 문제가 되는 기본적인 이유는 그 분야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은 이러한 말에 속기 때문이다.


회사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사기꾼과 같은 의도로 남을 속이려는 의도까지는 없었더라도 누군가 자기 분야에 대해 모르는 것을 아는 듯이 이야기하다보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혼란을 주는 경우가 많다.

자기 담당 분야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가 없고,

정확하지 않은 정보로 인하여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계속 더 복잡해지거나, 문제가 자꾸 산으로 가는 경우를 자주 보았다.


내가 이 능력이 정말 싫다고 느낀 상황은, 듣는 사람들이 같은 분야의 전문가라면 그럴 듯하기 이야기하는 사람에게 반박하거나 정확하지 못한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겠지만, 듣는 사람들이 그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그럴듯한 이야기를 신뢰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문제는 더 꼬일 수 밖에 없다.


모르는 것을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라면,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남들에게 안다고 착각하는 것을 설명하다보면 분명 막히는 부분이 있는데, 이때 내가 정확하게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또한 스스로 모른다는 것 알고 있지만, 남들에게 바보같아 보이기 싫다는 이유 등으로 아는 척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 해결과 자기 성장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빨리 깨닫고 고쳐야 한다. 모르는 건 절대 문제가 아닌다.




이렇게 말만 그럴 듯하게 하는 능력이 왜 싫은지 구구절절 길게 얘기했지만,

직업적인 분야가 아닌 사람들끼리 사담을 나누는 자리에서 자기가 아는 것보다 부풀려서 말하는 건 어떻게 보면 대화의 재미를 더하는, 괜찮은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보드를 한번도 타보지 않은 내게 보드를 한번만 타본 사람이 나에게 보드에 대해 잘 아는 듯이 그럴 듯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별로 상관없다.


그래도 나의 직업, 전문 분야에 있어서는 프로 정신을 가지고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그렇게 사는게 더 요령있게 잘 사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렇게 사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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