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시를 잊은 그대에게》

by 마음 자서전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정재찬, 휴머니스트, 2015, 190406)


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이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갈대처럼 흔들리는 것이 갈대에게는 순정이 된다.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갈대의 운명이라면 바람에 저항하기 않는 것, 다시 말해 흐르는 바람 따라 이리 변하고 저리 변하는 것이야말로 변절이 아니라 순정이 아닐런가, 떠나는 여인 말없이 떠나보내는 것은 사랑이 변질되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순정이기 때문이라는 것, 이 역설이 ‘갈대의 순정’이라는 모순 어법을 낳은 것이 아닐까.

인간은 모순적인 존재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인간은 도대체가 나약하기 짝이 없는 갈대지만, 그와 동시에 생각하는 갈대인 탓이다. 그래서 인간은 위대하고 동시에 비참하며, 그 역도 참이다. 그런 의미에서 신경림의 <갈대>를 읽고, 가슴 한편이 퀭해지는 것도 인간적인 진실이요. 그 비애를 넉넉히 받아들이며 관조하게 되는 것 역시 인간다운 모습일 것이다. 23



공감도 능력이다. 공감은 공명에서 온다. 공명이란 과학적으로 말하면 어떤 물체의 진동에너지가 다른 물체에 흡수되어 그 물체가 진동하는 것을 말한다. 이때 원래 진동에너지의 진동수와 진동에너지를 받는 물체의 고유 진동수가 가까우면 더 큰 공명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공명(共鳴)이란 한자 뜻 그대로 남과 더불어 우는 일이다. 남이 울면 따라 우는 것이 공명이다. 남의 고통이 갖는 진동수에 내가 가까이하면 할수록 커지는 것이 공명인 것이다. 마치 현악기처럼 말이다. 그 소리가 울려 퍼져 음악을 만들 듯 우리 사회에도 아름다운 공명이 울려 퍼질 수 있다면 그때 분명 우리 사회는 건강한 사회일 것이다. 슬퍼할 줄 알면 희망이 있다. 92-3


무릇 신기한 것과 신비한 것은 다르다. 몸통이 잘리고 사람이 사라지는 마술은 신기하지만 신비하지는 않다. 그런다고 사람의 상처하나 고친 적이 없다. 반면에 자연, 우주, 생명 같은 것은 신비한 것이지 신기하다 할 일이 아니다. 그것은 영원한 경이일 뿐만 아니라 우리를 살린다. 그럼에도 우리는 신기에 홀려 신비를 잊는다. 마치 마술에 홀려 현실을 잊은 것처럼, 우리를 둘러싼 모든 가짜 가치에 홀려 우리는 진짜를 잊고 산다. 말하자면 신비하지만 사소해서 그 가치를 몰라주는 일이 너무도 많은 게다.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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